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Jan 30. 2020

다시 시작하는 핀란드 관찰.

다시 하는 핀란드 관찰 #1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다.  - <여덟 단어>

처음에 아름답기만 했던 핀란드가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졌다. 그 익숙함에 묻혀 관찰하지 않았던 핀란드. 그 시간이 지나고 지나 이제 한 달이 지나면 핀란드를 떠난다. 한 달밖에 남지 않으니 핀란드가 다시 너무 아름답게 보인다. 그 아름다움을 잊고 싶지 않아, 다시 기록을 시작해 본다.


내일 모래면 2월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달이 된다. 핀란드에 온 게 작년 1월 1일이다. 벌써 13개월째이다.


꽤나 긴 시간이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어렵기만 했던 영어가 많이 편해졌고, 영어단어가 한국 단어보다 먼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여자 친구를 사귀었고, 함께 살고 있다. 졸업 후의 진로를 결정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하던 컴퓨터 공학 쪽으로 말이다.


이제 이곳이 편해져 버린 이 곳의 삶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지나치던 것들이 다시 보이고, 핀란드를 관찰하던 예민한 감수성이 조금씩 다시 생기고 있다.


처음 핀란드에 왔을 때 2019년의 목표 중 하나가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핀란드에 도착하기 전 2~3번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어려웠던 목표였기에 핀란드에 와서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목표로 설정했다. 핀란드에 오니 글을 쓰고 싶은 거리들이 굉장히 많았고,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쓰는 글에 호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처음 와서 거의 매일 글을 썼고, 댓글들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쌓인 글들로 다시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에 선정이 되었다. 1년의 목표로 막연히 삼았던 것이 2주도 안돼서 이루어졌다. 생각보다 쉽게 이뤄진 목표에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얼떨떨했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을 참 열심히 썼다. 6개월 정도 글을 열심히 썼다. 꽤나 좋은 성과들이 나왔고, 그중 하나의 글은 다음 메인에 노출되어 9만 명이 넘는 사람이 내 글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글을 쓴다는 기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글 쓸 거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매일이 새로웠고, 글을 쓸 주제는 언제나 메모장에 쌓여 있었고, 주제들을 실로 엮어 하나의 글로 만들어 낼 의지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위의 통계를 살펴보면 주로 처음 6개월 간 작성한 글이다. 여름에 터키에 갔을 때 역시 새로운 환경이기에 글을 쓸 거리가 많았고, 조회수 역시 제법 높게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다시 핀란드로 돌아왔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핀란드가 그렇게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참 그새 벌써 핀란드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버렸다.  몇 번 작성했으나, 처음 핀란드에 왔을 때만큼 글이 생동감 있지도, 많은 반응이 오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핀란드에 대한 글 쓰기를 멀리 했다. 물론 그때부터 컴퓨터 공학 수업을 열심히 듣고, 인턴생활을 시작하는 등 글 작성 외에 우선순위가 많이 생긴 것도 있었지만, 글을 쓸 거리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책은 열심히 읽고, 서평은 꾸준히 잘 썼지만, 핀란드의 경험을 생동감 있게 글로 작성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며칠 전 1년 동안 열심히 하고 있는 AIESEC(국제 봉사 동아리)에서 PDP라는 세션을 진행했다.

외국에서 온 봉사자들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하는 시간이다. 진행을 담당했지만, 봉사자들과 함께 작성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나도 스스로 앞으로 핀란드에서 한 달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등을 고민했다. 고민이 그리 길어지기 전, 핀란드를 떠나기 전 이 경험을 가시화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남기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 참여하는 독서모임에서 하는 한 달 쓰기를 보게 되었고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 지원서를 쓰는 과정에서 매일 빠짐없이 글을 쓰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 앗다.


그래서 홀로, 한 달 동안 다시 핀란드를 관찰해보고자 한다.


출처: 다음 사전


관찰이라 함은 사물의 현상이나 동태 따위를 "주의" 하여 살펴봄을 말한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주변에 대한 관찰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마치 내게 하는 말 같다. 지난 한 학기 동안 핀란드를 주의하여 살펴보지 않았다. 그렇기에 별로 쓸 말이 없었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으면 주변을 관찰하게 된다.

글을 쓰면서 배운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것이다. 물론, 주변을 열심히 관찰하다 보면 글을 쓸 거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글을 쓰려고 마음먹고 주변을 "주의"하여 살피게 되면 그냥 지나칠 일도, 장면도 다시 보인다. 그렇기에 남은 한 달간 나의 감각의 촉수를 곤두세우고, 핀란드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겠다.


<여덟 단어>의 저자 박웅현은 관찰, 견見 장에서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心不在焉(심부재언)이면 : 마음이 있지 아니하면,
視而不見(시이불견)하며 : 보아도 보이지 아니하며,
聽而不聞(청이불문)하며 : 들어도 들리지 아니하며,
食而不知其味(식이 부지 기미) 니라 :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하느니라. - 대학 7장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핀란드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껴 보겠다. 먼저 느끼고, 그리고 기록하겠다.


브런치 페이지와 biosignal processing ppt. 마침 그 과목 공부하기가 싫었던게 도움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익숙해짐에 대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