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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ug 03. 2020

하버드 대학교가 세계 최고의 대학인 이유

400만 원 값을 하는가? 

이번 여름 하버드 서머스쿨에서 열리는 뇌과학의 역사 수업을 들었다. 언제나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수자에게 배우려고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내게 하버드대학교라는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정말 좋은 기회 었다. 과연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최고의 대학들은 무엇이 달라서 최고의 대학이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저 유명해져서 똑똑한 학생들이 많이 오는 빛 좋은 개살구 일지, 아니면 정말로 훨씬 더 양질의 수업을 제공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다르다면 과연 어떻게 다를까? 


0. 수업 전 읽기 자료의 양 


먼저 첫째로 매번 수업 전 읽어가야 할 읽기 자료가 정말 많다. 일주일에 2번 3시간 정도 수업이 있는데 각 수업마다 최소 100p, 많은 경우 200p에 달하는 읽기 자료를 읽어가야 했다. 한 시간을 열심히 읽으면 많아야 15p 내외를 읽는 나는 따라가기 정말 벅찼다. 


1. 수업시간의 분위기 및 수업 전달력


당연히 하나의 수업만으로 모든 수업이 다 이럴 것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내가 들었던 수업의 분위기가 어땠는지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첫째로 교수의 강의 전달력이 정말 좋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했음에도 전혀 지루함을 느낄 일이 없었고, 당연히 zoom에 익숙하지 못해서 수업시간을 갉아먹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어가 제2 외국어인 내게도 발음이 선명하고 명확하게 전달이 되었다. 


둘째로, 수업시간은 굉장히 활발하고, 교수와 학생들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가 굉장히 수평적이고, 친구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금 더 질문하기 편해지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수업시간에 질문이 엄처 나게 많다.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간중간 언제나 손을 들어(zoom의 손들기 기능) 학생들이 질문을 한다. 교수가 수업에서 한 내용을 다루고 넘어갈 때마다 


"지금까지 질문 있는 사람?" 


이렇게 매번 물어보고, 언제나 질문은 있다. 한 수업시간 1시간 반 기준으로 질문이 최소한 10개 이상은 나오는 것 같다. 


2. 피드백의 질. 


이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감동받은 두 가지 지점 중 하나다. 한국에서 수업을 들으면 수업에 글쓰기 과제를 제출해도 피드백이 오지 않았던 점이 항상 답답했다. 과제별로 점수가 나오지 않고 학점 하나로만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과제별 피드백이 오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엔 4p 정도의 에세이를 작성해서 과제로 제출했다. 주제는 '스토리의 힘'으로서, 19세기 미국의 신경과학의 아버지 Silas Weir Mitchell가 사지절단 환자의 환상지 현상에 대해서 쓴 소설 "The case of George Dedlow"로 작성했다. 아직 영어로 글쓰기 능력이 부족해서 개인적으로 속상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제에 달린 코멘트가 너무 따듯하고 생산적이었다. 거의 2p에 달하는 내용이다. 그중 일부를 소개하겠다. 



Thank you for this creative paper. I love the title and how fitting it is for your source. 
Your essay vividly conveys your appreciation for the story as well as your sympathy for the the character.

Below are a couple of suggestions for improvement:
- You should include 1-2 sentences introducing Silas Weir Mitchell.
- Similarly, you should briefly introduce the context in which this piece of fiction was published.

Here are a couple of issues that would enrich your contextualization:
- What could be an explanation for why the story was published anonymously in the most popular magazine in America at the time?
- How was this story informed by Mitchell’s experience caring for military soldiers?

Ideally, you would also want to connect his scientific articles with the phantom limb phenomenon described in this story.

You make an interesting point about the “terrible paradox” that Mitchell was exploring through fiction. However, it is not clear from your writing what this paradox might be. I like your points about objective disease and subjective exploitation, as well as the poignancy of medicine in wartime. The beauty of your ideas are not fully expressed because you are writing in your second language. I think you are very perceptive in your observations. As your writing skill improves, you will be able to communicate your ideas more effectively. I look forward to reading your next assignment.
이 창의적인 논문 고마워. 나는 제목과 그것이 너의 출처에 얼마나 적합한지 좋아한다. 당신의 에세이는 그 인물에 대한 동정심과 더불어 그 이야기에 대한 고마움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다음은 개선을 위한 몇 가지 제안사항이다.
- 사일러스 위어 미첼을 소개하는 1~2 문장을 포함해야 한다.
- 마찬가지로 이 소설이 출판된 맥락을 간략히 소개해야 한다.

