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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Oct 13. 2019

잠을 못 자는 나.

그 친구도 좀 보살펴 주자.

나는 불면증이 있다. 


특히 요즘 불면증이 심해져 이틀에 한번 정도는 잠을 자지 못한다. 잠을 못 자니 다음 날 아침 일정은 당연히 따라가기 힘이 든다. 그리고 잠을 못 자는 그 기분이 두려워 사실 요즘 침대에 가는 것 자체가 두렵기도 하다. 


사실 이 불면증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작년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한 이후 생활비를 벌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 전공 공부를 열심히 했을 때에도 잠을 자지 못했다. 


괜히 불면증 이야기를 꺼내면 크게 도움되지 않는 조언이나 


나이도 어린 친구가 벌써 잠을 못 자면 어떻게 하나

등의 어이없는 걱정 혹은 꾸지람(?)을 듣는 경우까지 있어, 굳이 불면증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항상 멋진 모습을 주위에 보여주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싶었던 본인은 불면증이 감추고 싶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책 한 권을 읽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1. 베스트 셀프

BEST-SELF, 최고의 나에 대한 책이다. 고등학교 시절 참 많은 책을 읽었다. 그중 대부분의 책이 자기 계발서였던 것 같다. 2년 동안 읽은 책이 약 100권 가까이 되었던 것 같은데, 그중 70~80%가 자기 계발서를 차지했다. 


당시에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의 책을 읽으며 더 멋지고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동기부여를 많이 받았다. 공부가 잘 되지 않을 때, 대체 이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 때마다 자기 계발서로 도망을 갔고, 자기 계발서를 덮을 때면 어느새 새로운 동기부여를 받고 공부로 돌아왔다. 


그러나 대학에 가고 난 이후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게 되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책이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는 것처럼만 느껴졌다. 책의 저자에게는 성립되었던 이야기이지만, 내게는 적용되지 않는 조언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본인의 성급한 일반화를 통해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독자의 문제인양 취급하는 책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매번 훌륭한 자기 계발서의 저자들과 본인을 비교하며 본인이 하찮게만 느껴지는 경험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참 다르다. 다른 훌륭한 사람과 비교를 하라고 하지도 않고, 나에게 맞지 않는 억지 방법을 추천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가 되라고 말한다. 단지 "최고의 나"가 말이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그저 나의 멋진 버전이 되라는 말이 참 따듯하게 느껴졌다. 


2. 영감 버섯 - 나의 최고의 자아.


나의 최고의 자아는 어떤 모습일까? 


이름은 브런치의 필명인 영감 버섯을 사용했다. 영감 버섯을 한번 만나보자.

 배우는 것과 본인의 발전을 사랑한다. 그래서 귀에는 항상 책과 연필을 꼽고 다닌다. 분명하고 확고한 비전이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언제나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연구한다. 꾸준하다. 다리가 4개가 있어 안정적이다.

 최종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힘을 돋아 준다. 많은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큰 팔을 가지고 있어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심장의 주파수가 아주 다양해서 많은 사람과 공명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영감버섯이는 지금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다. 


최고의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핀란드에 와서 교육학을 배우며 그를 바탕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새로운 전공인 프로그래밍도 배운다. Affective computing(감정 컴퓨터 분석) 연구실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AIESEC이라는 봉사 단체에서 Value delivery Team leader(교육 팀 리더)를 맡아서 봉사 지원자를 선발하고 교육한다. 

씽큐 on에 참여하며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고 온라인 독서 모임을 한다. 

피아노와 농구를 다시 새롭게 연습하고 있다.


영감 버섯이라는 친구는 정말 훌륭한 친구인 것 같다. 


3. ANTI SELF - 반 자아


"나"라는 자아에게는 BEST-SELF도 있지만 ANTI-SELF(반 자아)도 있는 법이다. 분명히 또 다른 나이지만 참 마음에 들지 않는 나.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이지만 분명히 반 자아도 "나"이다. 먼저 그림을 통해서 만나보자. 이름은 SKINNY이다.

