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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Nov 02. 2019

핀란드가 가장 행복한 나라인 이유 4가지

1편

지난 1월 1일부터 핀란드에서 교환학생을 하게 되었으니 이제 핀란드에서 생활 한지 9개월이 되어간다. 이제 이 핀란드라는 나라가 참 좋다. 나중에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나의 리스트에는 핀란드가 나중에 살고 싶은 나라 중 높은 랭킹에 올라가 있다. 


18,19,20,21,22년 5 연속으로 가장 행복한 나라를 석권하는 걸 보니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출처: https://worldhappiness.report/ed/2019/


그렇다면 왜 핀란드 사람들은 그렇게 행복한지, 그리고 나는 왜 핀란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 알아보자. 


1. 느림


핀란드에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느림이다. 

차들이 지나갈 때 사람이 횡단보도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항상 멈춰준다.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사면 최소한 1~2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1주일 만에 도착하면 정말 빠른 경우이다. 전화로  무언가를 문의하려면 계속 기다려야 한다. 30분은 기본이다.  


배달을 시키면 30분이면 오고,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면 빠르면 당일 도착하는 한국의 사회에 익숙했던 나는 처음엔 당연히 불편했고 답답했다. 


배달을 시키면 30분이면 온다는 뜻은 어떤 이는 나의 배달에 맞추어 30분 안에 도착하기 위해 뛰어온다는 뜻이다. 모두가 항상 바쁘게 뛰어다닌 것이 한국의 정체성이자 문화가 되어 버렸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항상 장점으로 뽑는 편리성이지만 그 안에 속해 있는 구성원으로서는 항상 뛰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 언제나 남보다 빨라야 할 것 같은, 끝이 없는 단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모두가 서두르지 않는다. 차를 타고 달리면서도 보행자가 있다면 먼저 보내주고, 뒤에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가지 않고 문을 잡아준다. 바쁘지 않고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소한 여유가 모여 사회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2. 약속


핀란드, 탄자니아, 터키, 한국에서 여행이 아닌 일을 해보았고, 다양한 문화를 가진 친구들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가끔 너무 여유가 있다 보니 약속 시간에 까지 여유 있게 느리게 나오는 친구들이 있다. 그 나름의 맥락에서 이해를 하자면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경우에 약속 시간에 늦거나 기한 내로 본인의 일을 작업해 내지 않는다면 답답하다. 


핀란드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보지는 않았다. 적어도 주위의 모든 핀란드인 친구들은 약속 시간에 철저하다. 보통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있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제시간에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분명히 일 처리가 한국에 비해서 느리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한번 신청해 놓은 서류나 일은 순번에 맞게 언제나 처리해 준다. 내가 신청해 놓은 약속을 항상 지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이 항목에서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과 핀란드가 아닌 나라에서 행정 처리를 신청했을 때는 달랐다. 어떤 것을 신청했다고 해서 반드시 돌아오지 않았다. 중간에 나의 서류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계속 나의 행정을 처리해 달라고 직원을 상기시키지 않으면 나의 행정이 진행되지 않았다. 


핀란드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평소에 약속 시간에 늦지 않도록 미리미리 출발하고,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나의 일 처리를 순번에 맞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3. 평등


한국의 인간관계는 수직적이다. 나이에 따라 호칭이 달라진다. 심지어 나이에 따라 서로에게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나이뿐 아니라 회사에서는 직급에 따라, 부르는 호칭이 달라진다. 분명히 학교 도덕 시간에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배웠거늘. 수업시간이 끝난 도덕 선생님부터 학생에게 반말을, 학생은 선생님께 존댓말을 요구받는다

 한국을 벗어나면 존댓말을 사용하는 문화가 없다고 하지만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분명히 나이가 중요시된다. 영미권 역시 교수님이나 선생님에게는 sir, professor 등의 호칭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고, 직장의 상급자 등에게 분명히 갖춰야 할 예절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인간관계가 정말 수평적이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의 이름을 부른다. 회사를 다니는 친구에게 물어보아도 역시 마찬가지로 직급에 따른 역할이 있을 뿐 직급에 따라 서로의 호칭이 다르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특별히 갖춰야 할 예의는 없다.


