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직장인 Apr 05. 2022

나를 찾아가는 100가지 질문_여덟 번째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하루는 24시간이다.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루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24시간이 주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 역시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주워지는 하루의 시간, 24시간. 그 시간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과연 언제일까?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밥 먹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한다. 물론 퇴근은 정해진 시간에 하지 않지만 정해진 시간에 최대한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한다. 주말에도 생활 패턴이 바뀌지 않기 위해 동일한 시간대에 눈을 뜬다. 나는 생활 패턴이 예고 없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고 계획하는 시간에 맞춰서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계획된 시간을 벗어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의 규칙적인 생활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부지런하고 규칙적이라고 좋게 평가하기도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앞뒤가 막혔다든지 융통성이 없다든지 답답해 보인다는 등의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여행을 계획할 때도 시간대 별로 정확하게 예측하고 판단해서 계획을 세운다.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예상 시간을 따져보고 그 거리 안에서 최소의 시간으로 갈 수 있는 식당과 관광지를 확인하고 이동 경로가 중복되지 않게 최종 목적까지 고려하여 계획을 한다. 이렇게 여행 계획을 세워서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10이면 10 모두 "대단하다."는 말과 함께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숨 막힌다." 사실 나도 숨 막힌다는 말에 동의한다. 내가 계획해 놓은 시간과 장소에서 계획한 것들을 하지 못하면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나에게 오기 때문에 일정을 너무 세분화해서 촘촘하게 세우는 것이 굉장히 답답하고 숨 막힌 일이라는 것을 나도 알지만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생활을 했을까 라는 시작점을 돌이켜 보면 군 생활의 영향이 컸다. 정해진 시간에 주워진 과업을 모두 해야 되는 군대라는 조직에서 시간은 금이자 목숨과도 같았다. 나는 특히 포병 병과에서 근무를 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포문에서 포탄이 발사되지 않거나 1초라도 늦게 발사가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이렇게 1분 1초의 시간을 계획했던 습관이 나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휴가를 나와서 혼자 또는 둘이 여행을 갈 때도 짧은 휴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먹으면서 추억을 남겨야 했기 때문에 시간 계획을 아주 세밀하게 세웠다. 이런 생활이 8년간 계속되다 보니 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되어 있었다.


[ 시간 개념 reset 하기 ]


 나는 계획한 대로 움직이거나 행동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시간 계획은 잘 세울지 몰라도 하루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를 파악해보는 것에 대한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해야 될 일을 하고 그 일이 끝났으면 하루도 끝이 났다. 잠깐 여유를 갖고 내가 좋아하는 시간대를 찾고 그 시간을 잘 활용해서 삶의 변화를 이끌어 볼 생각을 한 적도 없다. 나에게 시간은 그냥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주워진 것에 불과했고 그 시간 안에서 나는 해야 할 일만 하는 사람이었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벤자민 프랭클린처럼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나의 시간 개념이 리셋(Reset)되는 경험을 했다. 한참 플랜맨처럼 숨 가쁘게 살던 어느 날, 갖고 있던 대체 휴무를 금요일에 쓰게 됐다. 아내와 목요일 저녁 퇴근 후에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생겼으니 무엇을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행 계획을 하기에는 사전에 예약하지 않고는 금, 토, 일요일에 숙박이나 렌터카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제주도를 가려고 하니 최소 2박 3일은 가야 되는데 아무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금요일은 포기하고 토, 일요일 1박 2일로 가는 것이 너무 무리일 것 같았다. 뭐 할지 고민하고 아무런 결정도 못 내리고 있을 때 아내가 이야기했다.


여보! 그냥 가자. 제주도

 시간은 이미 밤 11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이제 금요일이 30분 남았는데 제주도를 가자고? 나의 성격상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평소 여행 계획을 철두철미하게 짜는 것을 알고 있던 아내는 나에게 "뭐. 어때 그냥 아무 계획 없이 가보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걱정이 앞섰고 무엇을 해야 되고 어디를 갈 것이고 어디서 잘 것이고 가장 중요한 항공권 예약은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런데 한번 해보고 싶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가도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아무런 문제 없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제주도를 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는 항공권을, 아내는 숙박시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주 다행히도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의 좌석이 남아 있었다. '이것은 신이 나에게 준 기회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바로 항공권을 예약하고 렌터카도 예약했다. 그렇게 나와 아내는 단 몇 시간 만에 제주도 갈 준비를 모두 마치고 금요일 아침 6시에 제주도로 떠났다. 아무 계획도 없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관광지를 들리고 가는 길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별미를 맛보고 해안 도로에 있는 아무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다.

 여행의 만족도는 어땠을까? 지금까지 내가 다녀왔던 어떠한 여행보다 더 재미있고 더 여유롭고 더 마음이 편한 여행을 다녀왔다. 계획의 틀 안에 갇혀있던 나에게 시간 계획을 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여행이었다. 그때가 바로 나의 시간 개념이 리셋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의 시간에 대한 개념은 굉장히 여유로워졌다. 시간 계획도 예전보다는 느슨하게 세우고 하루라는 시간 중에 반드시 여유 시간을 남겨뒀고 여유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그 시간이 단 10분 일지라도 숨 막히는 살인적인 스케줄에서도 반드시 여유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잠시라도 숨통이 트여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었고 바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서 놓친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에 대한 건설적인 생각도 할 수 있게 됐다.

 하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  시간대를 파악하기 위해 나는 8 이상 동안 해오던 나의 습관을 바꿨다. 그때 내가 아무 계획 없이 제주도를 가지 않았다면 절대 깨닫지 못했을 시간의 여유라는 개념을 발견했다.  경험을 통해 빡빡했던 나의 하루 24시간에서 여유를 찾을  있었고  여유라는 것이 주는 의미를 다시금 느낄  있게 됐다. 지금 나에게 하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가 언제인지 묻는다면 오전 10, 점심시간 또는  잠자기  30  특정 시간대나 대략적인 시간을 말하기보다는 하루 중에 생기는 잠깐의 여유 시간,  시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라고 말할 것이다. 시간의 노예처럼 살았던 나에게 잠깐의 여유 시간은 나에게 만족감과 마음의 여유, 쉼을 주었기 때문에 여유라는 시간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다른 어느 것들보다 컸다.  

 당신의 하루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언제인가? 나와 같은 플랜맨처럼 사는 것이 나쁘고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의 하루 24시간 중에 잠깐의 여유 시간을 인식하고  시간 안에서 행복감을 낀다면 지금보다 삶의 질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계획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런 계획이 없어도 절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잠시 시간의 노예,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에게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마련하자. 그 시간이, 당신의 하루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분명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찾아가는 100가지 질문_일곱 번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