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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직장인 Mar 20. 2022

나를 찾아가는 100가지 질문_여섯번째

오늘도 무사히 살아낸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오늘도 무사한 하루를 보냈다. 6개월 남짓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하였기에 팀장이 지금 당장 나에게 지시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나의 자리는 팀장 바로 앞자리이고 나의 옆자리 동료가 나의 업무를 인수인계하기로 했기에 자리 배치상 중간에 끼어있는 나는 퇴사하는 그날까지 좌불안석인 상태다.

 처음에는 나도 열심히 해보기로 했고 열심히   있을  같았다. 나에게는  회사가  이직이었기 때문에 달라진 모습과 평가를 받고 싶었고 이전 회사에서 했던 좋은 제도들, 최신 트렌드에 맞는 것들을 적용해서 나만의 성과를 내고 싶었다. 나는 6개월을 견뎠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내가 버틸  있는 최대한의 마지노선이었다. 이유는 여럿이 있지만 가장   가지 이유   번째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수가 없을  같았다. 아니 확실하게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에 평균 10 이상씩 근무하는 사람들이었고 나이도 평균 연령이 50 이상으로  높았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들도 입으로는 얘기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지금 자신의 위치를 뒤흔들고  하던 일을 하게 한다면 다들  좋은 제도고 쓸데없는 제도라는 평가를 했다.

 두 번째, 나도 이들처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싫었다. 개개인의 사람이 싫은 것이 아니라 변화를 거부하고 자신의 위치만을 지키려는 그들의 옹졸한 모습, 나이가 들었지만 포용력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내가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나도 어른이 되겠지만 그런 어른으로 누군가에게 비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의 경력에 오점이 될지라도 이 회사를 짧게 다니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나에게 더 이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회사에서 퇴사 앞둔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회사를 그만둘 사람에게 친절하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도 없고 " 그만두냐, 어디로 가냐, 조금  버텨보지 않겠냐?"라고 물어보거나 붙잡는 사람도 없다. 물론 일을 주는 사람은 당연히 없다. 떠날 사람이라서 그런지 나에게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것 같았다. 나에게 남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물어보거나 의견을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울 뿐이었다.


[괜찮다. 잘 한 선택이다]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나에게 '바보 같다. 섣부른 선택이다.' 또는 '곧 좋아질 것이다. 네가 필요하다' 등 어떤 말을 하더라도 이미 나는 마음이 떠났기에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팀 내에서 내가 모르는 일들이 많아지고 일부러 공유를 안 하는 일도 생기면서 소외감도 느끼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한다. 팀원들은 나의 퇴사일이 언제인지 궁금해하고 빨리 후임을 뽑지 않을 거냐고 물어보지만 내가 채용을 책임질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할 말도 없다.

 평소에도 주변 눈치를 많이 보는데 지금 나의 상황을 고려하고 주변의 분위기와 남아있는 사람들의 시선에 나는 적지 않게 위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계속 '괜찮아. 나는    거야'라고 주문을 걸고 . 이런 마음 상태로 퇴근 시간이  엄청난 해방감이 느껴질 정도이니 지금 나에게 회사는 가기 싫지만 끝마무리를 위해서라도  수밖에 없는 곳인 것이다.


괜찮아. 잘한 선택이야

 페터 비에리의 책 <<자기 결정>>에서 자기 결정의 삶이란 외부의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아가고 발견하면서 '진정한 나'의 삶을 살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는 말에 100% 공감이 됐다. 나는 이름 있는 회사, 비전이 보였던 직무, 기대했던 회사 분위기를 생각하고 이 회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지 않았다. 참고 견디고 버티려고 했지만 나도 그럴 마음과 의지도 없을뿐더러 주변에서 나에게 그런 마음과 의지를 심어주는 상황도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비롯 시간이 지난 뒤에 그 선택이 후회가 되더라도 그것 또한 인생의 교훈이 되고 경험이 되기 때문에 지금 나의 선택은 분명 잘한 선택이라고 나는 믿는다. "괜찮아. 잘한 선택이야". 나는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고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결정하면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괜찮다! 잘한 선택이야"라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친 나에게 수십 번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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