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Feb 08. 2024

집중하는 방법 3가지

우리는 너무도 산만한 세상에 살고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며, 직장인들의 경우에도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평균 3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 역시도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가만히 앉아서 두 시간 즈음 집중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2014년 대학을 가서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쓰면서부터 한 시간 이상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지더니, 팬데믹을 경험하고 나서는 정말로 30분 이상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집중이 어려워지는 것은 단순히 나만의 경험이 아닌 것 같다. 전 세계 모두가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세계 최고의 아동 주의력 문제 전문가 중 한 명인 조엘 닉 교수는 집중력 문제의 증가를 비만율의 증가에 비유하는 방식이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은 50년 전에는 매우 드물었지만 오늘날에는 서구 세계의 유행병이 되었다. 우리가 갑자기 탐욕스러워지거나 방종해져서가 아니다. 우리의 생활 방식이 극적으로 변했고, 이러한 환경 변화가 신체의 변화를 낳았다. 조엘은 우리가 "집중력 문제를 유발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물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는 일이 모두에게 극도로 힘들어지며,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물살을 거슬러 헤엄처야 한다. <도둑맞은 집중력 p21-22>

나는 도파민을 연구하는 뇌과학자다. 집중하는 것이 나의 생업이다. 집중하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먼저 세상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세상이 점점 집중하기 어렵게 우리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가치 있는 일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우리 한 개인이 노력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한다. 팬데믹을 지나 나름대로 여러 가지 연구와 나의 경험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다. 나는 현재 하루에 4시간을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지난 몇 년간 성공해 왔다. 이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기억하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니체는 왜(why)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how)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집중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잘 견뎌내어 집중하는 사람은 왜 집중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다. 집중력이 필요한 이유로 효율성이 증가하고, 어려운 문제를 푸는 지혜가 생긴다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이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모른다.


집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몰입(Flow)이라는 개념의 창시자이자 창의력 연구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가 착수한 유명한 연구가 있다. 과연 인간은 언제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 경험표집방법을 이용했다. 임의의 사람들을 선발해 호출기를 달아 놓고, 하루에 7-8회 정도 임의로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전화를 하기 직전 어떤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서 그 사람의 감정을 알아보는 연구 방식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 (1934-2021)

인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여가를 즐길 때나 휴식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렵고 가치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 자발적인 노력 속, 육체나 정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후 미하이는 이 순간은 몰입(Flow)라고 정의한다. 더 나아가 삶에 몰입의 경험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확연히 증가한다는 결과도 보여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몰입의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문제에 골똘히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집중력이 너무도 필요하다. 집중을 잘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2. 할 일을 구체적으로 나눠서 시간별로 계획하자.


집중을 잘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계획이 필요하다. 얼마 후 있을 세미나 발표를 준비한다고만 생각하면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연하다. 그러니 집중하기 더 어려워지고, 다른 자극에 상대적으로 쉽게 끌리게 된다. 그러나 세미나 발표 준비를 세미나 발표에 필요한 논문 읽기 2시간, 내 연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 가지는 시간 1시간, 데이터로 실험 돌려보기 2시간, 결과를 이용해서 발표자료 만들기 4시간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그 일들을 시간 순서에 맞게 정리해서 명확하게 해야 할 일을 정해주면 집중을 하기 훨씬 수월하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변하는 시간을 따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일을 하면서 그때그때 오는 메시지를 다 확인하면서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어떤 업무에 집중하다가 전혀 다른 업무의 메신저 사용으로 방해를 하면 다시 온전히 집중을 하는데 무려 23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베를린대학교의 연구도 있다. (The cost of interrupted work: more speed and stress) 직장인과 대학원생, 심지어 학생들도 내가 집중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 외에도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업무적으로 사내 메시지가 오는 경우도 있고, 중요한 이메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도 해야만 하는 일 중에 하나다. 그렇기에 꼭 따로 시간을 정해 이메일이나 사내 메시지를 확인하자. 얼마나 빠르게 답변을 해줘야 하는 업무를 하는지에 따라 상황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나는 한 시간에 한 번씩만 이메일을 확인하고 꼭 필요한 메일이 아니면 모두 모아 출근하고 아침에 처리하는 것으로 계획을 했다. 특히 연구를 해야 하는 나의 상황에서는 한 시간에 한번 이메일 체크도 지금 돌아보니 불필요했던 것 같다. 출근해서 한번, 점심시간 끝나고 한번, 오후 시간에 한번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그렇게 해볼 생각이다.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경우에도 계획이 꼭 필요하다. 하나의 연구 주제가 아니라 대부분 여러 개의 연구주제를 동시에 진행한다. 회사의 경우에도 여러 프로젝트에 동시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A과제를 하는 동안 B과제에 대한 걱정이 떠오를 수 있다. 완료되지 않은 과제가 정신을 지배하는 경향을 Zeigarnik 효과라고 한다. 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정신을 사용하느라 정작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때에도 내가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나중에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을 계획을 하면 우리의 뇌가 안심을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뇌의 인지적 자원을 풀어준다고 한다.


3. 마음 챙김(Mindfulness)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매번 1분 정도 호흡에 집중하는 마음 챙김을 하는 것이 항상 큰 도움이 된다. 그 시간 동안에는 특별히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정말로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나는 1분을 타이머로 맞추고, 호흡을 하며 머릿속으로 60초를 세서 정확히 1분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했다.

내가 있는 연구실 옆에 계시는 MIT 뇌인지과학과의 John Gabrieli 교수 팀에서는 Mindfulness의 효능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음 챙김을 많이 하는 아동들의 경우 더 좋은 학업성취도를 보여주고(Greater Mindfulness is Associated With Better Academic Achievement in Middle School), 더 적은 불안과 우울을 느끼며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더 좋은 감정적 회복 탄성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Mindfulness supports emotional resilience in children during the COVID-19 pandemic)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처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하루에 꼭 일정 시간 이상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위의 3가지 방법을 이용해서 하루 4시간 이상의 집중을 확보하고 있고,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꼭 자기만의 방법으로 집중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