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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20. 2020

민주주의는 무조건 진리인가?

1.

나는 민주주의가 오직 하나의 진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옳고, 그 외의 것들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경쟁이 있던 20세기의 결과 민주주의가 승리하였고, 언제나 그렇듯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히 민주주의는 옳은 것, 사회주의는 옳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하려고 했던 것도 남들이 하라 하면 싫어지고, 남들이 모두 1번이라고 이야기하면 2번을 고르는 나는 천성적 반골이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도 청개구리인 내게는 민주주의가 참 감사하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의거해,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자유가 존중받는 사회가 최고의 정의이다. 민주주의는 이 자유론에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민주사회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아무럼 가감 없이 말할 수 있다. 당연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내가 만약 민주사회에 살지 않았다면 당연히 민주주의가 좋네 사회주의가 좋네 등의 이야기를 감히 꺼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만 민주주의가 절대 진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대세로 받아지고 있는 정치체제이다. 내가 유일하게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진리란 없다."라는 진리이다.


2.

그럼에도 많은 중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러시아에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민주주의를 무조건 선으로, 그 외의 것을 악으로 규정하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민주사회가 아니다. 사회주의도 아니고, 적절한 표현은 모르겠지만 아마 독재 사회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민주사회에서 자란 다른 친구들과는 정치와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가 좀 다르다. 친구들에게 시진핑이나 푸틴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대게 말을 얼버무리고 정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를 꺼려했다.


이러한 처음의 시도에는 깊은 대화가 어려웠지만, 감사하게도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삶이 어떤지, 독재자를 몰아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사회가 이해되지 않았던 이유는 당연하다. 민주주의 사고로 민주주의 사회가 아닌 사회를 이해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3.

러시아의 경우를 보자. 소련은 1991년 붕괴했다. 소련 붕괴 이후 극심한 가난이 있었고, 꼭 그런 시기에는 몇십 년 만의 추위까지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얼어 죽고 굶어 죽었다. 그러한 상황 속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리더들이 나라를 재건하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그런 배경 속에서 푸틴이 2000년부터 통치를 시작했다. 그렇기에 많은 러시아인들은 푸틴이 가난을 극복하고 먹고살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선거가 2018년에 있었고, 독재자이지만 형식적으로 투표를 통해서 당선되었다.


다음 투표 2024년에 있을 예정이고, 현재 지지율은 하락 중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최근 정치에 관심이 많다. 구소련을 경험한 새 데들은 구소련 시대에 대한 향수가 짙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소련 말기 모두가 가난하게 평등했지만), 무료 교육, 무료 건강보험 등을 이유로 말이다. 아마도 자신의 삶이 먹고 살기 힘이 드니 정치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일 테이다.


러시아의 경우 푸틴이 20년 동안 통치를 하게 된 데에는 맥락이 있었다. 가난의 극복과 무너진 소련 이후 국민들을 하나의 러시아로 다시 만드는 등의 맥락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러시아 내부에서도 문제점을 조금씩 자각하며 새로운 움직임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던 상황이지만, 그 나름의 맥락을 이해하고 나니 조금 더 그들과 가까워진 것 같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그 말을 이해하려고 하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4.


신기한 접근이지만, 이렇게 생각을 하니 오히려 세대 간의 갈등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주의조차 절대적 정답이 아니라면, 서로 다른 생각 정도야 얼마든지 품어줄 수 있다.


90년대 생 우리들은 부모의 세대들을 , 기성세대들은 자녀세대들을 이해하기 참 어렵다고 한다. 너무 당연한 일이다. 한국은 30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다. 이렇게 빠른

출처: The world bank, middle income: 전 세계 평균

1962년에 120$였던 개인당 연간 소득은 2018년 30,000$를 넘어섰다. 우리 부모님, 베이비 붐 세대가 태어나던 시절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같은 나라라고 보는 게 어색하다. 아예 다른 나라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


사실 우리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때 공유하는 공통점이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점보다 훨씬 많은 편이다.


그러니 세대 간 사고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같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에게는 무의식적으로 다름을 인정한다. 그러나 부모님이, 자식이 너무도 다른 생각을 하면 답답하고 서로 다른 생각 때문에 다툰다.


같은 언어를 사용했다 뿐이지, 서로 너무도 다른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오히려 외국인을 만날 때 보다 더 넓은 마음으로, 서로 다른 세대가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자라왔는지 조금 더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태도는 분명 우리가 조금 더 살기 좋은 한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물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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