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은 내가 가지고 잇는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도약을 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바이오엔지니어링 글로벌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선정이 되어 1년 동안 MIT에서 한국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연구했다. 커리어적으로 큰 점프를 했다.
놀랍게도 나를 이 자리를 이끈 것은 불안이다. 한국의 대학원 석사과정이 나는 불만족스러웠다. 치열함도, 그 치열함의 결과로 따라오는 정신적 보상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미국으로 유학 나간, 혹은 유학을 준비하던 학부 학점이 높은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고 머리로는 끊임없이 생각했지만, 마음으로는 계속 친구들과 비교하며 불안해했다. 나를 항상 괴롭게 만들었던 것이 불안이라고 생각했다. 그 불안이 내게 주었던 고통은 분명한 실재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고통덕에 새로운 나만의 길을 찾고 걸을 수 있었다. 불안이 나를 찾아와 지금 내 눈앞의 일이 너무도 하기 싫고 도망가고 싶을 때마다 새로운 길은 없을까 찾아보았다.
당연히 그 새로운 길은 순탄치 않았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걸은 길이 아니니 막막했다. 대학원 과정과 새로운 길을 병행하려 하다 보니 눈앞에 주어진 대학원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 다양한 인턴십과 펠로우쉽등에 지원하고 그 결과 불합격을 받을 때도 힘들었지만,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커 보이기만 하는 남의 떡에만 눈독 들이는 것 같아, 나의 불안이 미웠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니 그때의 불안 덕분에 기회를 알게 되었고, 그 기회를 잡아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불안하기에 계속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해서 계속되는 실패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불안이라는 내 마음의 목소리에 솔직해지고, 그 속마음이 이끄는 방향으로 행동했더니 내가 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사람은 감정으로 판단하고 이성으로 합리화한다. - 브라이언 트레이시
자기 계발의 전설인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말했듯, 인간은 굉장히 감정적 존재이다. 먼저 감정이 결정하고 나면, 그 결정을 따라가기 위해 이성은 합리화할 뿐이다. 바른 마음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의 코끼리(감정)가 길을 결정하고 나면, 기수(이성)가 그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조정한다는 비유 역시 같은 교훈을 준다.
나는 지금껏 이성을 우선시하고, 감정의 목소리는 볼륨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만약 내가 가진 불안이라는 감정의 목소리를 노이즈로 처리하고 지금 내 눈앞의 연구에만 집중하라는 이성의 소리만 들었다면 오히려 더 만족하기 힘든 결과를 맞았을 수도 있다. 사람에게 이성과 감정이 있는 이유가 있다. 그 두목소리 모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낀다면, 내 마음은 내게 사실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감정의 신호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감정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역시 연습을 하면 더 나아진다. 감정의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곰곰이 탐구하고 귀 기울여 고민하고 글을 써보자. 그 목소리에 사실은 내가 놓치고 있던 지혜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