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어떤 얼굴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지금 나의 표정과 유사한 표정을 찾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무표정, 멍한 표정을 검색해보니 잘 생기고 예쁜 연예인들의 표정이 제일 먼저 검색이 됐다. '너무 현실적이지 않아'라고 생각하고 심각한 표정을 검색해봤다. 신기하게도 '심각한 표정'이라는 단어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 이미지는 대부분 우리가 TV에서 자주 봤던 정치인들의 표정들이었다. '왜 심각한 표정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정치인들의 얼굴이 나오지?' 스스로 의아해 하다가 결과로 나온 정치인들의 사진을 보면서 '내 표정이 정말 이런가?' 한참 생각했다.
잠실에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고 있는 아주 비싼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사람이 찍은 유튜브를 본 적이 있다. 최첨단 시설과 보안 시스템, 입주민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부대시설 뿐만 아니라 일반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인테리어, 옵션들에 대한 소개를 하는 내용이었다. 유튜버는 비싸게 입주해서 살고 있지만 정말 국내 최고의 아파트라고 할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만족한다는 소개를 하면서 한 마디를 하였다. 그 한 마디에 나는 좌절감을 느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하나같이 밝고 여유가 느껴져요." 그가 이곳에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일상 생활에 쫓기듯이 바쁘게 살면서 무표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곳에 사는 입주민들에게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경제적인 여유라는 것이 정말 사람의 표정과 감정까지 좌지우지 할만큼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일까? 그럼 나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하루 종일 무표정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개인적인 사유, 건강상의 이유로 도시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산이나 바닷가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터뷰 하고 그들과 하루 이틀 정도 같이 지내면서 그들이 '왜 이곳에 와서 살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자주 보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가끔 채널을 돌리다가 잠깐씩 보면 '어떻게 저렇게 살지?', '전기도 없고 인터넷도 잘 안 되는데? 밤에 무섭지 않을까? 외롭지 않을까?' 와 같은 걱정들이 나도 모르게 생긴다. 하지만 인터뷰하는 그들의 얼굴은 신기하게도 다 행복해 보였다. 가족이 없고 혼자서 지내면서, 물이나 전기를 쉽게 구하지 못하고 자급자족하면서 끼니를 어렵게 때우는데 어떻게 표정에는 행복함이 보일까? 최고가의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정반대로 하염없이 부족하고 가난해 보이는 그들의 삶의 모습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의 표정에 여유와 행복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분명 경제적인 여유가 나의 표정을 좌지우지하거나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는 결론이 나온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의 감정 상태와 기분을 아무리 숨기려고 노력을 하고 가면을 써도 결국 얼굴에 다 들어난다는 얘기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의 눈치를 간혹 살핀다. 아침에 팀장이 즐겁게 출근하면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은근슬쩍 다 한 걸로 보고할 수도 있고 자주 하던 오타나, 말이 안 될 것 같은 보고서도 무리 없이 아주 평온하게 검토나 결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팀장이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 보이거나 기분이 나빠 보이면 그때부터 팀 내에서 눈치 경쟁은 시작된다. 무언(無言)으로 서로에게 눈빛으로 '누가 먼저 보고할래?'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러다 용기 내어 한 명이 보고를 하고 평상시에는 충분히 승인될 수 있는 문제도 팀장 기분이 별로이니깐 계속 지적받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그래서 직장생활에서 특히 상급자의 분위기, 감정 파악이 중요하다. 상급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상급자의 얼굴, 표정을 잘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물론 감정 관리를 잘해서 얼굴에 티도 안 날 정도로 professional 하게 표정관리를 잘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지금까지 봐 온 대부분의 팀장들은 표정이 다 읽혔다.
