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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직장인 Mar 22. 2024

《일과 인생》_기시미 이치로

인생에서 일의 의미를 찾고 싶을 때 읽는 한 권의 책

 어느덧 나도 불혹이라는 나이가 됐다. 10대 때는 대학생을 동경했고 20대 때는 직장인을 동경했다. 직장인이 되고 나니 동경의 대상을 찾는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다.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조직과 개인의 성장을 위해 외부 교육이며 인터넷 강의, 타기업 직무 담당자와의 네트워킹 등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인지 모르게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았다. 

 더 나은 삶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연봉? 한 직무의 전문가가 되는 것? 머릿속 물음표만 가득하던 어느 날 이 책을 발견했다. 

 채용 업무를 하면서 많은 이력서를 접수하고 검토했다. 자신의 경력과 역량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나열하고 어떻게든 더 눈에 띄기 위해 어떻게든 더 돋보여서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과 조건에서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원자들. 물론 나도 그 지원자들 중의 한 명이었지만 막상 이직을 하고 난 뒤 새로운 조직에 대한 호기심과 연봉 인상, 복리후생에 대한 만족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책에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쓴 《크라톤》 중의 한 문장을 인용했다.


 “중요한 것은,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다.” 


 그저 사는 데 급급해하지 말고 마땅히 잘 살 수 있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지만 마음속에 딱 꽂히지는 않는다. 개인마다 잘 사는 기준도 다르고 잘 산다는 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는 경제적인 풍족함과 여유만이 해당하는 것 같다. 신입사원 대상 올바른 직업관 강의를 할 때 소명의식이라는 화두를 신입사원들에게 던진 적이 있다. 우리가 직장인으로서 각자에게 부여된 일의 의미와 목적을 갖고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사실 소명의식을 갖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나조차 소명의식을 갖기 힘든데,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 소명의식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던지면 마음에 와닿을까? 직장인으로서 내가 하는 일에 나만의 목적과 목표 의식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 나도 한때는 직장인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그 길이 마치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 과정 속에서 나름의 보람과 기쁨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생에서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했다. 직장인은 정년이라는 것이 있었고 과거의 관료제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역량이 되지 않거나 성과가 좋지 않으면 만년 과장, 만년 차장으로 지내거나 중간에 퇴사하여 식당이나 카페를 창업하는 경우도 있었다. 

출처 : https://now.rememberapp.co.kr/2023/02/18/25967/

 

 직장인으로서 남은 삶을 보낼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에 관심이 더 생겼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을까 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일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작가의 맺음말에서 찾을 수 있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거라면 일하는 것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일함으로써 불행해진다면 그것이 설령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다 해도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을 한다.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하면 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을 하기 위해 지금 힘겹게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서슴지 않고 도전하려고 한다. ‘너 나이에 그게 맞아? 너무 무모한 일이 아니니?’라는 주변의 시선, 다른 사람과의 비교,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나의 행복감을 놓쳐버릴 수는 없다. 

 남은 나의 인생에 행복감을 주는 일을 찾는다는 것이 누군가는 쉽게, 다른 누군가는 오래 걸릴 수 있다. 가지고 있던 것, 누리고 있던 삶을 포기하고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선택과 결정이다. 쉽지 않기 때문에 그 과정이 더 어렵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겪고 난 뒤 나의 새로운 40년, 달라질 삶을 생각하는 그 과정 속에 어쩌면 행복은 이미 나의 곁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일과 인생에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듯이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이와 상황은 극복할 수 있는 장애물이다. 장애물을 극복하는 힘, 그 힘을 갖추기 위해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는 나도 나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일, 남은 40년을 나와 함께 할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이 무의미할 수도 있고 결국 하던 일을 다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찾는 과정이 나에게 새로운 것을 도전할 용기와 무료했던 일상에 즐거움과 행복감을 줄 수 있고 이때까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의 강점과 재능을 발견할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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