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스마트 키드!

by 로아 할아버지

"스마트폰만 쥐어주면, 몇 시간이고 조용해요."



지난번 아내 형제들 모임이 있었다. 일부 조카들도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참여했다. 조카의 어린아이들이 유난히 예쁘게 보였다. 로아 육아에 참여하면서 나의 세상을 보는 관심 대상도 변했다. 로아 같은 아기들이나 어린아이들의 모습과 행동이 나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당기는 것을 보면 그렇다.


어링아이들의 행동 중 유난히 두드러진 것이 스마트폰 영상에 관한 관심과 집중도이다. 그 모임에서도 조카의 두 살 남짓한 어린아이는 아빠의 스마트폰에 올려진 만화영화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많은 식구가 모인 소란스럽고 시끌벅적한 거실임에도 전혀 미동도 없이 영상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스마트폰만 쥐어주면, 몇 시간이고 조용해요." 교육용으로 제작된 어린이 콘텐츠니 아빠도 안심하고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맡겨두고 어른들의 대화에 열심이다.


로아의 경우도 스마트폰 영상에의 관심은 예외가 아니다. 백일이 되기 이전부터 주변에서 스마트폰 영상이 보이면 온통 관심이 영상으로 쏠린다. 아직은 어린 로아가 ‘공식적으로’ 영상에 노출되는 경우는 할머니나 출장 중의 아빠와의 영상 통화와 '패밀리 앨범' 앱에 올린 영상 속 자기 모습이 거의 전부다. 일주일에 몇 차례씩 정기적으로 하는 할머니와의 영상 통화에서 로아는 할머니가 혹할 정도로 눈을 떼지 않고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면서 반응해준다. 할머니나 옆에서 중계해주는 이 할아버지 모두 로아의 행동을 로아를 사랑하는 할머니에 대한 친숙한 반응으로 받아들인다. 아니, 그렇게 믿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유아의 스마트폰 영상에의 이끌림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스마트폰의 밝은 색상과 빛 그 자체가 아기들의 시선을 잡아끈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색상과 빛은 아기들이 자기 주변 환경에서 볼 수 없는 인공적인 것으로 아기들에게 대단히 자극적이며, 아기의 뇌는 이러한 정도의 자극에 쉽게 익숙해지지 못하고 자극이 있을 때마다 이끌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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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가 컴퓨터 화면에도 시선이 끌리는 이유로도 타당해 보인다. 낮 육아 담당 시간에 로아가 잠이 들면 나는 주로 컴퓨터 작업을 한다. 로아를 등지고 책상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다 뒤돌아보면 로아는 어느새 잠에서 깨어나 소리도 없이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접하곤 한다.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 나는 서둘러 컴퓨터 화면을 닫고 로아를 안아드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기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에의 관심과 집중은 어린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고, 모든 양육자도 아이에게 노출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아이들은 쉽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텔레비전의 영상에 쉽게 중독될 수 있으며, 과도한 노출은 뇌 발달에 악영향이 끼친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아기의 스마트폰 노출을 최소화할 것을 강조한다. 우리의 소중한 아기의 정신 건강과 뇌 발달에 관한 일이고, 미국 국립 아동병원 정신과 전문의의 말이니 귀담아듣고 실천해서 손해 볼 것은 없을 것이다.


오래전 접했던 앙드레 말로의 잘 알려진 에피소드다. 당시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이었던 작가인 말로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의 기자가 의기양양하게 이렇게 질문했다.


“일본의 텔레비전 보급률은 거의 90%에 이르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우리 프랑스에서는 서민층에선 더러 그런 기계를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우린 그것을 바보상자라고 부릅니다.”


