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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pr 02. 2020

문학으로 비춰보는 세상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서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 인구가 50%를 넘었다. 그나마 책을 읽는 사람도 적은데, 문학을 읽는 사람은 더 적다. "안 그래도 살기 퍽퍽한 세상,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필요에 의해 경제 서적, 심리학 서적은 읽어도 문학 서적은 읽을 시간이 없다. 


사실도 아닌 허구를 바탕으로 쓰인 글들이 실제 삶을 살아가는데 무슨 필요가 있나. 당신의 친구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견해는 역사적으로 긴 뿌리를 가지고 있다. 플라톤은 "시인 추방설"을 주장했다. 이유를 들어보자. 먼저 책상을 살펴보자. 책상의 모양은 다양하다.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은 굉장히 자유롭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것을 책상이라고 부르는가? 그것의 본질과 기능 때문이다. 이것을 플라톤은 "이데아"라고 칭했다. 책상을 책상답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이데아다. 


그리고 이 이데아를 본떠서 기능인들이 실재하는 모양의 다양한 책상을 만든다. 실재하는 것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데아를 모방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1차 모방) 그러나 시인들은 구체적으로 실재하는 사물을 보고 그것을 언어로 만들어 낸다. 즉, 이데아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데아를 보고 만들어진 사물을 본떠서 모방한 것이다. (2차 모방) 


플라톤은 이데아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시공간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 본질, 진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는 이데아로부터 2단계나 떨어져 있다. 따라서 실재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데아를 1차로 모방하는 기능인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2차 모방을 하는 시인들은 사람들을 현혹시킨다고 주장했다. 흔히 "철인정치"로 알려진 플라톤은 이런 시인들을 다 몰아내고, 이데아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하는 철인이 지배하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문학이 쓸모없는 것 같고, 내가 글을 읽지 않는 것이 다 저런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바로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스승의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이는 "모방론"이라 한다. 문학은 분명히 2차 모방임을 인정하되, 그렇다면 모방 없이 어떻게 이데아에 접근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플라톤은 "철인이라는 사람은 본질을 보면 알 것이다!"라고 가볍게 주장했지만, 그에 대한 깊은 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본질이 진짜 인지 아닌지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모든 사물들은 본질과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 중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현상이고 이 현상을 이성을 사용해서 추정해 볼 수 있다. 누구나 현상을 통해서 본질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 본질에 접근하는 방식이 문학(당시에는 시)이 될 수 있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주장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다. 문학은 분명히 만들어진 이야기다. 상상력을 통해 쓰인 이야기지만, 어떨 때는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다. 너무 가까이서 보아도, 혹은 너무 멀리서 보아도 물체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적절하게 거리를 두고,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문학이다. 또한 문학은 사람의 공감 능력을 높여준다. 내가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감정을 소설 속 화자의 시선을 통해 이해한다.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6.25의 끔찍함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를 통해 경험할 수 있고,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통해 당시 과부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이 매거진에서는 문학의 창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도를 할 것이다. 만들어진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 덕분에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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