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Aug 01. 2020

하버드 대학교 강의를 들으면 행복해 질까?

이번 여름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리는 Harvard Summer School에서 뇌과학의 역사 수업을 듣고 있다. 한 과목당 수강료가 3340$, 한화로 410만 원 정도 되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다니는 대학교에서 운이 좋게도 지원금을 받아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욕망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유명해지고 싶어 할 것이다. 내게 있어 가장 큰 욕망은 좋은 학교에서, 좋은 학생들과 함께 좋은 수업을 듣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온라인으로 듣는 수업이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학교의 수업을 듣는다니, 자기소개서를 쓰고 수업을 준비할 때는 정말 설렜다. 그리고 수업을 들으면 매번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엄청난 설렘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장학금에 합격했을 때와 첫 수업을 들었을 때 정도만 설렜고, 나머지 대부분의 순간들은 매번 대학에서 듣는 수업처럼 간신히 읽기 자료를 수업 전 근근이 읽고, 과제와 시험을 겨우 제출했다. 좋은 순간들 보다는 힘들고, 막막한 순간이 더 많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연해 보이는 현상일지 모르지만, 필자에게 이 경험은 상당히 인상 깊은 경험이다. 지금도 대학원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고, 막연하게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해 유학을 가게 된다면 인생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비록 여름강좌일 뿐이지만, 내가 원하는 최고의 욕망을 이루었음에도 인생의 행복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면 인생이 갑자기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내 고등학교 시절 나는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가면 당연히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 주변 친구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기업에 취업을 하면 당연히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모두가 알겠지만, 무언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한번 성취했다고 인생이 갑자기 확 바뀌지는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배우 짐 캐리는 이런 말을 했다. 


I think everybody should get rich and famous and do everything they ever dreamed of so they can see that it's not the answer. - Jim Carry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해봤으면 좋겠다.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 짐 캐리


한국 사회는 아주 치열한 경쟁사회다. 다들 유명해지고, 부자가 되고 싶거나, 자신이 원하는 모든 굵직한 일(이를 테면 취업, 자신의 집 장만)들을 이뤄내는 것을 위해 자신을 갈아 넣는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런 욕망의 실현이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목표의 끝에 있는 하나의 거대한 성과물이 아니다. 사실 그 성과물은 한 개인의 의지로 무조건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많은 운이 작용한다. 내가 목표한 것들을 이뤄내는 작은 성취들이 인생에서 더 소중하다. 그 작은 성취가 모여서 나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의 성취다. 오늘 빼먹지 않고 수업을 들은 것. 과제를 제출한 것. 그 작은 성취들에 더 큰 뿌듯함을 느끼고, 그 성취들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사실 이 글은 오늘도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지원해 410만 원의 돈을 내고 듣는 수업의 과제가 너무도 하기 싫은 나를 설득하기 위한 글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 달 반, 매일 쓰며 배운 글쓰기의 필요 4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