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불만족은 많은 경우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불일치에서 온다. 그리고 불행히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그 자체로 일치하는 삶을 살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은 소수다.
보통 다양한 형식으로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읽은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나를 포함해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실을 이끄는 교수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를 위해서는 한 명의 개인 연구자로서 10년(박사과정 5년, 박사 후 연구과정 5+년) 가까운 연구를 해야 한다. 또한 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구비가 필요하므로, 연구비를 위해 많은 과제를 신청해야 한다. 그 둘은 얽혀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는 해야만 하는 일을 꼭 해내야만 한다.
그렇기에 삶을 만족스럽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 눈앞에 해야만 하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설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해야 하는 일들을 왜 해야만 하는지 여러 번 질문을 해보면 결국은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어떤 형식으로든 관련이 있기 마련이다. 정말 해야만 하는 일들의 그 어떤 점들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그 해야 하는 일을 그만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나는 강연을 하면서 살고 싶다. 좋은 강연가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내용,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전달하는 방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안의 좋은 내용물 없이 멋들어진 포장지만 있어서는 오래 좋은 강연을 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가장 튼실한 알맹이가 바로 뇌과학이다. 내가 스스로 뇌과학 연구를 해서 알아낸 내용으로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서 강연을 한다면, 그 강연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강연이 될 것이고, 그렇기에 오래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과학연구' 및 '논문작성'은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좋은 강연을 위해 사실은 꼭 필요한 일이다. 이렇게 나를 설득하면서 살아가면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조금은 덜 힘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