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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직장인 Feb 20. 2022

나를 찾아가는 100가지 질문_두번째

요즘 내가 주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사소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 하느냐 하는 문제다.

  당신은 감정 조절을 잘하는가?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네가 긴장한 줄 몰랐어. 어쩜 그렇게 표정 하나 안 바뀌니?"라는 말이다. 회사에서 직원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도 가슴속은 쿵쾅쿵쾅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지만 발표하는 나를 본 사람들은 "하나도 안 떨던데? 얼마나 연습한거야?"라는 말을 했다. 긴장하고 손이 떨리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안 보였다니 다행이지만 나도 불안하고 걱정되고 떨리는 것은 다른 사람 못지 않다.

  나는 감정 표현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난다는 말은 잘 안 한다. 말이 아닌 분위기나 말투, 어조, 표정에서는 나의 감정 상태가 느껴진다고 하니 감정 표현을 안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감정표현을 안 한다기 보다는 안 좋은 감정을 입 밖으로 말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 더 정확한 것 같다. 그 이유는 다음 기회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느낌이나 감(感). 상대방의 외향적인 모습, 얼굴 표정만 봐도 '아! 이 사람 오늘 기분이 좋구나, 안 좋구나'를 판단할 수 있다. 회사 생활에서는 이런 능력을 '분위기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표현한다. 아침에 팀장이 출근할 때 기분이 좋은지 안 좋은지 '감'으로 팀장의 상태를 파악하고 눈치를 살피다가 보고 타이밍을 잡는다. 휴가 신청을 하는 것도 팀장의 분위기를 살펴가면서 이야기 해야지 무턱대고 이야기 했다가 휴가의 '휴'자가 나오기 무섭게 잘릴 수도 있다. 감정은 우리의 인생에서 사소할지 모르지만 나와 타인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 조절, 감정 관리를 잘하는 것은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매우 중요하다.


  불안, 걱정, 두려움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이다. 30대 후반의 가장. 아직 아이는 없지만 아내랑 작은 노견과 함께 살고 있다. 첫 직장에서 7년 정도 근무하다가 첫 이직을 했다. 연봉을 높이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전 회사보다는 아주 조금 더 받는다. 하지만 회사의 인지도와 내가 할 수 있는 권한과 역할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이직을 결심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경직된 조직문화와 변화를 두려워하고 옛 제도와 시스템을 고집하는 고직책자들,  정년이 보장된다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여기는 그들 사이에서 굴러들어 온 돌이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을 만든다고 했을 때 "이야 그것 좋다. 한번 해보자"하는 분은 없어 보였다. 젊은 직원들은 이런 조직문화뿐만 아니라 회사의 매출과 실적 저조라는 상황에 비전을 보지 못하고 지쳐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고 있다.

  처음에는 버티려고 했다.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다른 동료나 선후배들과 비교했을 때 나의 노력 대비 보상, 투자 대비 성과가 좋지 않았다.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얼마나 더 있을 수 있을까? 내가 이곳에서 버티는 것이 나의 커리어(career) 개발에 과연 도움이 될까?' 등 불안한 마음이 끊임없이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사무실 생활에서도 영향을 줘서 표정이 안 좋거나 말수가 줄어들었다.

 걱정됐다. 나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곧 불혹의 나이가 되는데 양가 부모님들은 "이제는 좀 자리 잡아야 되지 않겠니?"라고 하시지, 회사 상황은 별로지, 무엇을 먹고살아야 지금 하는 이런 걱정들을 안 하고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려웠다. '이대로 가다가는 뒤처지지 않을까?', '100% 만족할 수는 없어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데 괜찮은 걸까?'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뒤엉켜 풀리지 않고 계속 더 꼬이고 꼬여 가고 있었다.

  정답을 찾고 싶었다. 금수저도 아니고 부모님께 도움을 청할 여력도 되지 않았다. 혼자 힘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의 문제를 떠나서 매슬로우(Maslow)의 인간욕구 이론 5단계에 나오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달성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었고 기성세대들이 이야기하는 '자리를 잡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스위치처럼 쉽게 On / Off 할 수 없을까?

  '불안, 걱정,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안고 지내면서 출근하는 길에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정 상태가 매우 불안했고 사무실에 있으면 가슴이 답답했다. 별것 아닌 일로 상급자들끼리 언성이 높아지고 '니 일 내 일 '하면서 싸우는 것을 보면 정말 자리를 뛰쳐나오고 싶었다. 안 좋은 감정은 계속됐고 말수가 줄어들고 모니터만 보고 잇는 나를 보며 팀장도 "괜찮냐? 얼굴이 영 안 좋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해줬다.

  치유가 필요했다. 혼자 어디론가 떠나서 바다를 보거나 등산을 하고 싶었고 조용히 책을 보면서 나의 감정과 마음을 보살펴야 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결하는 것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에게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당시 내가 읽었던 책 << 아이(I)_모든 것이 가능한 나는 누구인가? >> 는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용기를 주는데 충분했다. 그중에서 가장 나에게 힘을 줬던 문장이 하나 있다.


이곳에 있는 당신은 안전하다. 예쁘고, 사랑스러우며, 특별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게다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당당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그게 원래의 당신이다.(p.118)

  

  원래의 나. 주변 상황과 조건에 맞춰 원래의 내가 아닌, 조직 속의 나, 상황 속의 나로 살아가다 보니 진정 나는 숨겨놓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의 병, 감정상태를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고 쌓아만 두다가 병이 생긴 나만 남아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나의 감정에 소홀했던 나는 스톱(Stop) 해야 한다. 사소한 감정 치부하면서 무시하지 말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제대로 관리해야 더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감정 관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의 감정이지 누군가 대신 만들어 준 감정이 아니다.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시작하여 나의 자아를 발견하는 것까지 나는 나의 감정을 돌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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