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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an 09. 2022

주는 것의 즐거움

나는 강연과 멘토링 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경우 무료 강연과 멘토링이다. 또한 최근에 책을 썼는데, 이 책의 경우 인세 전액을 기부한다.


언제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을 내 주업인 연구 외 시간에 하고 있다. 혹자는 왜 나의 시간과 노력이라는 남에게 그냥 주는지 묻곤 한다. 내 커리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주변에선 걱정을 하기도 한다. 연구만 해도 힘들 텐데 그런 외적인 것까지 하느라 힘들지 않으냐고 말이다. 물론 나 역시도 지나치게 휴식시간이 없어 힘겨울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주어지는 기회들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 항상 꾸준하게 해오고 있다. 되려 위와 같은 멘토링 강연 기부 등을 통해서 항상 큰 에너지를 얻곤 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이런 일들이 내게 좋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게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몰랐다.


그런데 마침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해준 문장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게 역시 독서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많이 '갖고' 있는 자가 부자가 아니다. 많이 '주는'자가 부자이다. (중략) 자기 자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 부자이다. 그는 자기를 남에게 줄 수 있는 자로서 자신을 경험한다. -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나는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한번쯤 더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나는 나를 '줄 수 있는 자'로서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통해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주는 것은 잠재적 능력의 최고 표현이다. 준다고 하는 행위 자체에서 나는 나의 힘, 나의 부, 나의 능력을 경험한다. 고양된 생명력과 잠재력을 경험하고 나는 매우 큰 환희를 느낀다. 나는 나 자신을 넘쳐흐르고 소비하고 생동하는 자로서, 따라서 즐거운 자로서 경험한다. -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연구만을 진행하고, 그 연구가 잘 진행되지 않을 땐 참 힘들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 내가 가치가 있고 앞으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그럴수록 삶을 살아가면서 생명력과 잠재력을 경험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럴 때 나는 주는 것을 통해서 환희를 느낀다. 그렇기에 주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의 생명을 줌으로써 그는 타인을 풍요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의 생동감을 고양함으로써 타인의 생동감을 고양한다. (생략) 그에게는 주는 것 자체가 절묘한 기쁨이다. 그러나 그는 줌으로써 다른 사람의 생명에 무엇인가 야기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의 생명에 야기된 것은 그에게 되돌아온다. 참으로 줄 때, 그는 그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을 받지 않을 수 없다. -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준다는 행위는 나를 위한 일이다. 주는 것 자체가 기쁨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준 것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기쁘게 나눠주었는데 내가 준 무언가가 돌고 돌아 내게 돌아오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내게 멘토링과 강연 그리고 책을 쓰는 행위는 그런 것 같다. 그 자체로 기쁜 일, 나에 잠재력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나아가 결과적으로 이 일이 돌고 돌아 언젠가는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까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주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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