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 2025년 7월에 쓴 글입니다.
평생 내 곁에 있을 것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아내와 이별한 지 벌써 50일도 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후회와 자책이 밀려온다.
함께한 42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그 속에서 내가 미숙했고 부족했던 순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턱없이 부족했던 나 자신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마지막 한 달,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내가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날 밤에 통증을 견디지 못해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라고 내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무슨 뜻인가 잠시 머뭇거렸다. 이제 아침에 일어나서 내 얼굴을 안 봐도 좋단 말인가?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당신 얼굴을 볼 수 없단 말인가? 우리의 인연을 42년 만에 끝내자는 말인가? 아내의 본심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또 내가 해줄 것이 없다는 사실에 내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얼마나 아프면 저런 말을 할까...
그 시간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다.
조금만 더 세심하게, 더 자상하게 아내의 몸과 마음을 돌봤어야 했다.
한 번이라도 더 꼭 안아주고, 손을 잡아주고, 따뜻한 말을 건넸어야 했다.
내 마음속 이야기를 모두 전했는지도 자신이 없다.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따르면 되니 너무 걱정 말라고.
하느님께서 당신을 부르시는 날이 오더라도, 이 세상 일은 나에게 맡기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라고.
하느님 나라에서 고통 없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나와 딸을 내려다보며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딸은 내가 살아 있는 한 잘 챙길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나도 당신의 뜻대로 씩씩하게 살아가겠노라고.
평생 나의 아내로, 우리 가족을 위해 헌신해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당신을 더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병마와 맞서 씩씩하게 싸운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내가 하느님의 부름을 받는 순간, 꼭 마중 나와 나를 안아달라고.
“진심은 꼭 말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지 않냐”는 딸의 말에 위안을 받는다.
내 진심을 아내도 알아주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결혼 생활 내내 참으로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의 이런 마음을 전했다.
아내도 같은 마음이라며 내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돌아보니 나의 행복은 아내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깊은 배려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런 아내가, 부족한 나를 아쉬운 마음으로 떠난 건 아닐지... 미안한 마음뿐이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다.
아내가 투병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무엇이 제일 무서워요?”
내 마음속 대답은 ‘당신과의 이별’이었지만, 말은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결국, 그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렸고, 나는 정신을 추스를 새도 없이 시간 속에 떠밀려왔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이 이별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잠시의 이별’이라고.
아내의 영혼이 하늘나라에서 고통 없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있음을 확신하니, 내가 지금 아내를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 해도 기꺼이 견딜 수 있다.
언젠가 하느님의 부름을 받아 나도 그곳에 이르게 된다면,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 죽음조차 두렵지 않을 것 같다. 그날 아내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아내가 남긴 말처럼 씩씩하게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