귀가 없어 남들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데, 머리는 2개이다. 생각이 매우 많다. 하나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 다리는 하나라서 중심을 잘 잡지 못한다. 엄청나게 말랐기에 매우 예민하고, 인내심이 없다. 잠도 잘 못 잔다.


최고의 자아는 아주 긍정적으로 그린 반면, 반 자아는 아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반 자아에 가깝다. 위에서 살펴보았던 영감 버섯이 하던 일들은 다시 한번 살펴보자.


최고의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핀란드에 와서 교육학을 배우며 (F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를 바탕으로 브런치에 글을(요즘은 거의 안) 쓰고 있다. 

새로운 전공인 프로그래밍도 배운다. Affective computing(감정 컴퓨터 분석) 연구실에서 인턴생활을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논문에 밑줄 치는 연습) 하고 있다. 

AIESEC이라는 봉사단체에서 Value delivery Team leader(교육 팀 리더)를 맡아서 봉사 지원자를 선발하고 교육(팀원들 하라고 시키기) 한다. 

씽큐 on에 참여하며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고 온라인 독서모임(마지막 한 권은 못 읽었음)을 한다. 

피아노와 농구를 다시 새롭게 연습하고 있다.

불면증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다. 


최고의 자아만을 보면 정말 훌륭한 사람이고, 주위에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속을 깊게 살펴보면 생각보다 멋진 모습만 있지는 않다.


핀란드에서 배우는 교육학은 리딩과 과제를 따라가기 힘들다. 배경 지식도 없을뿐더러 영어로 에세이를 작성하려니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들은 계속해서 뒤로 밀리고 있다. 


무엇보다 새롭게 관심이 생긴 프로그래밍에서 연구실에서 원하는 수준의 코딩을 배우고 있으려니 간극이 너무 크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벌써 4~5년 동안 프로그래밍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았는데, 나는 이제 관심이 생겨 초보자의 수준이다. 대학원에 갈 준비를 생각하니 너무 늦어진 것 같다. 


 그렇게 벌려 놓은 일들과 걱정들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런 고민들에 오늘 하루 할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수많은 일들에 포커싱이 맞춰졌다. 그런 걱정들이 모이고 모여 잠을 자지 못하기에 이르렀던 것 같다. 


나의 반 자아에 대해서 그림을 그려보고 생각해보는 경험으로 인해 반 자아를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이 반 자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반 자아를 오랫동안도 인정해 주지 않았다. 항상 주위의 친구들에게 멋진 사람의 모습으로만 비쳤던 나이다. 언제나 최고의 자아만 보여주고 반 자아는 감추고 싶었다. 


그렇게 감추고 싶었던 반 자아의 모습이 감춰지지 않고 터져 나오자 반 자아를 직면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잠도 못 잤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나의 반 자아, 스키니에게 지나치게 혹독하게 대했다. 이 친구도 나의 일부인데 항상 그 존재를 부정하였다. 새로운 분야를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공부하고 있으니 뒤쳐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 때 너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조금 더 긴 시야를 가지고 천천히 나아가야겠다. 


4. 비교


얼마 전 이렇게 여러 가지로 힘들어할 때 친구와 영상 통화를 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있다. 

너는 이런 고민 안 할 줄 알았어 


그 친구에게 나는 항상 밝고 에너지 넘치고 배울 것이 많은 친구였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나의 긍정적인 모습만 보고 있었다.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 본다. 실제로 그 사람이 안에서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던 상관하지 않고, 본인이 보고 싶은 멋진 모습을 보고 자신의 모습과 비교한다. 


그 비교를 통해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 


비교는 정말 멍청한 짓이다. 비교하는 대상이 심지어는 공정한 실체도 아니다.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실체이다. 



비교하지 말자, 나 스스로가 되자. 다만 더 멋진, 최고의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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