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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an 05. 2024

쓰는 습관

글을 쓰고 싶다.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있지 않다가 다시 처음 텅 빈 하얀 화면을 마주했을 때는 대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주제를 잡기도 어려웠고,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글이 진도를 뻗지도 못했다. 그러나 며칠에 걸쳐 글을 쓰고 나니 다시 쓰고 싶은 내용이 생긴다.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습관이라 오랜 시간 쉬어도 금세 적절한 환경과 자극을 주니 습관이 회복된다. 지난 5년간 브런치에 적어온 300여 개의 글과 4권의 책이 아무런 의미가 없진 않은 모양이다. 

글은 솔직해야 한다. 다시 한번 느낀다. 물론 남들에게 읽히기 위해 써야 하는 글도 있고, 그런 상황에 맞는 글도 존재한다. 하지만 역시 그런 글을 쓰는 것은 대단히 즐겁지는 못하다. 과정보다는 결과, 내적 동기보다는 외적 동기가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기고를 받았을 수도 있고, 책을 출판하기 위해 구성을 맞추기 위한 조각일 수도 있으며, 과제일 가능성도 있다. 


그 자체로 맛있는 글은 솔직하다. 역시 쓰는 그 행위 자체가 맛있는, 글을 쓰며 '역시 글이란 건 정말로 써질 수밖에 없는 것이구나"라고 느껴지는 글들은 솔직한 글이다. 가끔은 지질하고, 못난 나의 모습과 생각을 꾸미지 않고 글로 써버리는 행위는 그 자체로 쾌감이 있다. 물론 그렇기에 덜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글은 묘하게 매력적이고 읽기 쉽다. 꼭 대단한 설득력이 있진 않아도 그냥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며 살페보게 된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읽히는 글을 대부분 자신에게 솔직한 글이다. 


시간이 갈수록 내게 솔직한 글을 쓰는 건 어려워진다. 주위에 시끄러운 소리가 너무 많아,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그리고 겨우 내 목소리에 주파수를 간신히 맞춰 그 목소리를 들어보아도 이제는 주위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내 생각을 뭐라고 판단할지 눈치가 보인다. 꼭 그들이 나를 판단하지 않아도, 막연히 멋지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아직도 버리지 못한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소개할 때 글을 쓰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계속 글을 쓴다. 또 내가 맛있게 즐겁게 오랜 시간 글을 쓰기 위해서 솔직한 글을 써야 한다. 그런 다짐을 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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