본론으로 들어가 요즘 나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어쩌면 무표정에 가까울 수 있다. 하루는 회사에 출근해서 열심히 엑셀 작업을 하고 있는데 팀장이 커피 한 잔 하자며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바빠 죽겠는데 또 무슨 말을 하려나' 속으로 생각하면서 같이 나갔다. 팀장은 요즘 내가 말도 없고 표정이 너무 어둡고 심각해 보여서 말 걸기가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그 정도였나?' 코로나19로 인해 사무실 내에서도 마스크를 써서 눈을 제외한 모든 얼굴을 가리고 근무를 하고 있는데 팀장이 나의 표정을 읽어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고 정말 그 정도 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면서 거울을 봤다. 매일같이 하는 행동이었지만 오늘은 면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의 표정이 어떤지를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Oh my god!" 내가 이런 몰골로 회사를 다녔던 건가? 이런 얼굴은 군 시절, 2주 동안 씻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훈련했을 때 보다도 못한 표정이었다. 얼굴은 검고, 다크 서클은 끊임없이 내려와 있고 얼굴에 웃음기는 하나도 없고 입꼬리는 평상시 보다 더 내려가 있었다. 평상시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부담스러워서 잘 안 보기도 했지만 씻으면서 가끔씩 나의 얼굴을 볼 때는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피곤함과 힘듬이 공존하면서 약간의 우울함도 느껴졌다. '이래서 팀장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거였구나' 단번에 팀장이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나의 얼굴 상태가 이런지도 모르고 팀장이 "힘든 것 없냐? 괜찮냐?"라고 물어봤을 때 아무 문제없고 괜찮다고 했으니 표정과 말이 다른 나의 모습을 보고 팀장이 계속 의심의 눈초리로 본 것은 당연했다.
'나의 표정은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분명 이유는 있었다. 지속되는 야근과 수시로 바뀌거나 추가되는 보고서, 엑셀 작업을 하면서 '이걸 내가 왜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키는 것만 하고 수정하라는 것만 수정하면서 수동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었다. 물론 회사의 업무 사이클상 지금 시기는 수동적으로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 나는 짜증도 났고 회사 생활의 의욕도 찾지 못하고 있는 시기였다. 팀 간에도 이 업무가 니 꺼냐 내 꺼냐 하면서 서로 일러바치면서 싸우고 있고 합리적인 방법이 아닌 직위와 나이로, 흔히 이야기하는 회사 생활의 짬으로 눌러가면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했고 평소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업무 시간에 산책을 나가는 일이 없었는데 사무실 내부가 너무 답답하고 숨도 쉬기 어려워서 여러 번 밖으로 나와 산책을 했다. 팀장에게는 이런 상황들을 일일이 털어놓을 수 없었다. 나약해 보일 것 같았고 직급, 연차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견디지 못하고 불평불만하고 힘들다고 하면 나에 대한 안 좋은 평가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혼자 마음속으로 참고 삭혀가면서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의 표정에 나타났던 것이고 나는 그 상태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표정관리가 필요했다. 어쩌면 표정관리보다는 마음관리, 감정관리가 더 필요했다. 정신건강 전문의 한창수 교수가 쓴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이라는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인생을 잘 사는 사람은 자기 내면을 건강하게 들여다보고, 쉽게 좌절하지 않으며,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잘 다스린다. 충동과 욕심이 느껴질 때 이를 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행동하는 사람은 동물이나 유아와 다를 바 없다. 당신은 당신이 지금 놓인 현실에 기반해 본인의 감정을 이해하면서 지금 할 일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p. 237)
나의 감정이, 나의 상태가 이미 번 아웃되어 있고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황에서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으로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이었다. 감정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감정관리를 하면서 지금 놓인 현실에 충실한 사람으로 사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사람이라는 말이 감정과 상황에 일희일비하며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고 도망치려는 나의 모습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쉽지는 않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기분 나쁘고 화가 나고 짜증 나는 일을 숨기기만 하면 마음속에서 곯고 곯아서 우울증과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듯이 적절한 감정관리가 필요하다. 참는 게 능사가 아니다. 나만의 방법으로 감정 관리를 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현실에 더 집중하고 지금 할 일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 속 부록에 '무기력 극복 챌린지 30일 탬플릿'도 있으니 한번 따라 해 봐도 좋을 것이다.
얼굴에는 나의 삶이 담겨 있다. 지금 내가 짓고 있는 작은 표정 하나하나가 결국 10년, 20년 뒤 나의 얼굴을 만든다. 나의 첫인상을 얼굴에 화가 가득한 사람으로 아니면 웃는 얼굴이 가득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관리하고 노력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닮고 싶은 얼굴이 하나 있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다. 생김새도 다르고 피부 색도 다르지만 조지 클루니처럼 멋있게, 세월의 많은 흔적이 지나갔지만 그것이 보이지 않고 여유와 웃음으로만 채워진 얼굴을 갖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매일 같이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면서 나의 표정을 관리하자. 비싼 화장품, 고가의 피부미용 시술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상시에 내가 어떤 마음 가짐과 감정 상태로 나의 표정을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꼭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