대학에서 교수와 사수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재 오울루 대학의 연구실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이라면 특히 지도 교수 혹은 나를 직접 지도해 주는 사수가 있다면 정말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야 할 것이다. 존댓말은 물론이고, 언제나 고개를 숙여 인사해야 할 것이다. 


어른이나 상급자에게 예의를 갖추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예의는 서로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으로서 평등한 입장에서 서로에게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손아랫사람이 손 윗사람에게만 예의를 갖춰야 한다면 그것은 분명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기본적 전제에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곳에서는 지도 교수의 이름을 그냥 부르고, 지나가면서 마주치면 손을 흔들면서 hey~라고 인사한다. 한국에서는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고 존중한다. 


정말 모두가 수평적으로 존중받는 핀란드, 그것이 이 나라에 살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다. 


4. 소수자에 대한 배려.


핀란드에서 특히 마음이 따듯해질 때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마주칠 때이다. 


1) 유모차.


한국에서는 아이를 길거리에서 만나기가 힘들다. 특히 유모차를 타야 할 정도의 어린아이는 더욱 보기 힘들다. 적어도 내 경험을 비추어 보았을 때 길을 지나가면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부모님의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부모님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모차를 타고 버스를 타는 경우에는 아이와 부모 모두 대중교통 비용이 무료이다. 수업뿐 아니라 전문적인 학회에서도 유모차를 끌고 온 부모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당연히 가끔 아이가 운다. 그러나 그게 어린아이의 일이 아닌가 모두 그러려니 하고 원래의 목적에 맞게 세미나에 집중한다.


2. 장애인


장애인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핀란드에서는 지나다니면서 휠체어 장애인 분들을 만날 기회가 굉장히 많다. 버스를 타고 이동함은 물론이고, 학교 수업에서도 굉장히 흔히 마주칠 수 있다. 학교 체육관에서도 농구를 하러 가면 장애인 용 수많은 택시를 볼 수 있다. 휠체어 장애인과 지체 장애인 분들을 위한 세션이 따로 개설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더 자주 볼 수 있다. 말을 더듬는 분, 청각 장애를 가진 분들을 여러 상황 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이 사실이 놀라운 것이 너무 슬프다.) 모든 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생활을 할 때 장애인 복지관에서 일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한국에서는 장애인 분들이 굉장히 제한된 공간에서만 생활한다는 점이었다. 집과 복지관을 제외하고는 장애인 분들이 가는 곳이 거의 없었고, 그 이동을 하는 과정 역시 복지관 차량이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이동했다. 사회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게 느껴졌다. 


3. 음식 알레르기


한국에서는 음식 섭취에 대한 다양한 준비는 잘 없는 편이다. 채식주의자나 비건이 많지 않고,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의 비율도 많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단체 생활을 하면서 알레르기가 있거나 본인의 이유로 채식을 하거나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묻고 챙겨야 한다. 다른 보기가 준비되지 않아서 심지어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곳에서는 언제나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 쪽에서 먼저 묻는다. 먹지 않는 음식이 있는지,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는지,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이 있는지.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이번에 AIESEC에서 운영하는 Conference를 준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 옵션을 준비하고, 참가자들이 확실하게 인지 할 수 있도록 공지했다. 혹시나 놓친 음식 알레르기는 없을까 언제나 다시 한번 체크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돈이 소모되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역시 채식주의자와 Gluten free, Lactose Free는 항상 법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학교와 모든 행사를 할 때마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옵션을 준비하면 지나치게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부작용이 있지 않느냐고 친구에게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모든 건 우선순위의 문제지.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도 모든 옵션을 제공하려면 당연히 돈과 노력이 들겠지 , 하지만 그게 내가 세금을 내는 이유야.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대우 받을 권리가 있으니까

머리가 띵 해지는 말이었다. 가격의 인상은 굉장히 다수의 관점이지 않은가, 내가 돈을 내고도 음식을 먹지 못한다면 가격이 저렴하든 말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도 존중 받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 모두가 존중 받을 수 있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시민 의식. 나는 그래서 핀란드가 좋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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