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글을 주워 담다

주변의 모든 것이 소재

by 서마데

출·퇴근길 또는 산책할 때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가 삼행시를 짓기 제일 좋은 때이다. 앉아서 각 잡고 글을 써볼까? 생각하는 것보다 걷다 보면 두뇌 회전이 잘 되는지 딱 들어맞는 단어들이 떠오를 때가 많았다.

좋은 아이디어는 화장실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나. 평소와 다른 장소나 공간에서의 움직임은 긴장을 풀어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일상에서도 손쉽게 새로움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집에 가는 길에 평소와 다른 길로 가보기, 매일 먹던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를 먹어 보기, 내가 평소 손이 가지 않던 장르의 영화나 책을 보는 것도 좋다.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소소한 것들을 함으로써 생각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소소함이 모여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매일 같은 패턴으로 사는 것보다 새로운 장치를 하나씩 끼워 넣는 것은 뜻밖에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게다가 창의적인 생각 근육 만들기에도 좋은 방법이다.



행시는 행으로 이루어진 시로 일반적으로 첫 글자를 따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삼행시(N행시)는 언어유희로 짧은 분량에 센스와 위트를 적절히 녹여야 하므로 생각보다 어렵다. TV에서 보면 재치 있는 사람들이 지어낸 삼행시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단 몇 줄로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고 누군가를 즐겁게 한다는 것이 삼행시의 어려움인 반면,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삼행시 어떻게 하는 건데요?


그동안 혼자 쓰고 지우며 활용해 보니 느낀 점이 있다.

먼저,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 단시간에 그럴듯한 성과를 내려는 강박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처음부터 재치 있는 사람들이 센스 있게 구사하는 완벽한 문장으로 구성할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미 그런 삼행시를 쓸 수 있다면 당신은 정말 소질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 길을 계속 가길 바란다.


삼행시는 장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할 수 있다. 출근 준비하는 30분, 틈틈이 걷는 시간 10분, 일하다가 집중이 흐려지고 멍 때리는 순간, 화장실에 앉아 넋 놓고 릴스 보는 시간에 잠깐씩 만들어 보는 것이다. 재미없고 유치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더라도 계속 시도해야 한다. 처음엔 잘 떠오르지 않아도 반복하다 보면 단어 하나로 행시를 완성하는 시간이 단축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삼행시 내용을 구성하는 방법을 5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삼행시의 전체 분위기를 어떤 느낌으로 가져갈지 선택하여 녹여내는 것이다. 감동을 줄 것인지, 웃음을 줄 것인지 방향을 잡으면 첫 행을 시작하기 순조롭다.

둘째, 스스로에게 문답하는 형태도 좋다. 1화에서 이야기했던 '자전거' 삼행시가 문답하는 형태이다.

셋째, 지금 나의 심경을 담아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나의 오늘을 대표하는 단어를 선정하여 일기처럼 마무리하는 내용을 써보기도 한다.

넷째, 개인적으로 반전을 좋아하는데 마지막 행에서 앞의 내용에 대한 반전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다섯째, 같은 카테고리로 내용을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JTBC 예능 '아는 형님'의 배우 박성웅 님이 했던 바밤바 삼행시다. 바밤바 하나로 끝났으면 단조로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다른 아이스크림 이름으로 확장을 했다. 마지막에 결국 바밤바로 돌아오는 삼행시의 구조가 위트 있다.


바. 바밤바

밤. 밤맛이 나는

바. 바밤바


돼. 돼지바

지. 지금 보니

바. 바밤바


스. 스크류바

크. 크림맛이 나는

류. (유)형의

바. 바밤바


별. 별난 바

난. 난 사실

바. 바밤바


캔. 캔 유 스피킹 잉글리시?

디. 디스 이즈

바. 바밤바


죠. 죠스바

스. 스윽 보니

바. 바밤바


비. 비비빅

비. 비교해 보니

빅. 빅바밤바


어떤 시제가 오더라도 마지막 행이 모두 바밤바로 반복된다. 운을 띄워주는 상대방도 마지막행에 같이 바밤바를 외치는 단합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삼행시는 회식이나 모임 등 에서 워밍업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은 투썸플레이스 커피숍이다. 둘러보니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있는데 유리문의 망고빙수 포스터에 시선이 멈췄다.

시즌메뉴 홍보인가 보다. 엇, 망고빙수?


망. 망했다고 생각하지 마

고. 고생 많았어

빙. 빙수 먹고 힘내자

수. 수요일엔 망고빙수지!


‘수요일은 망고빙수 먹는 날’이라고 마케팅을 해보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망고빙수 또는 떠오르는 단어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 보면 어떨까요?



다음 화에서는 실제 삼행시 했던 에피소드를 들고 오겠습니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1화'삼'행시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