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에 쓴 글입니다.
용인에 있는 이 실버타운으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되어간다. 이제는 새 환경에 거의 완전히 적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사 직후의 어수선한 과도기를 지나, 일상은 제자리를 찾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어디로 이사를 가든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동네에 살기 시작하면 한두 달쯤 지나 마을버스 노선이 눈에 들어오고, 자주 지나는 사거리의 신호등 순서까지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남자들이 군에 입대해 이병 시절에는 내무반만 알다가, 일병이 되면 부대 전체를, 제대할 즈음에는 옆 부대 사정까지 훤히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제 실버타운 내부 구조와 각종 부대시설도 모두 파악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곳은 혼자서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 실내 골프 연습장, 그리고 목욕탕 정도다. 영화관, 노래방, 당구장, 탁구장, 포켓볼장, 바둑·장기방, 마작·체스방, 공방 등 다양한 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피트니스 센터, 실내 골프 연습장, 목욕탕, 식당은 단지별로 하나씩 마련되어 있다. 내가 거주하는 1단지(4개 동)보다 2단지(7개 동)의 입주민이 더 많다 보니, 시설 규모도 2단지가 조금 더 크다. 그렇다고 1단지 시설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사람이 많아 대기한 적도 없고, 실내 골프 연습장 역시 7개의 타석이 항상 여유로워 조용히 연습하기에 충분하다.
사우나 시설은 거의 매일 이용하고 있다. 하루 두 번까지 무료지만, 목욕을 지나치게 자주 하는 것이 피부에 좋을 것 같지는 않아 하루 한 번만 이용한다. 나는 냉온탕과 사우나를 좋아하지만, 몇 년 전 하지정맥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장시간 온탕이나 사우나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둔다. 그래서 시작과 끝을 냉탕으로 하고 중간의 온탕은 5분 이상 이용하지 않으려 하며, 목욕탕에 머무는 시간도 30분 이내로 제한하려 노력한다.
여러 동호회가 있기는 하지만, 막상 가입할 만한 모임은 아직 찾지 못했다. 배드민턴 동호회가 있으면 바로 가입하려 했지만 아직 개설되어 있지 않아, 결국 외부 배드민턴 클럽에서 레슨을 받고 있다.
이사 온 이후로 대부분의 활동을 혼자 하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곳 입주민의 평균 연령이 78.1세라고 하니, 나이 차이가 적지 않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거나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식사는 지금까지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늘 혼자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원래 혼자 있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는 편이다. 젊었을 때부터 혼자 식당에 가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일에 익숙했다. 나는 단순한 사람이라 목적에 충실하다. 배가 고프면 식당에 가고, 영화를 보고 싶으면 극장에 간다. 그것을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변에 노인들만 있으면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주변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편이 아니라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위에 노인들이 많든, 아이들이 많든, 내가 내 생활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이곳은 나에게 ‘실버타운’이라기보다는, 필요한 편의시설이 한 건물 안에 모여 있는, 밥까지 챙겨주는 아파트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요즘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고 묻곤 한다. 사실 나의 일상은 그리 한가하지 않다. 요즘의 생활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먼저 글쓰기다.
블로그에는 지난 6월 말부터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 또한 외국인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쓰레드에는 ‘생활 한국어’와 ‘한국 생활 팁’을 하루에 하나씩 올리고 있다.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배드민턴은 레슨과 동호회 모임에 각각 주 1회씩 참여하고 있고,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주 2회 한다. 실내 골프는 주 1~2회를 목표로 계획 중이며, 단지 앞의 낮은 산을 주 1회 산책 겸 오른다. 등산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민망한 높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일정은 아버지 방문이다.
서울에 계신 아버지를 주 2회 찾아뵙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편도 두 시간이 걸리니, 아버지를 뵈러 가는 날은 그것만으로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며칠 전 돌아보니 11일 중 10일이나 아버지를 뵈었다. 서울에서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거나, 늦은 시간까지 일이 있을 때는 아버지 댁에서 자고 다음 날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 정도면 이사 오기 전보다 훨씬 자주 찾아뵙는 셈이라, 이제는 아버지도 “멀리 이사가 얼굴 보기 힘들다”는 말씀은 못 하실 것 같다.
또한 이런 일상의 흐름 속에서,
내년부터는 인근 대학병원에서 주 1회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고, 한 가지 국가자격시험에도 도전해볼까 고민중이다.
내년부터는 일상이 조금 더 바빠질 것 같지만, 지금처럼 하루를 채워가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문득문득 아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한가하게 소파에 앉아 있을 때도, 잠자리에 들기 전 불을 끄는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그녀가 떠오른다.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마음 한켠에서 불현듯 스며들 듯 찾아온다.
아내가 없는 일상에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아내가 그립지 않은 날은 아직 없다. 그리움은 사라지기보다는 일상의 일부가 되어, 바쁜 하루 사이사이에 조용히 고개를 든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나는 오늘을 살아간다.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채우고, 해야 할 일을 하고, 몸을 움직이며, 글을 쓰고, 아버지를 찾아뵌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도 잘 지냈어. 당신도 잘 지냈지?”
보고 싶은 사람이다.
덧붙이는 글
며칠 전 실버타운 소식지에서 읽은, 내가 거주하고 있는 실버타운에 관한 통계이다.
* 입주율 99%
* 자가율 75%
* 부부 61%, 독신 39%
* 남자 1,000명 (43%), 여자 1,304명 (57%)
* 평균 연령 78.1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