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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un 09. 2021

사람은 정말로 변할 수 없을까?

교육의 힘.

아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 배움을 통해서. 

이 책은 16년 동안 학교의 교육 없이 집에서 홈 스쿨링으로 자라며 형성된 뒤틀리고 건강하지 못한 세계관을 교육을 통해서 새롭게 증축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아주 힘들다. 이 책이 500p에 달하는 두께 여서도 아니고, 그중 너무도 많은 분량이 찢기고, 불타고, 부딪치고, 깨지고, 머리채가 잡혀 끌려다니는 이야기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바로 이 저자가 자신의 가족을 원망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이다. 끝까지 저자는 자신이 떠나간 세계에 대해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심지어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내게는 바로 그것이 이 책을 읽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까지 놓지 않으려는 가족이란 과연 무엇일까? 과연 이런 가족도 사랑하는 것이 정말로 맞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러나 그녀는 교육을 통해 가족으로부터 자유를 얻는다. 자유를 얻었다는 것이 꼭 가족을 저 벼렸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가족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가족에 대한 객관적인 생각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복종과 긍정도, 원망으로 가득 찬 눈빛도 아니다. 먼저 관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관찰을 통해 어떤 것에는 동의하고, 어떤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서 말이다.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책을 꾹 참고 읽다 보면 교육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내가 하고 있는 "공부"라는 것이 얼마나 신성하고 귀하며 위력적인 것일 수 있는지 말이다. 


저자는 역사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이해한다. 

그들의 저술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관적 편견이 가미된 주장들을 서로 교환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내가 배운 역사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운 역사와 다르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은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익숙히 알려진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E.H.Carr의 철학과 결을 같이하는 이야기다. 하나의 철학과 한 생각이 이렇게 큰 울림을 주고, 한 사람의 삶을 정말로 송두리째 바꾸어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읽고 쓰는 것에 투자한다. 그러나 가끔씩 책 읽기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도 한다. 읽고 쓴다고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월급 받는 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도 사실은 미지수다. 코딩을 짜는 일과 참 거리가 먼 책들을 읽는 것이 내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그 답을 찾은 것 같다. 

책에 쓰인 만들을 나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읽는 것은 전율이 흐를 정도로 기쁜 일이었다. 

그렇다. 내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전율이 흐를 정도로 기쁜 일이다. 세상을 볼 때 나만의 눈이 생기는 것. 정말 눈을 뜨게 하는 경험이 바로 책 읽기이다. 누군가의 의견에는 동의하고, 누군가에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어떤 점에서 동의하고 어떤 점에서 동의하지 않는지 이야기하고 글을 쓸 수 있는 힘. 그것은 엄청난 힘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엄청난 특권이다. 


그리고 저자는 바로 그 특권을 이용해서 가족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교육을 통해 기른 생각하는 힘을 통해서 스스로를 구원한 것이다. 


내가 그때까지 해온 모든 노력, 몇 년 동안 해온 모든 공부는 바로 이 특권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내게 준 것 이상의 진실을 보고 경험하고, 그 진실들을 사용해 내 정신을 구축할 수 있는 특권. 나는 수많은 생각과 수많은 역사와 수많은 시각들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스스로 자신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믿게 됐다.  

정말로 가슴을 울리는 문장이다. 교육의 최종족 목표는 바로 그것이다. 스스로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자신이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리고 어떤 환경 속에 있더라도, 자신과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바로 그 사람 내부에 있다는 것을 믿게 하는 힘. 바로 그것이 바로 교육의 힘이고 신성함이다. 


그리고 저자는 내가 앞서 던진 과연 이런 가족도 사랑하는 것이 정말로 맞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가족을 떠나서도 그들을 사랑하고, 깊게 이해하려고 책이 끝나는 그 지점까지 노력한다. 


이 책이 소설이었다면 덜 슬펐겠지만, 덜 강력했을 것이다. 하나의 삶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삶이 변화하는 것은 누군가에 영감을 주기에 최고의 이야기다


한 삶이 교육을 통해서 변화하는 것을 엿보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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