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Jul 28. 2024

장학재단을 운영하며 배운 좋은 자기소개서 쓰는 법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과 협업하여, "공우 비전 장학금" 자금을 마련하고, 고등학생들을 직접 선발하고 있다. 수십 명의 고등학생들의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생활기록부를 검토하며 어떤 학생이 우리의 장학금의 취지에 잘 맞는 학생인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껏 주로 자소서를 쓰고 평가받는 입장이었다가, 자소서를 읽고 평가하는 입장이 되니 많은 것을 배운다. 역시 입장을 바꿔보는 것만큼 많이 배우는 것이 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자소서를 쓸 수 있을까? 


자기소개서의 질문을 꼼꼼히 잘 읽자. 예를 들어 우리 장학금 지원서 1번 문항은 다음과 같다. 

지원자가 공우 비전 장학생에 지원한 동기를 공우의 비전*을 바탕으로 작성해 주세요. 
* 공우의 비전 : 공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입체적 시각을 갖추고, 사회와 소통하는 리더로 성장한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공우의 비전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자신의 지원 동기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몇 명의 학생들은 우리 장학재단의 비전을 각각 3가지로 나눠 공학적 소양, 입체적 시각, 사회와 소통하는 리더를 주제로 세 문단을 작성했다. 당연히 이렇게 쓰인 글에 더 큰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장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 어떤 질문을 할지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다. 이 고민을 최소한 꼼꼼히 읽어준 사람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Do your homework. 자기소개서와 홍보용 포스터에는 적지 않았지만, 우리 웹사이트등을 찾아보면 우리의 장학금이 왜, 어떻게, 무엇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일부 학생들은 우리 장학금의 역사와 취지를 미리 공부한 흔적이 보인다. 그런 글들은 확실히 잘 읽히고, 호감이 간다. 우리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노력한 만큼, 우리도 그 학생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 지기 마련이다. 


Show, Do not Tell. 대학원 입시를 할 때  많이 들었던 조언인데, 막상 뽑는 사람이 되어 보니 너무 절절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저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입니다.'라고 자소서에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만 하는 자기소개서는 공허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서 목표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적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목표를 정해 그 목표를 성취하였거나,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했던 과거의 사례를 보여준다면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사자성어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그 재능이 사람들에게 알려짐을 말한다. 자소서를 읽다 보니 저절로 떠오르는 사자성어였다. 전체 지원자 중 한두 명의 학생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뾰족이 튀어나온다.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글이 있다. 수십 개의 자기소개서, 추천서, 생활기록부를 읽다 보니 어느 순간 그 학생이 그 학생 같다. 평가하는 순서, 평가하는 사람의 기분등이 영향을 분명히 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 운의 영역이 있다. 그러나 명확하게 눈에 띄는 학생은 있다. 함께 평가하는 동료들과 의견을 모아보아도 눈에 띄는 학생은 거의 비슷하다. 학생이 이 자기소개서를 위해 얼마나 연구하고, 조사하고, 고심했는지 보이는 글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취지에 맞게 오랫동안 준비해 온 학생들은 정말로 눈에 확 띈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은 언젠가 기회를 만나면 꼭 잡게 돼있는 것 같다.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더 성장하기 위한 향상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27살에 베스트셀러인세로 2000만 원 벌고 기부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