다음은 콘텍스트화를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
-당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잡지에 왜 이 이야기가 익명으로 실렸는지에 대한 설명이 무엇이 될 수 있다.
-미첼이 군인들을 돌본 경험에 의해 이 이야기가 어떻게 알려졌나.

이상적으로, 당신은 또한 그의 과학적인 논문과 이 이야기에서 묘사된 유령 팔다리 현상을 연결하기를 원할 것이다. 당신은 미첼이 소설을 통해 탐구했던 "끔찍한 역설"에 대해 흥미로운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당신의 글에서 이 역설적인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객관적 질병과 주관적 착취에 대한 당신의 지적과 전시에서의 의학의 순응에 대한 당신의 의견이 마음에 든다. 

제2외국어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사상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다. 나는 네가 너의 관찰에 매우 통찰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면 아이디어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너의 다음 과제를 잘 읽기를 바란다.


에세이의 단점만을 적지 않았다. 내가 원래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을 읽기 위해서 먼저 노력했으며, 그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주었다. 단점보다는 장점에 초점을 맞추며, 문제점보다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첫 에세이를 쓰고 너무 힘들어 지쳐 있던 내게 이 코멘트는 새로운 에너지를 주었다. 다시 마음을 잡고 두 번째 에세이를 쓸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3. Office hour의 질  


두 번째로 감동받은 지점이다. 에세이 주제 작성이 어려워 교수와 약속을 잡고 Office hour를 30분가량 가졌다. 원래 생각했던 주제는 "Asians in Neurosience(뇌 과학사의 아시아인들)"이었다. 아쉽게도 수업시간에 다룬 사람들 중에는 한국인은 없고, 중국인과 일본인이 한 명씩 있었다. 그나마도 아시아인이 나온 것이 너무도 반가워서 그들의 역할, 그리고 아시아인들이 뇌 과학사에 많이 없는 것이 자라나는 아시아 청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에세이를 작성하려고 했다. 


교수와 미팅을 하며 위 이야기를 소개했고, 한국에서 있었던, 혹은 한국인과 관련된 일이 뇌 과학사에 역사에 영향을 끼쳤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교수는 자신이 얼마 전에 학회에서 만난 사람이 한국의 뇌 과학사에 대해서 쓴 논문이 있었다며 그 논문을 그 자리에서 약 2~3분 만에 찾아 내게 보냈다. 그 논문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생겼던 뇌과학에 관련된 법안을 다룬 내용이었다. 


그 논문을 2차 분석 과제로 사용하고, 그 논문에서 사용된 reference들 중 20세기에 나온 기사나 법안을 1차 분석 과제로 사용하라고 했다. 학생이 정확하게 원하는 주제를 상담을 통해 알아보고, 그 주제에 맞는 읽기 자료를 그 자리에서 찾아주는 능력이 놀라웠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생긴 뇌과학정책과 관련된 법안은 전 세계에서 최초이며, 이후에 이 법안이 나온 것에 영향을 받아 다른 나라에서도 뇌과학 관련된 법안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논문은 영어로 쓰였었지만, 20세기에 한국 법안에 대한 이야기 이므로 대부분이 한글로 쓰인 기사들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교수에게 "대부분이 한글로 쓰인 글들이 많은데, 이것을 1차 분석 과제로 써도 되나?"라고 물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써도 된다. 써도 되는 정도가 아니라, 가산점이 있다. 나(교수)는 단 한 줄의 한글도 읽을 줄 모른다. 그런데 너는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너의 큰 장점이 있다. 이 논문을 읽으니 그 법안은 상당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모국어로 쓰인 글을 분석하여 전체 뇌과학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더한다면,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네가 한 것이니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사실 나는 모국어가 영어인 사람은 영어가 아닌 언어로서 쓰인 것들을 읽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었다.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었으니 당연히 출처로 사용하는 것도 영어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한글로 쓰인 문헌을 분석하여 그것을 한국어를 읽을 수 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더 큰 가치가 있는 일일 수 있다는 생각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TA(teaching assistant)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피드백과 응원, 그리고 교수의 학생의 관심을 살려 주제를 찾아주는 능력, 열린 생각, 따듯한 마음 덕분에 나는 마지막 2차 에세이 과제에 다시금 큰 열정을 느끼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제대로 된 힘든 공부량, 학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향성 제시, 학생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는 설계 방향, 그리고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들이 모여 하버드대학교를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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