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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플랜 Aug 28. 2024

세계 마멀레이드 대회에 참가하다!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마멀레이드 대회에 참여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내가 팔로우한 영국의 한 잼매이커의 SNS를 통해 세계마멀레이드대회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킨들앱을 통해 외국의 잼레시피북들도 많이 살펴보는 편이다. 그렇게 외국의 잼 서적들을 보다 그 작가의 SNS계정이 써있으면 팔로우를 한다. 대회를 알게 만들어준 작가도 1년전쯤에 팔로우했던 것 같다. 이 작가는 잼 만드는 팁을 피드에 틈틈히 올려주셨는데 꿀팁이 많아 나만 알고 싶은 분이었다.      


그 날도 SNS에 올라오는 여러 피드를 보다 작가님이 올린 한 피드를 보았다. 2월에 열리는 세계마멀레이드 대회에 참여한다는 내용의 피드였다. 피드에는 참가방법과 세계마멀레이드 대회 사이트 주소가 적혀있었다. 나는 프랑스에 잼 대회가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어 언젠간 잼대회 참가해보고싶다는 막연한 마음은 있었다. 근데 영국에서 마멀레이드대회가? 그것도 3주뒤에? 이건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바로 세계마멀레이드대회 사이트에서 모집요강을 살펴보았다. 마멀레이드대회는 총 16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었다. 세비아 오렌지로 만드는 전통 마멀레이드, 시트러스계열의 과일을 가지고 만드는 마멀레이드, 첨가물을 넣은 마멀레이드 등 다양하게 모집중이었다. 거기에 16가지 카테고리중 원하는 카테고리를 여러 개 중복 참여가 가능했다. 나는 그 중 2가지의 카테고리를 나가기로 했다. 남자가 만드는 마멀레이드 분야와 시트러스 과일로 만드는 마멀레이드 분야였다.      


국내에는 세비아 오렌지가 없기에 구하기도 쉽고 맛도 좋은 제주감귤로 마멀레이드를 만들기로 했다. 국내산 과일로 상을 탄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잼을 꽤나 많이 만들기는 했지만 마멀레이드는 사실 생소하다. 잼과 마멀레이드의 차이는 나라마다 조금씩 정의 하는 것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렇다. 마멀레이드는 오렌지와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을 이용해 과육과 과즙 그리고 껍질까지 이용해 설탕으로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잼이 보통 껍질을 쓰지 않고 과육만을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통의 오렌지는 껍질이 두껍기 때문에 껍질을 잘 사용하면 향도 좋고 식감이 훌륭하다. 하지만 내가 시도하려는 감귤은 껍질이 얇다. 이렇게 얇고 잘 찢어지는 귤 껍질을 어떤식으로 활용해서 마멀레이드를 만들지 고민되었다. 귤 품종을 총칭하는 만다린을 유튜브에 검색해 보았다. 여러가지 만다린으로 마멀레이드를 만드는 방법들이 있었다.  그 중 뜨거운 물에 만다린 껍질을 대쳐서 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 방법으로 만들어 보니 귤 껍질에 붙어있는 흰색 부분들이 물에 불어 잘 제거가 되어 손질 중 껍질이 찢어지는 일이 생기지 않았다.   

   


이제 내가 원하는 당도와 질감을 만들 차례다. 대회 마감까지 시간이 그리 여유있지 않았기에 심여를 기울여 3번의 시도 끝에 감귤마멀레이드를 완성했다. 내가 먹어봐도 맛있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늦은 밤에 마멀레이드 준비는 그렇게 끝이났다. 뭔가 일을 끝내니 물밀듯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잼 만들고 운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불킥각이다. 아무래도 촉박한 시간에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고 만들어보다 결국 완성품을 얻어서 인 것 같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영국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고 준비하다 보니 이제 대회 마감까지는 2주 정도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나는 택배 포장을 해서 우체국으로 갔다. 해외 배송은 처음이었는데 우체국에서는 해외로 택배를 보내는 방법이 2가지 있었다. 하나는 우체국에서 하는 EMS 택배였고 다른 하나는 우체국과 제휴한 UPS에서 하는 EMS 프리미엄이었다. EMS 프리미엄은 EMS보다 가격이 좀 더 비싸지만 빠르다는 장점이 있었다. 시간이 촉박했기에 나는 EMS 프리미엄을 선택했다. 병은 반송될 수도 있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설마 그러겠어라는 생각에 바로 결제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이었다. 공항까지 잘 도착한 택배가 발송이 불가하다고 다시 우체국으로 돌아오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아차! 우려했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아~ 그냥 EMS로 보낼걸...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그렇게 하루 뒤에 다시 이번에는 EMS로 영국에 택배를 보냈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택배가 지연되는 일 없이 대회 마감일 며칠 전에 도착하게 되었다. 드디어 세계 마멀레이드 참여가 된 것이다. 양식을 몰라 영어를 잘하는 지인에게 물어물어 수정해 가며 쓴 지원서와 함께 내 첫 세계 대회 참가가 완료되었다.   

   

대회 결과는 2달 뒤인 4월 영국에서 열리는 마멀레이드 축제에서 발표가 되었다. 나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대회 참가를 통해 올해 버킷리스트를 하나 더 이루었고 재도전하겠다는 열정을 불러일으킨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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