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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Dec 23. 2019

불면증 극복 프로젝트

0. 잠이 대체 무엇인가 

나는 잠을 잘 못 잔다. 어렸을 때부터 잠자리가 워낙 예민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자지 못했고, 다음 날 중요한 시험이나 일정이 있으면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큰일이 없어도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잠을 잔다는 이벤트 자체가 내게는 큰일이 되어버렸다. 매일매일 잠을 자러 가는 것이 두렵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얼마나 성실하게 작성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내 짧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약 6일 밤을 반쯤 깬 상태에서 보내고 있다. 어젯밤은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절박하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생각이다.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털어놓고 연구를 하고 싶다. 나의 상황을 분석하고, 그 이유를 탐구하는 과정은 나의 증상을 알아보는데, 메타인지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이나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로,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정서적 혹은 실질적 도움을 주고 싶다. 2016년 기준으로 불면증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대한민국에만 무려 542,939 명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1/100이다. 일단 100명 중 한 명이라 하니 그렇게 스스로 유별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대인이 흔히 겪는 질병일 뿐이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금 전 나는 브런치에서 불면증을 검색해서 찾아보았다. 그렇다면 잠을 못 자는 누군가 역시 언젠가 검색해서 내 글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내 글이 도움이 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글을 통해 나를 치유하고,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니. 투자 대비 효용이 아주 좋다. 요즘 글을 쓰는 것이 참 어려웠는데 누군가 반응을 해주지 않는 것이 그 이유였던 것 같다. 이 글을 누가 읽지 않아도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으니 좋고, 누군가 읽고 조금이나마 그 어려움을 덜었다면 더욱 기쁠 것이다. 


0. 과학적 접근


나는 모든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선호한다. 인정한다. 나는 조금 특이한 접근을 선호한다. 과학이 잠의 영역에 대해서 풀지 못한 문제가 많다는 것 역시 맞다. 그러나 과학이 잠의 영역에 대해서 이미 풀어놓은 문제가 많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내가 당장 잠에 대해서 과학적 실마리를 모두 풀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나의 평생 연구로 역시 가능성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알려진 잠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다시 한번 리뷰하는 것은 분명히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미미하나마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1. 수면의 구조


수면의 구조는 REM 수면과 non-REM(이하 NREM 수면) 수면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REM 수면이란 rapid eye movement의 약자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수면은 REM 수면과 NREM 수면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일반인 숙면의 경우 4~5회 정도의 REM 수면을 가지고, 일어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REM 수면의 빈도가 더욱 잦아진다. REM 수면은 상대적으로 수면의 정도가 낮고, 우리가 꿈을 꾸는 때에도 보통 이때이다. 흔히 잠은 짝수 시간으로 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REM 수면은 일반적으로 1시간 반~2시간 정도의 주기를 이루기 때문이다. REM 수면 상태에서 일어나게 되면 훨씬 더 쉽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PET 스캔으로 뇌의 활동을 찍은 이미지. 붉은색이 가장 활발한 물질대사를 보라색이 가장 적은 물질대사를 

의미한다. REM 수면 시 가장 활발한 뇌의 활동이 일어나고, NREM 수면의 활동 시 가장 적은 활동이 일어난다. 

NREM 수면 시 회복, 에너지 저장, 대사조절(호르몬, 지방, 혈당 분비), 기억 강화, 면역 기능 등의 기능이 일어나고, REM 수면 시 꿈, 유아기 뇌 발육, 안구 운동 조절, 감정, 정서, 기억 재생 등의 기능이 일어난다.


2. 수면 연구의 역사


수면 연구는 최근에서야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근대 까지는 특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면과 관련해서 가장 큰 2가지 연구를 살펴보자.


1) ARAS (Ascending Reticular Activating System)


이 부분은 의식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이곳의 흥분이 고조되면 의식이 뚜렷해진다. 이곳의 흥분성이 낮아지면 의식이 몽롱해진다. 특히 수면 상태에서는 ARAS의 기능은 현저하게 저하된다고 한다. 쉽게 생각하면 이 부분이 각성하면 일어나고, 이 부분이 각성하지 않으면 수면에 빠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부분을 관리하는 부분은 2가지가 있다. Anterior hypothalamus(전 시상하부)의 Ventrolateral preoptic area(VLPO)와 Posterior hypothalamus (후 시상하부)의 Tuberomamillary nucleus

(TMN)이다. 


이때 VLPO는 수면을 촉진하고, TMN은 각성을 촉진한다. 이 두 가지의 부위를 오렉신이라는 호르몬이 관리한다. ORX는 직접적으로 VLPO를 억제하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VLPO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Saper, C. B., Scammell, T. E., & Lu, J. (2005).

이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지만 간략히 정리하면, (A) 일어나 있는 경우 ORX이 VLPO를 억제하여 각성 상태로 만들고, (B) 수면의 경우 VLPO뉴런이 ORX뉴런을 억제한다. VLPO를 억제하는 ORX가 억제되니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는 플러스) VLPO가 활성화된다. 그래서 잠에 들었을 때 안정적으로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Flip-flop system 덕분에 안정적으로 수면과 비수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orx이 부족하면 생기는 병이 기면증으로 낮에 각성상태여야 할 때 잠에 갑자기 빠져들고, 밤에 잠에서 쉽게 깨어나는 것이다. 


2) Two process model 


수면을 하는 것을 두 가지의 회로로 나누어서 이해하는 방법이다. 

Circadian timing system (Process C)

이 C회로의 경우 시간에 따라서 각성 정도가 진동하는 것이다. 이 C회로의 경우 햇빛을 받음을 통해서 하루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게 된다. 


Homeostatic process (Process S)

S 회로의 경우 낮에 활동을 하면서 Adenosine이 축적된다. 이 아데노신이 축적되면 GABA라는 물질을 억제한다. GABA는 이에서 살펴본 VLPO의 활동을 억제하는데, 아데노신이 VLPO를 억제하는 GABA를 억제함으로써 최종적으로 VLPO는 활성화된다. VLPO가 활성화되었으니 수면이 촉진화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해보자. 잠에서 깨어난 이후 s 회로의 활동에 의해 수면의 요구는 계속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그리고 C회로는 낮에 정점을 찍은 후 밤이 되면서 점차 활동도가 낮아진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하면 밤이 되었을 때 c회로의 각성도가 낮아지고 s회로에 의한 피로도도 증가하면서 수면을 취하게 되고, 수면을 취하면서 s 회로로 인해 쌓인 아데노신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상당히 이론적으로 잠에 대해서 접근해 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실증적인 접근을 해보겠다. 흔히들 알려져 있는 불면증에 대처방법과 필자가 시도해 보려는 명상과 수면일기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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