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들 이야기
벌써 작년 일이다. 나를 엄청난 고민과 생각에 빠트렸던 그 아이...
시간이 이만큼 흘러야 적어볼 생각이 드는 이야기...
우리 반과 학교에서 수많은 사건 사고를 일으키던 그 아이를 결국 나는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해결방법이 없는 채로 학교에서 보고 있다.
그동안 그 아이의 행적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교내에서 흡연을 하고 학교 밖에서도 흡연을 하고 심지어는 편의점에서 전담을 훔치려는 시도까지 하였다. 같은 반에 힘이 약한 아이를 교묘한 수법으로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일부러 장난으로 넘어지는 척하며 폭력을 행사하고 급식실에서 주변에 둘러앉아 시비 걸고..
또 다른 학생에게는 장난을 빙자한 목조르기를 해서 당한 학생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학교에 올 때 맨발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온다.
잘못에 대한 지적을 하면 실실 웃고 구부정한 자세로 딴생각을 한다. 잘못에 대해 반성하는 기색이 없고 누구의 말에도 정신이 딴 데 가 있다.
수업을 무단으로 빠지고 화장실에 있거나 학교 밖으로 무단 외출을 한다.
수업 시간에는 바르지 못한 자세로 딴짓을 하며 수업 분위기를 흐트러뜨린다.
등등... 해도 해도 너무 많다.
그렇게 힘들게 하던 아이가 작년 가을에 서울로 전학을 갔다. 어머니가 전학을 결정한 이유는 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더 나빠질까 봐, 다른 학교의 무서운 선배들과 엮여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이유도 한몫을 했다. 전학도 쉽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이사할 생각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울의 외할머니댁으로 쉽게 말하자면 위장전입을 하였었다. 첫 번째 학교에서 가정방문을 갔을 때 위장전입이 들통이 나서 다시 우리 학교로 왔다. 두 번째 학교로 전입 시도를 할 때는 좀 더 치밀하게 준비를 하신 듯했고 다행히 전입이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이제 떠나간 존재가 되었나 할 즈음, 그쪽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이 아이는 어떤 아이냐고...'
담임 입장에서 나쁘게만 말할 수도 없고 좋게만 말할 수도 없었다.
객관적인 사실들만 이야기를 해주고 그나마 내가 애정을 갖고 좋게 본 부분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고 몇 달이 지났을까...
서울 그 동네에서 방화 사건을 비롯한 각종 문제들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다른 친구들 입에서 들려왔다.
환경이 바뀌면 아이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좀 거기서 잘 적응하고 지냈으면, 학교 생활 제대로 하고 다녔으면 하는 마음이 컸는데...
그러고 2025년이 되고 새 학기가 되었다.
올해 3월 이 아이를 둘러싼 소문이 또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학교가 떠들썩했다. 왜 다시 오는지부터 정말인지 아닌지...
결국 서울의 그 학교에서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 아이는 다시 전학을 왔다.
애초에 전학 갈 때부터 '학폭'으로 떠나간 게 아니기 때문에 다시 올 수 있다고 하고, 우리 학교가 받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다시 학교에서 만난 진우는 키가 훌쩍 커있었고 여전히 말라있었다.
담임으로서 한 때 내가 품었던 아이라 반가운 마음도 반, 걱정스러운 마음도 반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걱정스러워하는 부분이 더 많았다.
그래.. 그래도 2학년이 되었으니 좀 더 성장했겠지. 몸도 자라고 머리도 자랐으니 함부로 행동하진 않을 거야...
이런 내 바람을 뒤엎고, 2학년에서는 온갖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일들의 절정이 바로... 언론에 나올 수밖에 없었고 지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 사건.
그 사건의 중심에도 이 아이가 있었다.
도대체 왜?
다시 돌아온 아이를 마주칠 때마다 그래도 이 아이를 안쓰럽게 여겨줄 사람은 나뿐인 거 같아서 반갑게 웃어주고 따뜻하게 말 걸고 했었는데..
자기를 믿어주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바른 길로 가기를 바라는 선생님이 한 명은 있다는 걸 이 아이가 알 수 있게끔, 그래서 먼지만큼이라도 이 아이의 성장에 내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하였다.
나중에 언젠가 철이 들고 사회적으로 성숙해졌을 때 학창 시절의 기억이 야단맞고 혼나는 것만이 아닌 그래도 한 명의 선생님은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었지 하는 그 기억이 있었으면 해서..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이 잘못된 걸까...
교직에 들어선 지 20년이 되었고 그동안 여러 종류의 어렵고 힘든 아이들을 만나왔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면 철이 들고 문제아들도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변화에 대한 믿음은 20년간 지속되었다. 그 아이가 지닌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부분을 보려고 노력해 왔다. 그래서 이 아이를 처음 만난 작년에도 지금은 이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언젠가는 달라질 거야 라며 관심과 지도를 게을리하지 않아 왔다. 그런데 지금은 더 나빠진 모습만 보여서 너무 속이 상하고 변화에 대한 믿음을 계속 가지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마음을 같은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솔직히 말할 수도 없다. 이미 그 학년에서는 이 아이에 대한 불신과 약자를 괴롭히는 모습에 진절머리를 치고 있고, 어떻게 할 수 없이 교권이 침해되는 현실에 분노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헐렁한 사람인가...
내가 이상한 건가...
지금은 이런 상태다.
또 시간이 지나 이 아이가 달라진다면 나는 또 여기에 글을 쓸 것이다.
그 글이 긍정적인 내용의 글이길 바라며...
*위 글에 나온 '진우'라는 이름은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