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 아아 타다다닥 토도독. 빗소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이자, 들을 때 가장 안정되는 소리. 장마철 내내 들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었던 소리다. 하지만 이번 여름, 더 특별히 많이 들었다.
이번 여름, 망막 박리로 눈 수술을 했다. 눈에서 물방울이 보여 '이것은 무언가 확실히 잘못되었다'라고 느끼며 병원을 찾아갈 때도 비가 왔었다. 집에서부터 짧은 거리를 걸어가며 들었던 우산을 때리던 토 도도 독 빗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의사에게 '아주 심각한 병이에요 당장 응급실 가셔서 바로 수술하셔야 해요'라는 말을 듣고 병원의 응급실로 향할 때도 비가 왔었다. 유난히 빗소리가 더 많이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수술이 끝나고 1주일 내내 엎드려 지내는 상황에서도 종종 빗소리를 들었다. 그때의 빗소리는 마음도 불편하고 몸도 불편했던 나를 유일하게 안정적으로 만들었던 소리다. 1주일 동안 눈을 전혀 뜨지 못하니, 청각은 엄청나게 발달했다. 빗소리는 다양한 소리를 같이 가지고 있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는 쏴아아~ 하는 소리, 유리창을 때리는 토도독 토도독 거리는 소리, 땅에 떨어지는 두두둑 두두둑 소리. 주의를 기울이는 만큼 눈에 보이듯, 소리에 더 많이 주의를 기울이면 더 많이 들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눈을 못 뜨니 청각이 발달했었다. 무언가 부족한 것이 생기면 다른 곳에서 채워지기 마련이다. 삶은 그렇다. 그러니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너무 슬퍼할 필요 없다. 그 안 좋은 일은 분명히 다른 감각을 일깨워주는 경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