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

습작

by 안건

밥을 먹으러 가는 길, 어머니께 전화가 온다. 밥 먹으러 가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계신다. 오늘도 아들이 걱정이 되셨는지 전화가 온다.


"아들? 잘 지내지? 밥은 잘 챙겨 먹고?". 오전에도 공부를 못해 참 부끄럽다. 이럴 때 걸려오는 안부 전화는 참 부담스럽다.


"잘 지내죠. 네." 딱히 할 말은 없어 짧게 대답한다.


"공부는 잘 되고? 결과에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해~ " 분명 나를 위한 말, 걱정해서 하는 말이시겠지만 부담된다.


"네. 잘 하고 있어요."


"눈은 좀 어때 아들?" 얼마 전부터 눈이 이상했다. 화창한 날 밖에 나갈 때 마다 이상한 얼룩이 보인다. 안경에 지문이 묻은 느낌이다. 안경을 아무리 닦아봐도 그대로였다.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해서 어머니를 걱정 시켜드린 것 같다.


"괜찮아요, 가끔 좀 그렇고 집에서 공부할 때는 괜찮아요."


"가끔 그래도 병원 꼭 가봐야 해, 눈이 얼마나 예민하고 귀한데 그래. 엄마가 걱정 되서 그러니까 병원 좀 꼭 가봐 아들"


"시험 2주도 안 남았어 엄마. 이 시기에 병원 갈 시간이 어디 있어!" 괜히 짜증이 나서 심술을 부린다.


"엄마가 걱정이 되서 그래, 엄마 눈 닮아서 눈에 문제가 많을 것 같아서. 엄마가 나쁜 눈 물려줘서 미안해"


"엄마가 뭐가 미안해. 됐어요. 나 밥 먹으러 가봐야 돼. 끊어"


어머니는 고도근시를 가지고 계신다. 어렸을 때부터 눈이 나쁘셨고,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정말 두꺼운 안경을 끼고 다니신다. 안경을 벗으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신다.


나 역시 어머니를 닮아 그런지 비슷하다. 어렸을 때부터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녔다.그 뿐 아니라 눈이 언제나 예민했다. 술을 먹으면 얼굴보다 눈이 먼저 충혈된다. 하루만 잠을 잘 못 자고 일어나면 눈이 충혈되고 간지러워서 고생이다. 이번에도 그냥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난히 어머니가 걱정하신다.


요즘 공부가 더더욱 되지 않아 어머니의 걱정이 부담스럽다. 자꾸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그럴 때 마다 짜증이 난다.


병원은 2분 상담하고는 눈 비비지 마세요, 인공 눈물 자주 넣으세요, 등의 뻔한 말만 하고 돈은 만원도 넘게 받아가는 도둑놈들 이다. 그건 나도 안다. 돈이 아깝다.


괜히 마음이 무거워 밥도 먹기 전에 담배에 손이 간다. 군대 전역하고 "담배 끊어야지"라는 말만 백번은 더 한 것 같다. 이제는 부끄러워서 그런 말도 안 한다.


담배를 피고 있는데 저기 조그마한 공원에 왠 외국인이 앉아있다. 대학교가 근처에 있긴 해도 여긴 고시촌이라 외국인은 많이 없는데 신기하다.


아이와 함께 있는데 장난을 계속 친다. 아이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꺄르르 꺄르르 웃는다. 어머니도 세상을 다가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어머니가 생각 난다. 최근에 어머니가 저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난다. 집에 자주 가지도 못하지만, 갈때마다 언제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곤 하셨던 것 같다. 나 역시 마지막으로 웃은게 언제지 기억도 안난다. 우리 모자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잘 모르겠다. 시험에 붙고 나면 어머니가 밝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따라 잡생각이 많이 나는 날이다. 밖으로 나가 밥을 먹으러 간다. 화창한 날씨다. 눈을 못 뜨겠다. 눈에서 벌레가 날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무늬들이 계속 보인다. 어제보다 상태가 더 안 좋은 것 같다. 아마 잠을 못자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길을 재촉하는데 안과가 보인다. 바로 옆에 안과가 있는지 몰랐다. 벌써 몇년 째 이곳에 살고 있는데 정말 몰랐다. 매번 땅만 보고 걸어가서 위를 쳐다볼 생각도 못했다.


시계를 보니 11시 반. 밥맛도 없고 병원이나 한번 가봐야 겠다. 보나마나 뻔한 말이나 하겠지만, 병원 갔다가 어머니께 아무 일 없다고 전화 한통 드려야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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