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나 자신을 조금 떨어져 관찰한다면, 어떤 모습인가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나만의 신념과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나를 제3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문득 학창 시절 국어나 문학 수업에서 들었던 다양한 소설의 시점들이 생각난다. 소설의 시점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화자의 시선, 관점을 말하는데 크게 1인칭 주인공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등으로 나누어진다. 시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이야기 전개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상황 묘사나 서술 방법도 달라진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은 소설이 아닌데, 소설 속 화자처럼 상황과 시점에 따라 1인칭, 3인칭으로 또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전지전능한 신처럼 관점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명상이나 심리학에서는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복잡한 머릿속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3인칭 시점으로 나를 바라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나도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3인칭 시점으로 지금의 나를 본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잠깐 동안은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 같았지만 그 잠깐의 순간이 지나면 원래의 나의 감정과 생각에 매몰되었고 더 이상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3인칭 관점을 유지하는 노력]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습을 해봤다. 보고 들은 것은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요가매트에 반가좌 자세로 앉아 보기도 했지만 자세가 불편하고 고질병인 허리 통증으로 5분도 되지 않고 자세를 바꿨다. 명상 음악을 들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 유튜브에서 아침 명상 음악, 힐링 명상 음악을 찾아서 들어 봤지만 졸릴 뿐이었다. 산책도 해보고 글도 써보면서 나를 조금 떨어져 관찰하기 위한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그러다 보니 나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아침에 혼자 산책을 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좋았다. 어제 있었던 일들, 오늘 계획되어 있는 일들, 앞으로 살아갈 일들을 걸으면서 생각하다 보면 마음도 머리도 한결 가벼워졌다. 생각도 정리가 되었고 3인칭 시점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도 조금씩 가능해졌다. 이외에 한 가지 방법을 더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글을 쓰면 서다. 하얀 백지나 일기장에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적다 보면 산책을 했을 때와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글로 적다 보면 적어 놓은 내용을 다시 보면서 나에게만 몰입되어 있는 나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생각과 감정들이 기록된 종이를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었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싶다면 나는 내가 했던 산책과 글쓰기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나의 기분도 체온과 마찬가지. 순간순간 기분은 변하고, 모든 다른 체온의 내가 나이듯 모든 다른 기분의 나도 나다.
김은주 작가의 책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의 일부분이다. 이 책은 BTS 정국이 읽었다고 해서 BTS팬들이 많이 봤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나를 3인칭 관점으로 바라보고 각 상황별로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명확했다. 주변 사람들은 잘 관리하지만 진정 소중한 나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나라는 존재에 대해 잘 신경을 안 쓰기도 하고 못 쓰기도 한다. 어차피 나라는 사람은 나로 죽을 때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나를 관리해야 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만큼 나를 관리하고 관심 가져야 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오늘의 나를 조금 떨어져서 관찰하는 이유도 바로 나를 잘 가꾸기 위해서다. 나의 마음과 생각들을 계속 관리하고 가꿔 나가야 나의 자존감도 지킬 수 있다. 내가 겪을 수 있는 많은 상황 속에서 나를 나만이 지킬 수 있다. 이 책은 분명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나의 상태를 파악하고 나를 지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었다.
오늘은 22년 3월 19일이다. 물론 이 글은 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쓰고 있기 때문에 20일이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나의 일기장을 통해 글로서 나의 하루를 객관적으로 돌아봤다. 텃밭 가꾸기, 강아지 병원 가기, 어머니 집 가기, 장보기, 귀촌 계획 등 오늘도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생각들과 고민들로 가득 찬 하루였다.
그중에서도 오늘 하루 종일 머릿속에 떠돌았던 생각과 감정은 최근 아내와 준비하고 있는 귀촌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귀촌을 하는 삶이 나와 아내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일지, 가서 잘 살 수 있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과 걱정, 불안들로 생각이 자꾸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언제나 나와 함께 했다. 그렇지만 늘 그랬듯이 난 잘 적응해왔다.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큰 문제없이 환경과 여건 속에 나를 잘 적응시켜왔다. 이런 내용들을 글로 적어 보면서 걱정과 불안 속에 있는 나를 3인칭 시점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나는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결론을 찾았다. 이것이 바로 나를 조금 떨어져 관찰하면서 알게 된 나의 진정한 힘이다.
나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나만의 방법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키워서 나조차 몰랐던 나의 힘과 능력들을 모든 사람들이 발견하기를 바란다. 우린 충분히 그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