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에 쓴 글입니다.
1년 반 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 왔다.
26층 건물이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2층. 1층에는 상가가 있어서 아래층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층간소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또 하나 좋은 점은 거실 창 밖으로 화단이 보인다는 것이다.
비록 2층이지만 마치 1층처럼 자연이 가까이 느껴지는 집이다.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는 보안이 조금 걱정되었지만, 이중창이 설치되어 있어 큰 문제는 없겠다는 생각에 계약을 결정했다. 사실, 우리 집에 도둑맞을 만한 귀한 것도 별로 없다.
지난봄에는 아내와 함께 양재동 꽃시장에 들러 여러 색깔의 튤립 스무 송이를 사서 거실 밖 화단에 심었다.
꽃이 피는 동안 그 화려한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작은 호사를 누렸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꽃을 심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돌이켜보면, 평생 처음으로 꽃을 직접 사서 심어본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작업은 아내의 지시와 감독하에 이루어졌고 나는 단지 그녀의 작업 아바타였다.
그리고 오늘, 일요일 아침. 새벽 배드민턴을 다녀와 아침식사를 하던 중, 우연히 거실 창 밖을 내다보다가 작은 꽃 하나를 발견했다.
사랑초였다. 아내가 좋아하던 꽃 중 하나이다.
‘저 꽃이 왜 저기서 피었지?’
'작년에도 저기에 있었던가?'
아니면,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가 보내준 거라고 생각하면 너무 나간 거겠지?
이 이야기를 처형에게 하니, 아내가 올해 초봄에 집 안에서 키우던 사랑초가 얼마 남지 않아 시들해졌는데, 없애기보다는 밖의 화단에 옮겨 심었다고 했다.
그런데 왜 오늘에서야 내 눈에 띄었을까?
어쨌든 분명한 건, 그 사랑초는 아내의 손길이 닿은 꽃이라는 것이다.
아내는 꽃을 좋아했다.
넓지 않은 집에서 아내의 모습이 안 보일 때면, 대부분 거실 창 앞 바닥에 앉아서 화분을 손질하고 있었다.
(식탁에 가리면 잘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그 사랑스러운 뒷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던 꽃은 도라지꽃과 안개꽃이었다.
젊은 시절의 나는 꽃을 선물할 줄 몰랐다.
아내에게 꽃을 자주 선물하게 된 것은 한국에 돌아오고나서 부터니까, 고작 한두 해 전의 일이다.
지하철 역에 꽃집이 있어서 귀가길에 자주 들러 꽃을 샀다.
하지만 꽃집에 도라지꽃은 없었고, 안개꽃만 덩그러니 선물하기가 망설여져 주로 장미를 사곤 했다.
어느 날, 아내의 휴대폰에서 단체채팅방 내용을 보게 되었는데 (우리 부부는 서로의 전화기를 자유롭게 보곤 했다), 아내가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장미가 별로인데, 남편은 꼭 장미만 사와.
그래도 그 마음이 고마워서 이 사실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 거야.”
그 글을 보고 나는 더 이상 장미를 사지 못했다.
요즘은 아내를 보내준 곳에 갈 때면 안개꽃을 들고 간다.
오늘도, 꽃을 좋아하던 아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