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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Dec 12. 2022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이유

한국에서 보스턴을 가는 비즈니스석의 경우 편도로 4백만 원에 해당하는 노선이다. 일반석에 비해 약 2.5배 정도 비싼 가격이다. 대체 왜 이렇게 비싼 가격을 내고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것 일까? 어차피 똑같은 비행기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는데 어떤 것이 달라 이렇게 비싼 것일까? 그럼에도 비즈니스석은 항상 만석이다. 어떤 이유가 있을까?


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에 합격하여, 보스턴에 있는 MIT에서 1년간 방문연구원으로서 연구를 하게 되었다. 펀드에서 비행기 값도 함께 지원해줬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 가끔씩 다녔기에 대한 항공 마일리지가 있었는데, 이제 곧 마일리지가 만료된다고 연락이 왔다. 어머니, 아버지의 마일리지와 내 마일리지를 영혼까지 끌어모으니, 40,000 마일리지가 조금 넘게 있어, 마일리지를 통해 비즈니스석(정확한 이름은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 비즈니스석 이용이다.


모두에게 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모두의 시간이 같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석 이용은 시간을 아껴준다. 먼 여행을 위해서는 공항에 일찍 도착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요즘은 미리 체크인을 할 수 있더라도, 짐을 부치기 위해서는 여전히 오랜 기간 동안 기다려야만 한다. 프레스티석은 따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길면 2시간도 넘게 걸리는 체크인과 luggage drop이 무려 5분 만에 끝났다. 탑승수속 후 비행기 탑승도 먼저 할 수 있다.



체력을 아껴준다. 필자가 탄 보스턴행 비행기의 경우 14시간이 걸린다. 어떤 사람이든 다리도 쭉 필 수 없는 환경에서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며 앉아 있는 14시간은 체력소모가 크다. 비즈니스석은 편리함과 안락함을 제공한다. 발을 쭉 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있고, 의자를 뒤로 젖히면 완전히 누울 수 있다. 이런 곳에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미리미리 도착해 있을 수 있으니 당연히 편하게 쉴 수 있다. 거기에 출국 전 프리스티지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커피와 다과를 비롯한 샐러드바 역시 체력을 충전시켜준다.

조용하고, 집중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다.  그렇게 아낀 체력과 시간으로 더 생산성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전에 박진영 대표의 인터뷰에서 그는 작곡이 잘 되지 않을 때면 비즈니스석을 타서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강제로 만들어 작곡을 하곤 한다고 했다. 그렇게 비즈니스석을 타며 만든 곡이 꽤 많다고 수줍게 밝혔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종종 비행기에서 저술활동을 한 경험이 꽤 많다고 밝혔다. 우리는 인터넷의 홍수에서 살아간다. 당연히 많은 정보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마찬가지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에게 빼앗았다. 스마트폰이 없던 어린 시절에 독서와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읽는 독서는 그 질과 양이 너무도 다르다. 그러니 우리는 인터넷이 없는 환경을 가끔은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집중력을 위해서 말이다. 비행기에서 책을 읽거나 책을 쓴다면, 혹은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비즈니스석이 도와준다면, 2.5배의 비행기 값을 지불한 사람은 충분히 많다는 것이다. 혹은 좋은 휴식, 좋은 휴식의 가치가 매우 높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동기부여가 된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과 경험을 통해 그것의 장점을 알고 세우는 뚜렷한 목표는 다르다. 나는 일이 좋다. 글을 쓰는 것이 즐겁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흥미로우며, 강연을 할 때는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면 설렌다. 그러나 한동안은 그것이 지나쳤다. 실제로 긴 기간 동안 휴식을 모르고 계속 달려왔다. 그래서 실제로 허리에 심한 통증이 있어 오랜 기간 동안 휴식을 해야 했다. 휴식이 필요했던 것은 맞지만, 휴식과 게으름을 잘 구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당연하게도 나는 모든 시간을 계속해서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분명히 중간에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저 일 하는 것이 싫어 좋아하지도 않는 유튜브 영상을 계속 넘기고 있는 것이나 아무런 의미도 없는 카카오톡 채널을 소비하는 것은 적절한 휴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럴 때 비즈니스석이라는 새로운 경험은 내게 좋은 동기부여를 작용한다. 앞으로 비행기를 탈 때마다 비즈니스석을 타는 것은 분명히 무리다. 그러나 나의 가치를 조금만 올린다면 앞으로 가끔씩은 비즈니스를 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종종 비즈니스를 타는 사람, 나아가 가끔은 일등석에 탈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는 인생이 재미있고 설레는 법이다. 조금 더 나의 가치를 높이는 삶을 살아보자.

그래서 글을 쓴다. 나는 작가다. 나의 체력과 시간을 아껴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성 있는 활동이 현재는 글을 쓰는 것이다. 또한, 경험을 더 생명력 넘치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다. 무언가를 활자로 남기고 싶다는 나의 욕구는 새로운 것을 더 경험하고 싶게 하고, 놓칠 수도 있는 감정을 포착하며, 사유를 돕는다. 오랜 기간 동안 글을 꾸준히 쓰지 못했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엔 주로 카카오톡 채널을 보거나 드라마를 봤다. 이제 앞으로 1년 동안 내가 일평생 꿈꿔왔던 MIT에서 생활한다. 그 경험을 절대 허투루 날려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경험을 가장 알차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글쓰기라는 것을 나는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나는 글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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