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Feb 25. 2020

바이러스 핑계로 차별을 하진 말아주세요


바이러스 핑계로 차별을 하진 말아주세요


 한 달 전, 2월 3일 손흥민 선수가 인터뷰 중 기침을 했다. 해당 인터뷰 댓글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냐고 댓글을 달았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많이 없었다. 더군다나 손흥민 선수는 최근 들어 한국에 들어온 적도 없는 상태였다. (부상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전이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에게는 중국사람이나 한국사람이 똑같아 보였고,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한 농담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분히 악의적으로 차별적 댓글을 달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VliMae_qSKg


지금이야 한국에 돌아와 매일 늘어가는 확진자 속 해외의 반응을 신경 쓸 겨를도 없지만, 당시에는 해당 기사를 듣고 정말 크게 화가 났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짐에 따라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해지고 있다. 중국에 한 번도 방문해본 적도 없는 중국인 이민 2세대가 가게에서 입장을 거부를 당하거나, 한국을 떠난 지 1년이 넘는 유학생이 다른 나라로 방문할 때 입국 거부를 당한 사례들이 종종 들려온다. 


이해가 가긴 한다. 무서워서 그렇다. <Factfulness>에 나오는 인간의 본능 중, fear instinct(공포 본능)에 해당한다. 코로나라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겁을 먹은 것이다. 

Inexperienced, and in an emergency situation for the first time, my head quickly generated a worst-case scenario. (skip) There’s no room for facts when our minds are occupied by fear. <Factfulness, p 110>
경험도 없고, 처음 위급한 상황에서 내 머리는 재빨리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중략) 우리의 마음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 무엇이 진실인지 생각할 여지는 없다.

무서워서 어떤 것이 옳은 행동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한 번은 학교에서 점심식사를 할 때 기침을 한 번 했다. 특별히 감기 기운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기침 한번이었다. 그때 건너 테이블에서 마침 

중국인은 다 본인 나라로 돌려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라는 대화를 했다. 핀란드어로 했지만, 함께 밥을 먹고 있던 친구가 알아들어 버렸다. 나의 기침으로 인해 그 대화를 했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괜히 기분이 상하고 이후에 기침을 할 때마다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한 중국인 친구는 하필 그때 감기에 걸려 여러모로 마음고생을 했다. 고향도 우한 지방과 멀고 중국에 들어갔다 온 지 1년도 넘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디테일은 중요한 것이 아닌 듯했다. 워낙 신경이 쓰여 마스크까지 하고 다녔는데, 마스크를 하고 다니니 오히려 시선이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모든 이야기가 괜한 피해의식이라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소수자이고 필연적으로 상대적 약자인 집단에 속해 있게 되면 별거 아닌 일에도 예민해지고 괜히 속상해 지기 마련이다. 당시에는 바이러스는 걱정이 안 되지만, 그 차가운 눈빛과 차별에 걱정이 많았다. 


세계 전역에서 바이러스가 심각해지고 있고, 합당한 격리 조치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생긴 것이 중국인의 잘못도 아니고, 당시에 확진자가 많지도 않던 비슷하게 생긴 아시아인들은 대체 무슨 죄인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지만 꼭꼭 숨겨 놓았던 인종차별적 마음이 바이러스라는 핑계로 수면 위로 올라온 것 같다.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이제 한국의 바이러스가 점점 심해지고있다. 한국에 돌아오니 내가 차별을 당할 일은 없다. 그러나 중국인에 대한 차별에 대한 목소리가 여기저기 많이 들려온다. 인터넷이나 주변 대화, 심지어 뉴스에서까지 심심치 않게 차별적 언어나 무조건적인 반감이 들려온다. 


아쉽게도 내가 유럽에서 존재하는 인종차별을 전부 바꿀 수는 없다. 그래도 그런 차별을 겪어보니 그 기분을 알겠다.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돌아오는 차가운 눈빛과 모욕적인 용어들. 그런 사람은 일부일 지라도 이 사회 전체가 나를 배척하는 기분이다. 그럼 적어도 내가 한국사회로 돌아왔을 때는 다른 집단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격리조치, 필요하다. 중국인에 대한 입국 거부 역시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전염병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니 이에 대한 의견은 의사들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합당하다. 


그렇다고 중국인을 막연하게 미워하거나 가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혐오적인 단어(중국집에 흔히 쓰는 그 단어 맞다.) 쓸 필요는 전혀 없다. 중국인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 그냥 운이 없게 그 나라에서 바이러스가 나왔을 뿐이다. 


요즘 어이없는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도 가끔 보인다.(반드시 필요한 입국 금지가 아닌, 한국인 여권을 이유로 금지당하는 경우) 아쉽게 당장 우리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런 문제를 보면 화가 나고 억울한 감정에 공감할 수는 있다. 그러니 적어도 한국에서 막연한 차별의 목소리는 줄이도록 노력하자.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 분명히 확률적으로 감염 확률이 높은 집단에 대해 더 세세한 검사나 적절한 격리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바이러스를 핑계로 차별을 하지는 말아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는 좋은 출판사를 만나 책을 계약했습니다. 더 다듬어지고, 편집되고 적절한 삽화가 들어가 훨씬 보기 좋습니다. 아래 텀블벅에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tumblbug.com/happyfinland


이전 07화 인종차별 좀 할 수도 있지 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