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에 쓴 글입니다.
지난번에는 아내의 목소리를 AI로 재생해 보려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글에 적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AI를 이용해 사진을 합성해 보았는데, 놀라울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AI와의 첫 만남
작년 11월 초, 우연히 무료 AI 강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참석한 적이 있다. 송파 청소년센터에서 열린 강의였는데, 강사는 AI 미래교육연구원의 박시은 대표였다. 사전에 강의 안내문에 협찬사 광고 시간이 포함된다는 안내가 있었고, 실제로 보람상조의 광고가 총 3시간 강의 중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1시간 반의 AI 강의가 매우 충실했기에 참석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당시 AI, 특히 ChatGPT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그 강의는 AI 세계로 들어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생활 속으로 들어온 ChatGPT
그날 이후 ChatGPT는 내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의 도구가 되었다. 매일같이 도움을 받고 있기에 한 달에 약 3만 원의 유료 회원으로 전환했는데, 개인 비서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가끔은 잘못된 답 (Hallucination)을 주기도 하지만,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다른 AI들과 교차 확인(cross-check)하며 오류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아내의 투병 기간 동안 나타나는 증상들을 ChatGPT에 물어보곤 했다. 덕분에 아내의 상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예후를 가늠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다시 찾은 강의, 그리고 새로운 발견
지난주에도 박시은 대표의 강의 소식을 듣고 다시 참석했다. 이번에는 송파 가든파이브툴에서 열렸는데, 보람상조의 광고는 이전과 거의 같았지만 박시은 대표의 강의 내용은 훨씬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AI 분야가 워낙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10개월 만에 다시 들은 강의는 이미 많이 진화해 있었다.
그중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사진 합성 AI 프로그램이었다. 이름은 ‘나노 바나나’였는데, 예를 들어 두 장의 사진을 주고 “첫 번째 사진의 사람들을 두 번째 사진에 넣어줘”라고 명령하면 새로운 사진을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이었다.
아내와의 미완의 여행을 사진으로
그 순간 떠오른 것은 아내와 나눴던 대화였다. “나는 아직도 당신과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이 많으니, 우리 둘 중 누구라도 지금 떠나면 안 돼.” 아내와 함께 꿈꾸던 여행지에서 나란히 찍은 사진을 합성해 보고 싶어졌다.
집에 와서 ‘나노 바나나’ 사이트에 접속해 무료 테스트를 해보았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페루 마추픽추 사진과 아내와 함께 프라하에서 찍은 사진을 합성했더니 결과는 아쉽게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시 지시를 수정했더니 이번에는 크레딧이 부족하다며 유료 결제를 요구했다. 한 달 약 2만 원 정도라 큰 고민 없이 결제했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놀라울 만큼 정교한 합성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냥 보면 진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원본 사진에 없는 그림자까지 만들어내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하늘에 닿은 위로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요르단 페트라에서도 아내와 찍은 듯한 사진을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사진들을 여러 번 합성해 보아도 결과가 항상 같지 않다는 것이다. 운도 따라야 하는 셈인데, 다행히 나는 몇 번 만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늘에 있는 아내가 힘을 보태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아내의 병이 치료되면 꼭 함께 가리라 마음먹었던 장소들이었기에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아내가 떠난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렇게나마 함께한 사진을 손에 넣으니 마음 한켠이 위로받는 듯하다. 하늘의 아내도 아마 흐뭇해하며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
AI의 놀라운 가능성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사진 한 장, 목소리 한 줄마저도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이 기술이 악용되지 않고, 사람들의 삶을 더욱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해 본다.
나는 위의 세 장의 사진을 인쇄해 액자에 담고 싶었다. 집 근처의 단골 액자 가게는 이미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들로 몇 차례 주문을 했던 곳이라, 사장님이 나를 기억하고 계신다. 이번에는 가로 사진 두 장과 세로 사진 한 장이라 배열이 쉽지 않았는데, 사진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며 기본 사이즈는 6x8로 하되 배치는 전적으로 사장님께 맡기겠다고 부탁드렸다.
오늘 액자를 찾으러 가보니, 기대 이상으로 멋지게 완성되어 있었다. 사진의 비율을 살리기 위해 가로 사진의 위아래를 조금 잘라 파노라마 느낌으로 만들어서, 세로 사진과도 균형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역시 맡기길 잘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사장님은 액자를 가리키며 물으셨다.
“여기는 마추픽추, 여기는 우유니 사막 맞지요? 그런데 여기는 어디인가요?”
“그곳은 요르단의 페트라입니다.”
“좋은 곳은 다 다녀오셨네요. 저도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인데… 참 부럽습니다.”
순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분이 합성 티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해주신 것일까. 문득 작년 크리스마스에 ‘아내를 위한 기도문’ 액자를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장님은 아마 아내가 투병 중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분은 하느님의 일을 돕는 작은 천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사장님, 액자를 정말 마음에 들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에는 감사뿐 아니라, 나를 기억해 주고 내 추억을 소중히 다뤄주는 그 마음에 대한 고마움도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