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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ug 09. 2022

소식좌의 유행이 기쁘다.

아주 오랫동안 먹방이 유행이었다. 한국사람들의 먹방은 전 세계적으로 까지 인기가 생겨 심지어 영어에도 "Mukbang"이라는 말이 생겼으며 위키피디아 페이지까지 생겼다. 


한국에서 밥은 중요하다. 한번 보자는 약속을 "밥 한번 먹자"라고 하며 고마움의 표시 역시 "밥 한 끼 산다"라고 한다. 그러니 맛있게, 복스럽게 밥을 잘 먹는 사람들은 대부분 큰 환영을 받는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맛있는 밥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야 문제 될 것 없다. 한국사회가 가끔 힘든 상황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밥을 맛있게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우려, 나아가 참견이 너무 많다. 


요즘 반가운 유행이 있다. 

바로 "소식좌"의 유행이다. 왼쪽의 mbc에서 나온 소식좌에 대한 클립은 700만 회가 넘었고, 오른쪽 밥맛없는 언니들이라는 콘텐츠는 대부분 200만 가까이 나온다. 오른쪽 산다라 박 님과 박소현 님이 나오는 콘텐츠의 경우 채널 '김숙 티비'에서 나온 촬영 브이로그를 올리며 두 사람의 평소 식성을 공개한 것이 화제가 되어 시작되었다. 과자를 한 입, 치킨을 한 조각 먹고 "다 먹었다"라며 배부른 표정을 보인다. 해당 브이로그가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그 사람들의 식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이다. 

"왜 이것밖에 안 먹었어"
"그것만 먹고 어떻게 살아"
"좀 더 먹어라" 

등으로 참견을 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옳다는 것을 남들에게 무조건 강요하지 않는 점이 좋았다. "이러면 내가 다 먹어야 하잖아" 하며 껄껄 웃으며 남은 음식을 가져가는 모습은 자연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필자는 운동을 하기 전까지 180cm에 앞자리가 5인 몸무게로 정말 말랐었다. 사람들이 너무 말랐다며 참견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절대 싫어하진 않지만, 먹는 것이 그렇게까지 내 인생의 큰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귀찮음이 배고픔을 대부분 이겼다. 아마도 소화기관이 좋지 않아서인지 긴장을 하면 밥맛이 없었고 많이 먹으면 자주 체하곤 했다. 친구들이랑 밥을 같이 먹기 시작한 시점부터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내 옆자리의 친구들은 세 번의 테이블 회전이 돌아가곤 했다. 밥을 깨작깨작 먹는다며 직접적으로 핀잔을 준 사람도 꽤 있었다. 


물론 음식을 남기면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니 음식을 남기는 것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나눠 먹을 수 있는 음식이거나, 사뒀다가 나중에 먹을 수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이 오래된 고전 <자유론>에서 주장했듯, 성숙한 사회는 개인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사회다. 내가 많이 먹고 싶으면 많이 먹고, 적게 먹고 싶으면 적게 먹는 것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사회에서 하나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관여하고 간섭하는 다수의 횡포(tyranny of the majority)가 없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다. 


"밥맛 없는 언니들"은 두 명이 "소식좌"가 유명한 먹짱들을 초대하여 먹방 수업을 받는 콘텐츠다. 너무 다른 서로가 모여 각자의 나름의 방식대로 맛있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기보다 야채를 좋아하는, 고기 하나를 5분 동안 씹는 소식좌가 더 좋다는 것이 아니다. 치킨을 한 조각만 먹어도 배부른 소식좌와 치킨을 10마리도 거뜬히 먹을 수 있는 대식좌가 함께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 함께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이 기쁘다는 것이다. 소식좌들이 배가 부르면 "배부르다"라고 하며 게스트들이 권하는 한입을 거부하는 모습이 기쁘다. 


내가 배부른데 다른 사람들이 더 먹으라며 권한 한 숟가락 억지로 먹어도 되지 않고, 내가 더 먹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이 그만 먹으라며 핀잔을 주어 억지로 수저를 내려놓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취미와 취향, 특기와 진로까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음껏 펼쳐낼 수 있는 그 사회가 오기를 기대한다. 


그 사회가 분명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사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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