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가장 열심히 하는 두 가지를 뽑자면 일과 달리기다. 그러나 그 두 가지로 인해 생기는 감정은 굉장히 다르다. 일을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일은 주로 하기 싫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반대로 달리기를 떠올리면 얼른 신발끈을 묶고 밖으로 뛰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은 왜 하기 싫을까?
지금 하는 일이 스스로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 수 있다. 나의 경우 지난 1년간 연구를 하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지금 하는 일을 평생 하면서 살고 싶다는 확신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일이 어떻게 나의 삶에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확신 역시 없다. 역설적으로 이는 내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해서 야기되는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기에 내게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를 채워주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잘 조화할 것인지,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을 위해 꼭 필요한 하고 싶은 일들의 정당성을 스스로에게 잘 설득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음 글에 이어서 써보도록 하겠다.
기대하는 속도와 실제 일의 속도가 현저히 다를 때 의욕을 잃는 것 같다. 먼저 나의 속도에 비해 내 주변이 내게 바라는 것이 더 크다고 느껴질 때 일이 하기 싫다. 내 나름대로 원하는 속도가 있는데, 그 속도 보다 더 빨리 하기를 주변에서 원할 때 보통 일하고 싶다는 동기를 잃는 듯하다. 마찬가지로 내가 나 스스로 원하는 속도에 내 일의 진행속도가 미치지 못해도 마찬가지로 의욕이 떨어진다.
이제 한번 달리기와 비교를 해보자. 요즘 내가 가장 즐기는 일은 달리기다. 운동이 가장 좋은 이유는 과정과 결과 모두 즐겁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하는 과정도 즐겁고, 달리기를 하고 나서 느껴지는 뿌듯함마저 나를 충족시켜 준다.
나는 달리기에 굉장히 관대하다. 내가 정한 목표에 속도는 없다. 한번 뛸 때 걷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뛰거나, 내가 정한 시간만큼 뛰면 스스로에게 큰 칭찬을 해준다. 속도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그리고 그 기록이 전반적으로 점진적 우상향을 띠면 만족한다. 하루쯤 기록이 줄어들어도, 달리기를 잊어도 기록의 추세가 우상향을 그린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어쩌면 나는 달리기를 대하는 나의 태도로부터 배울 것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하루쯤 연구가 잘 안되어도, 일주일간 진행한 실험이 실패하여도, 한 달 동안 테스트한 가설이 실패로 돌아가도, 만약 나의 연구의 진행이 우상향의 추세를 따른다면, 사실 나는 만족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도 달리기처럼 매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