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돈을 주고 구입해서 읽는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이제 말이 되지 않는 투자다. 넷플릭스에 한 달에 9500원을 내면 한 달 내내 수천 가지의 콘텐츠가 쏟아진다. 그리고 심지어 유튜브를 통해서는 인터넷만 연결하면 무료로 정말로 모든 것에 대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무리 저렴해도 15,000원은 하는 책을 구입해서 얼마 되지도 않는 책장에 쑤셔 넣는 행위는 참으로 이해가 어려운 행위다.
더군다나 넷플릭스를 볼 때는 내가 특별히 머리를 열심히 굴리며 상상하지 않아도, 내 눈앞에서 모든 것이 다 펼쳐진다. 심지어 드라마 한 화가 끝나면 다음 화까지 재생되기 때문에 정말 손 하나 까딱 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이미 쌓인 업무에 치여 바쁜 하루를 지내고 지옥철을 뚫고 겨우 집에 도착해 간신히 저녁을 입에 넣고 난 후 고작 남은 2시간을 책에 투자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을 때는 열심히 손을 움직이며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야 함은 물론이고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1.4kg의 조그마한 뇌가 전체 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20%다. 이미 온몸을 굴리며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고 난 퇴근 이후 시간에 뇌를 요리조리 굴리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을 읽는다는 것, 정말 어렵고 어쩌면 이상한 휴식 방법이다.
그러나 그 이상함을 추구하지 않으면 내 삶은 더 이상한 방향으로 가버린다.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 꾸역꾸역 퇴근 시간까지 버티며 중간중간 뉴스를 몰래몰래 보고 나서 집에 돌아와 유튜브를 보며 하루를 보내고 나면 정말 하루에 남는 것이 없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된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것을 잊게 된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바로 그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서 살기 위해서 말이다. 지난 하반기 참 바빴다. 21학점을 들으면서 졸업 논문 포함해 3개의 논문을 썼고, 새로운 책의 계약서를 썼다.
아쉬웠던 것이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마르틴 발저의 명언은 참 유명하다. 한동안 나를 새롭게 만들 재료가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벌려 놓은 일들을 수습하느라 바빴다.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했는지,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일들을 하고 있는지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냥 눈 앞의 일들에 치여 이리저리 유영할 수밖에 없었다. 글을 쓸 여유가 없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이제는 그러지 않고 싶어서 계속 더 책을 주문한다. 모든 책을 다 읽지는 못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는 계속해서 책을 읽겠다는 나의 의지이자,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이다. 그래서 나는 올해도 계속 책을 주문할 것이고, 내 책장을 조금씩 조금씩 채워나갈 것이다. 그리고 계속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