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가 지닌 세상의 한계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평소 너무 많은 것을 말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 그 순간 앞에 다다랐을 땐 멍하니 말문이 막힌다. 평소의 나처럼.
하늘과 바다는 어두움에 녹아내려 경계조차 흐릿해지고, 그 흐릿한 경계 위로 비스듬하게 일렁이는 바람결 덕분에 자꾸만 기울어져 가는 나만의 아픔은 하소연하듯 저편으로 흘러내린다.
언어의 한계는 표현의 한계를 만들고, 그 표현의 한계는 단절의 가능성을 높인다.
보통의 관계들은 높아진 단절의 가능성 덕분에 전하지 못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 보통 그런 마음일수록 반드시 전해야 한다. 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하더라.
멍하니 머물러 있다. 다리에 감도는 물의 촉감이 느껴진다. 물렁하게 움푹 파여버린 내 마음은 주어진 현재조차 벅찼다. 그것이 현실이다.
젖은 수의가 처덕처덕 몸에 감긴 듯 온몸이 무겁다. 멍한 눈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하염없이 들여다본다.
오늘도 석양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