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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an 10. 2022

나에 대한 믿음이 필요할 때

살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날들이 있다. 확신을 가지고 가던 길에 의심이 생기고,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회의가 생기기도 한다. 


작년, 야심 차게 지원했던 유학에 떨어지고 한동안 그랬던 것 같다. 괜히 연구가 안될 때마다, 공부하다 막힐 때마다 스스로의 능력에 의구심을 풀었다. 공대생으로서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들만 열심히 할걸 후회도 많이 했다. 멋져 보이던 강연과 멘토링, 책 저술 모두 유학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과연 이게 옳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대학원에 들어오고도 계속 어려움만 닥쳤다. 중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큰 이벤트가 발생했다. 많은 일들에 회의가 들었고 거의 2~3주 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중간고사를 봐야 했고, 책을 마무리해야 했고, 정신없이 살았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계속 올라왔다. 그럴 때 역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나아가 그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 그건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나와의 정한 약속을 잘 지킨다면? 나는 나를 믿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쌓인 믿음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약속이 하나의 루틴이 되어 습관이 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11월 12월 너무도 힘겨운 시간들이었지만 나를 지탱해주었던 것은 습관이다. 매일 일어나서 수업을 듣기 전 예습을 하고, 당일에 바로 복습을 하고 운동을 갔다. 특히 그중에서 꾸준하게 운동을 가고 운동한 내역을 기록으로 남겼던 습관은 나를 지탱해 줄 수 있었다. 


비범함은 무수한 평범함이 쌓인 결과다. - <다산의 마지막 공부>


다산은 위와 같이 역설했다. 비범함은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하루하루는 내가 만들어 놓은 좋은 습관, 내가 지키려고 생각했던 조목들로 이루어진다. 


지난 2주간 하루를 빼놓고 알람이 울리는 시간에 일단 바로 기상할 수 있었다. 아주 사소한 습관이지만,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대로 바로 일어나는 아주 작은 시작 하나로 조금씩 조금씩 자신감이 쌓였다. 


하루쯤 빼먹는다고 무언가 바뀔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루를 빼먹으면 이틀을 빼먹기 쉽고, 이틀을 빼먹으면 아예 놓아버리기 쉽다. 그리고 그 사소하게 챙기지 못하는 마음은 나의 존재 자체를 흔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운동일기를 쓰고, 약속한 대로 글을 쓰고, 정해진 시간에 내일도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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