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헬스장에서 보이는 바디 프로필을 볼 때마다 대체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몸을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궁금하면 내가 직접 해봐야 한다. 그래서 한번 도전해보겠다 마음먹었다. 단독샷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했다. 매일 헬스장에 가고 바디 프로필을 찍기 한 달 전부터는 과자나 초콜릿, 주스와 아이스크림 등은 최대한 멀리했다.
결과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그러나 바디 프로필을 찍고의 회의감이 분명히 존재한다. 바디 프로필이 사실 진짜 내 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 때문이다. 진짜 나의 몸보다는 오히려 아주 잠깐의 순간을 위해 모든 것들을 맞추고, 인공적으로 포착하고 가공한 일종의 작품 같다.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한 인공적인 노력들은 다음과 같다.
1. 태닝
먼저 몸의 색 대조를 위해 태닝을 한다. 나는 태닝 오일을 구매하여 발랐다. 몸이 하얀 사람들의 경우 태닝을 하지 않으면 몸이 꽤 좋아도 근육들이 쉽게 잘 보이지 않는다.
2. 조명
조명의 영향 역시 크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방향과 색의 조명을 받으면 몸이 훨씬 좋아 보인다.
3. 온몸의 힘
얼굴 표정은 다행히 부자연스럽지 않지만, 사실 저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는 온몸에 근육을 쥐어짜고 있다. 셔터가 끝나면 거친 숨을 내쉬며 겨우 호흡을 한다.
4. 단수
사실 이것을 하면서 가장 큰 회의를 느꼈다. 한번 몸의 근육을 잘 보이게 하고 싶어 조금 욕심을 부렸다. 바디 프로필을 찍기 전 약 24시간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았다. 전체 몸의 수분을 줄이면 피부에 스며들어 있는 수분이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피부가 말라서 잔근육 하나하나 나오게 되는 것이다.
확실히 몸의 잔근육이나 핏줄들이 잘 보이기는 했으나, 너무 괴로운 과정이었다. 다시 한번 단수를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5. 보정
마지막으로 보정이 제법 들어간다. 내 사진의 경우 머리가 많이 작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근육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줄이는 것이 좀 놀라운 선택이긴 했다. 그러나 그를 통해 전체적으로 몸이 커 보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오랫동안 헬스를 하면서 가끔 인스타에 올라오는 바디 프로필을 보며 "대체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멋진 몸을 만들었을까?" 하며 나의 몸과 비교했던 적이 꽤 있다.
바디 프로필을 찍어보니 오히려 알겠다. 대부분 내가 보며 나의 몸과 비교했던 바디 프로필은 사실 실제 그 사람의 몸보다는, 아주 예쁘게 다듬어지고 준비된 찰나의 작품에 가깝다는 것을.
멋진 드라마의 풍경을 보며 아름 다운 삶의 이야기를 즐기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허구의 주인공들이 몇 시간에 걸친 메이크업을 받고, 기다리고 기다려 하루 중 가장 예쁜 배경을 겨우 딴 드라마를 보며 나의 삶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일이다.
바디 프로필도 비슷하다. 누군가 열심히 몸을 만들고, 전문가인 사진가와 함께 조명과 적절한 보정을 통해 하나의 멋진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는 괜찮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새로운 도전거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그런 인공의 작품을 실제라고 믿으면서 내 몸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헬스장에 가는 것을 여전히 즐긴다.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운동하는 시간이다. 앞으로도 운동은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또 내킨다면 바디 프로필에 더 도전해 볼 것이다. 언제나 도전은 내 삶을 충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사람의 바디 프로필을 보며, 혹은 내 과거의 바디 프로필의 몸을 진짜 내 몸이라 믿으며 현재의 내 몸과 비교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냥 멋진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혹은 잘 그려진 미술작품을 보는 느낌으로 이 사람은 이렇게 작품을 만들었구나, 나는 이때 이런 찰나를 기록해 놓았구나라고 생각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