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왜 이렇게 꾸준하게 글을 쓰는가. 커리어에 직접 도움도 안 되고, 돈과는 더더욱 거리가 먼데 말이다.
대학원에 가고 3개월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오래 쉬었다. 티스토리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 2018년 1월이니 글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한 것도 거의 4년째다. 그동안 항상 꾸준하게 글을 써 왔다. 거의 대부분 1주일에 한번 정도, 아무리 길어져도 1달에 한번 정도는 글을 썼다. 매일 글을 썼던 기간도 3개월 정도 되었었다.
매일 글을 쓰면 글을 쓸 소재가 있냐고 많은 사람들이 묻곤 했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면 오히려 매일 글을 쓸 때 세상에 소재가 너무도 많았다. 감각을 곤두세우고 살았고, 글감이 생기면 항상 기록해 놓았기에 글을 쓸 소재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글을 쓰지 않는 기간이 늘어나니 글을 쓸 소재가 떨어졌다.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글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때 다시 내게 꾸준함이라는 불씨를 전해준 사람은 무라카미 하루키다. 개인적으로 그의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이 참 좋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그의 소설을 한번 잡으면 거의 몇 시간 내내 계속 읽게 된다. 굉장히 칙칙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있는데, 묘하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나름의 힘이 난다.
아래는 하루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어떻게 장편 소설을 쓰는지 적은 내용이다.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하루에 꾸준하게 200자 원고지로 20매를 쓴다는 것이다. 그렇게 6개월을 반복하여 장편소설의 초고를 완성한다. 이 꾸준함이 너무도 경이로웠다. 그리고 그 꾸준함이 하루키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 같다. 본인은 사실 별로 대단할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아주 강력하게 믿고 있는 것 같지만, 이 꾸준함은 대단한 것이다.
대학원에 들어가고 방향성을 많이 잃었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담감과 함께하니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확신이 잘 생기지 않았다. 나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는 꾸준히 하는 것을 잘한다. 그것만큼은 자신 있다. 그리고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다시 한번 꾸준히 글쓰기를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자유인이 되고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나 좋을 때로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자유인의 정의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정의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그냥 갑자기 2022년 새해가 밝은 김에, 꾸준히 매일매일 내가 정한 대로 하는 것, 이것이 역설적으로 내게 큰 자유를 준다. 글쓰기는 누가 시킨 일이 아니기에, 압박을 받는 일이 아니기에, 잘해야만 나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돈도 안되고 커리어에도 도움이 안 되기에,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것은 오히려 내가 자유를 준다.
그리고 그 자유를 통해 나는 나를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