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오랜 기간 동안 바라왔던 대학원 입시, 5년 펠로우쉽등 좋은 결과들에서 좋은 신호가 조금씩 전해지고 있다. 아직 모든 것이 최종 확정된 것은 없지만, 좋은 신호들이 서서히 전해져 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 무엇보다 감사하고 신이 나는 일은 내가 하는 일들에 내가 남 득할만한 의미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막연하게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는데 공헌하고 싶었다. "행복"이라는 단어나 내게는 항상 중요한 키워드였다. 그렇지만 그 키워드를 학과 과학을 하는 나의 커리어에 어떻게 관련을 시킬 수 있을지는 항상 의문이었다. 다행히도 뇌과학을 연구하면 행복이라는 애매한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과학적인 탐구를 해나갈 수 있다.
물론 행복은 과학적으로 정확히 정의하기 굉장히 어렵다. 다행히 행복에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우울, 그리고 그 우울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우울증은 의학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정의된 상태에 대해서는 그 기작을 이해하려는 과학적 탐구가 큰 의미를 가진다.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치료적 중재를 할 수 있고, 그 중재는 전 세계에 실재하는 고통을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 그런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나는 그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며 나의 생계를 이어갈 수도 있고, 그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서 나의 커리어가 밝아질 수 있다.
하루하루의 일상의 일 끝에 이 삶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질문이 닿아 있는 것은 큰 행운이다. 물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하루하루 연구를 하게 되면 높은 확률로 그 감사한 마음을 잃게 될 것이다. 거의 모든 일이 그렇듯, 창대한 이상과 그 이상에 도달하기 위한 하루하루의 여정 사이의 거리는 굉장히 멀다.
내가 하고 있는 연구는 기초과학이다. 구체적으로 뇌의 중뇌의 부분인 선조체(striatum)이라는 분위의 두 가지 화학적으로 분리되는 세포 구조인 스트리오솜(striosome)과 매트릭스(matrix) 중 의 알려지지 않은 스트리오솜 두 가지 직접경로(direct pathway)와 비직접경로(indirect pathway)의 기능에 대해 연구 중이다. 이 세포들의 비정상적인 활성화 정도가 헌팅턴 병에서의 기분장애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내가 속한 연구실에서 밝혀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이 세포가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등의 기분장애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하고 있는 기초과학은 나의 최종적인 관심분야인 우울증을 비롯한 기분장애 연구 및 치료적 중재에 아주 큰 주춧돌이다. 박사과정 동안은 우울증이나 기분장애에 스트리오솜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싶고, 그 이후에는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직간접적으로 주기 위해 어떤 치료적 중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할 것이다.
그럼에도 위에 필요한 일상의 연구들은 힘들다. 쥐 수술, 행동실험을 위한 쥐들의 트레이닝, 데이터 전처리 등... 많은 일들이 단순 반복 작업적이다. 심지어 내 가설의 대부분은 틀린 가설로 밝혀진다. 내가 하는 일의 99%는 사실 그 자체로서는 과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그 99%를 거쳐 나온 정말로 유의미한 1%는 소중하다. 이 1%가 분명히 인류의 우울증을 극복하는 도약으로서 공헌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 힘들고 지난한 99%의 일들을 매일매일 꾸준히 하며 견디기 위해 나는 글을 쓰고, 나의 일상들이 내가 원하는 의미를 가진 "행복"이라는 키워드에 언젠가는 닿는 주춧돌이라는 점을 상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