말로의 대답이었다. 왜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라고 불렸을까?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우리 뇌는 최면상태 모드로 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동안 뇌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오래전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증명해 냈다.우리 뇌는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는 정신적인 안정이나 이완 상태에서 주로 나타나는 알파(α) 파 상태가 되며, 책을 읽을 때는 학습이나 과제에 집중할 때 나타나는 베타(β) 파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 심리학자의 과학적 뇌파 측정 결과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다.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우리 뇌는 마치 정지상태에 빠져 멍하니 화면만을 쳐다보고 있다는 점을 경험한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적지 않은 가정에서는 예전부터도 텔레비전을 없애거나 거실에 두지 않기도 한다.


말로가 60여 년 전에 ‘바보상자’라 부른 텔레비전이 이 시대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으로 다변화되었을 뿐 ‘바보상자’의 성격은 그대로이며, 어린아이들은 오히려 시공간의 제약없이 영상에 노출되는 환경에 무방비로 내던져져 있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스마트폰의 영상의 순기능을 전적으로 무시할 순 없지만, 인지발달이나 정서발달 차원에서 아기에게 노출을 피해야 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진지하게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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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젊은 부모들은 현명하다. 로아 집 인근에 어린이 도서관이 있어 로아를 대동하고 현아와 함께 가끔씩 들러 책을 빌리곤 한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온 엄마들이 많이 보인다. 책 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이 커가면서 책 읽는 습관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이용으로 옮겨간다. 한국의 성인이 일 년에 읽는 책이 채 6권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요즈음 지하철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기 힘든것을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스마트폰으로 전자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를 손쉽게 찾아 읽을 수 있지만, 이것이 책 읽는 습관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어릴 적의 책 읽는 습관은 성인이 되어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길로 이끌어 주는데 큰 힘이 된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테슬러의 엘론 머스크, 주식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같은 최첨단 기술을 이끌고 활용하여 성공한 사람들 조차도 한결같이 어린 시절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다. 이들은 지금도 독서광이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대한 과도한 관심보다는 어려서부터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은 양육의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여기까지 내용은 상식적인 것을 정리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전문가의 견해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자식을 키우면서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흔히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 양육자들을 움찔하게 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아기들이 스마트폰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태어나서 첫돌에 이르기까지 아기들이 자극을 관찰하고 처리하는 일은 신경 경로 발달에 대단히 중요한 단계로, 이 발달은 성장하면서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대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아기가 첫돌에 이를 즈음이면 아기들은 엄마 아빠에게 스마트폰이 얼마나 긴요한 물건인지 인식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아기들은 엄마 아빠가 얼만 오랜 시간, 얼마나 자주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지 주시하며, 손으로 만지려고 하면 재발리 뺏는 엄마 아빠의 반응에서도 스마트폰이 중요한 물건임을 감지하고 더욱 탐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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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랜 시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지 아기는 주시한다고 한다. 아기가 스마트폰을 집으면 놀라서 재빨리 아기에게서 빼앗는 엄마 아빠의 즉각적인 반응에서도 아기는 스마트폰이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지 알게 되어 더욱 탐하게 된다고 한다.


이 점을 보면, 첫 돌 지난 아기들의 인지기능은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앞서 있으며, '어린아기가 무엇을 알겠어' 라는 생각으로 아기 보는데서 스마트폰을 사용함으로써 아기를 유혹하는 일을 삼가야 할 것이다.


시중에는 아기를 위한 스마트폰 앱과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데, 아기에게 유용한 활용법은 없을까?


미국 소아과 학회에서는 18개월 미만의 아기들에게는 스마트폰 노출을 아예 금지할 것을 권고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움직임과 활동이 부족해져 비만 위험과 인지기능 발달 저해가 있을 수 있고, 잔상과 흥분상태의 지속으로 인해 밤에 잠을 제대로 들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과도한 자극으로 인해 인내심 부족과 중독에 노출될 위험 수반 역시 원인으로 든다.



그러면, 스마트폰 영상 통화는 어찌 되는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손주들에게 열심히 영상 통화를 하셔도 될 것 같다. 소아과 학회에서도 스마트폰 영상 통화는 아기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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