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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an 12. 2022

인생의 선배님들에게 배우는 지혜

감사하게도 추천사를 써주신 학교의 선배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드리고자 선배님들께 직접 방문해 우리가 쓴 책을 3권씩 드리고 있다. 그리고 선배님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배님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동기를 잃고 방향성이 흔들린다고 생각했던 그런 상황 속에서 나의 길을 먼저 걸으신 선배님들의 삶 이야기에는 너무나 배울 교훈이 많았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이자 <몰입>이라는 책 덕분에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신 황농문 교수님과 네이버 AI 랩스에서 수백 명의 AI 전공자를 이끌고 계시는 하정우 소장님을 만나 뵈었다. 


1. 유명해지려는 마음보다는 내가 가진 콘텐츠가 중요하다. 그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핵심이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알량하고 얕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필자는 <몰입>이라는 저서를 작성하신 황농문 교수님께, 어떻게 대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하시는 삶을 사시는지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황농문 교수님께서는 전혀 유명해질 생각이 없었다고 하신다. 그저 스스로 몰입이라는 콘텐츠를 스스로 경험하고, 그 놀라운 경험을 주변에 조금씩 알리다 보니 입소문을 타고 강연을 하게 되었고, 그 강연을 하다 보니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신다. 본인이 삶에서 밀도 있게 고민하고 인사이트를 얻게 되면 그 콘텐츠가 소중한 것이다. 유명해지려는 마음은 유명해지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나의 내공을 쌓는데 방해가 될 것 같다. 


2. 삶은 길다. 지금 당장 좋은 기회를 받는 것이 꼭 중요한 게 아니다. 먼저 그만한 실력과 내공을 쌓고 단단해진 다음 기회를 받는 게 더 좋을 것이다.


하정우 소장님은 박사과정을 9년 동안 하셨다. 일반적인 박사과정에 거의 2배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불안하지 않으셨는지 여쭤보았다. 당연히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은 불만이 많았다고 하신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니 그때 오랫동안 준비하고 졸업한 덕분에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실 수 있었다고 한다. 마침 2015년에 졸업하고, 2016년에 알파고 덕분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본인이 채용자로서 누군가를 채용할 때 누가 얼마나 빨리 성취를 이루었는지 전혀 관심이 없으시다고 한다. 지금, 이 상황에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지금 당장 이 그룹에 도움이 될 인재를 원하지 그 사람이 얼마나 빨리 성과를 내어 왔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인생은 길다. 천천히 준비하자. 


3. 인생의 한 순간순간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과연 내게 잘 맞을까? 이렇게 살면 후회하지 않을까? 황농문 교수님은 매 순간에 '이렇게 살면 내가 인생의 끝에서 후회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셨다고 한다. 처음 연구자가 되었을 때 고민의 결론은 논문 개수를 쓰기 위해 살면 후회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본인의 인생과 교수로서 앞으로 평생 쓰게 될 논문 150편을 바꾼다고 상상해 보았을 때 삶이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어렵지만 세상에 아주 중요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걸 위해 모든 역량을 다 받쳐 진심으로 노력한다면 그 삶에는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으셨다. 그리고 주변에서 그렇게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처럼 사리라 다짐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삶을 사시게 되었고, 그때 본인이 생각하던 과정과 그 결과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몰입>이라는 책이 만들어졌다. 


삶을 살다 보면 눈앞에 있는 수많은 일들에 파묻혀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고자 했는지 잊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그러나 그럴 때 일 수록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 모습을 위해선 나는 지금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지 점검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4. 연구는 원래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한 학기 내내 한 연구의 결론은 "내가 한 방법은 안된다."였다. 3~4개월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안된다"라고 나오니 힘들었다. 시간을 버린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만큼 노력하지 않아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정우 소장님께서 간단하게 "원래 연구는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90%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안 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이다. 잘 안 되는 일이니 지금까지 세상에서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고, 그러니까 혹시라도 성공했을 때 그것이 너무도 가치 있고 대단한 일이라고 말이다. 심지어 한두 달 만에 연구가 바로 되어버리면 오히려 의심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오류는 없을지, 혹은 이 연구를 이미 해버린 사람은 없을지 말이다. 


나아가 안 되는 연구를 했다고 절대 그 경험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안 되는 결과만을 가지고 논문이라는 성과를 낼 수는 없다. 그러나 안 되는 경험은 나의 경험치로 축적된다. 어쨌든 결과를 내기 위해 진행했던 실험들, 그리고 그 실험들을 위해 데이터를 정제하고 세팅하는 모든 경험들이 나의 경험치로 축적된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그 축적된 경험치들 덕분에 나중에 '되는'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생에 고민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먼저 묻고, 책을 찾아보는 습관은 너무도 좋은 습관이다. 내가 혼자 한참을 고민해도 알기 힘든 깨달음을 이미 먼저 경험을 통해 깨달은 인생의 선배들의 다이렉트 3분 지도로 얻을 수 있다. 


항상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묻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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