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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r 28. 2019

핀란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 이유

http://worldhappiness.report/news/finland-again-is-the-happiest-country-in-the-world/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쓴다. 휴대폰은 망가지고 노트북 충전기가 망가졌다. 노트북은 LG 제품인데, 오울루 지방에서는 LG Gram의 충전기를 구할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였는데, 배송비를 최소화하는 상품을 찾다 보니 3주가 걸린다. 간신히 노트북을 학교에서 빌리는 방법을 찾아내 다시금 글을 쓴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만큼 글감이 제법 쌓였다. 당분간은 글을 자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위 링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번 연도에도 핀란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2년 연속으로 왕좌를 군림했다. (참고로 한국은 54위다. 156개국 중 54위면 양호하다.) 이곳 핀란드에서는 제법 화젯거리가 되어 여기저기 SNS에 링크가 올라가곤 했다. 이를 통해 인상 깊던 점 몇 가지를 알아보자.



0. 핀란드인은 정작 크게 관심이 없다.


내게는 가장 흥미로웠던 점이다. 주로 위의 링크를 공유하고,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주로 국제 학생(핀란드인이 아닌데 핀란드에 있는 학생)들이다. 나는 교환학생 신분으로 와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친구들이 국제학생이다. 주로 그들이 이 기사에 큰 관심을 보인다. 대부분의 대화의 진행은 다음과 같다.


국제학생: 야 너네가 이번 연도에도 행복한 나라 1위 했더라
안띠(전형적 핀란드 이름) : 그러게... (멋쩍어하며)
국제학생: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안띠(전형적 핀란드 이름) : 흠... 잘 모르겠는데. 뭔가 편향적인 것 아닐까? 너무 서구적인 관점에 맞춰진 설문조사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
국제학생:  너는 어떤데? 행복해?
안띠(전형적 핀란드 이름) : 나는 뭐 나쁘지 않지. 


이 주제가 핀란드에 있는 국제 학생에게는 제법 큰 관심거리였다. 상당히 많은 다양한 집단에서 핀란드인과 국제 학생이 섞여 있는 경우 꼭 이런 주제가 한 번씩은 오갔다. 대략 5번 정도는 이런 류의 대화를 본 것 같다.


당연히 대답하는 사람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거의 이 패턴을 오간다. 항상 국제학생이 대화 주제를 꺼내면 핀란드인은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그 이유를 분석하려고 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인의 행복을 물어보면, 주로 나쁘지 않다(좋다 보다는 나쁘지 않다가 주를 이룬다.)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점은 적어도 나쁘다고 이야기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제삼자의 시선으로 본 핀란드는 어떠한가. 당연히 어떠한 조사든 편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고려한 사항을 보면 굉장히 서구의 시선으로 본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했을 때 분명히 핀란드는  행복한 나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복한 나라가 되었는지 한번 살펴보자.



1. 걱정거리가 없다.


이는 당연히 거짓이다. 어느 사회든 사람이든 그 나름대로의 걱정거리가 있다. 그러나 어떤 류의 걱정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는 확실히 다르다. 핀란드 친구들과 이야기를 들어보면 적어도 먹고사니즘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었다.


교육은 전부 무료다. 대학과 석사까지 모두 무료, 박사는 오히려 돈을 받는다. 병원비도 거의 무료에 가깝다. 성인이 되면 국가에서 돈을 준다. 당연히 부모의 소득에 따라 돈을 받는 정도는 달라진다. 그러나 적어도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을 만큼은 챙겨 준다.


한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Gap year를 가지고 있다. 일 자리를 열심히 구했는데, 잘 구해지지 않았다. 국가에서 매월 보조금을 900€를 준다. 한화로 12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다. 그리고 일자리를 구했다. 그때 200€ 까지 소득이 생길 때는 변함없이 900€를 받는다. 이후에 200€가 넘어가면 그 넘어가는 금액에 따라 소득의 절반 금액만큼 보조금이 깎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소득: 2000€, 보조금 0€ // 총 2000€
소득 200€, 보조금 900€ // 총 1100€
소득 600€, 보조금 700€ // 총 1300€


소득에 따라 보조금과 소득을 합친 금액은 소득이 200~2000€ 일 때 대략 (900 - (소득-200)*0.5 + 소득)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당연히 900€는 한 달을 살기에 완벽하게 풍족한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그만큼의 돈을 준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엄청난 금액이다.


대학생인 다른 친구의 경우는 한 달의 500€를 받는다고 한다. 앞에서 말했듯 학비는 무료이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돈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한 학기에 300만 원씩 돈을 내야 하는데, 여기는 한 달에 65만 원 정도 공부 열심히 하라고 돈을 준다.) 학생의 경우는 학교 카페테리아가 굉장히 잘되어 있고, 학생의 경우 3000원 정도 되는 가격에 뷔페를 이용할 수 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인 psoas를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곳에 비해 굉장히 저렴하다. 내 방의 경우 300€정도인데 서울에 월세로 60만 원 정도 하는 있는 내 방보다 2배는 넘게 크고 훨씬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여기도 걱정이나 불만은 있다. 국가에서 돈을 받으려면 3년 안에 꼭 졸업을 해야 한다. 나름대로 한 학기에 얼마 이상의 학점을 계속 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지불 능력이 없더라도 자신이 공부를 하고 싶으면 적어도 그렇게 고생하면서 공부할 필요는 없다.


걱정거리가 없다기보다는 최소한의 삶의 안위를 보장해주는 사회적 안전망이 정말 잘 되어 있다고 표현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부모가 지불 능력이 없으면 장학금을 받기 위해 학점을 신경 쓰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과는 분명히 다르다.



2. Personal space (개인 공간? 개인의 영역 존중?)


정확히 어떻게 한글로 번역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영어를 그대로 썼다. 말 그대로 개인의 공간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이하에는 개인 공간이라고 표현하겠다.


정말 물리적으로 개인의 공간이 중시되기도 한다.

구글에 "Finnish Bus stop"이라고 검색하면 위와 같이 다들 1m 정도는 떨어져 개인 공간을 가지는  사진을 볼 수 있다.


일단 물리적으로 누군가와 비빌 필요가 없다. (지옥철을 한 번만 타고나면 인생 불행해지는 것 금방이라는 것 알 수 있다.)


물리적 개인 공간 이외에도 심리적 개인 공간도 굉장히 중시된다. 이곳 핀란드에서 세미나나 수업에 들어가면 아주 흥미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 수업시간엔 교수님이 주로 말하고 학생은 듣는다. 그리고 질문은 별로 없다. 오히려 세미나나 그룹 시간이 되면 딱히 할 말이 없는데 억지로 말하라고 시키는 경우도 의외로 제법 많다.


그러나 이곳에 수업시간엔 교수님(일단 이 교수님 명칭부터가 부담스럽다. 핀란드에서는 그냥 이름을 부른다.) 이 말하고 있든 말든 언제든지 교수님의 수업을 방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룹 활동을 하고 난 이후에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필수가 아니다. 혹시 나누고 싶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언제나 말하지 않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내가 말하기 싫은 것이나 주제는 언제든지 거부할 수 있다. 미주알고주알 다 설명할 필요 없다. 내가 어제 뭘 했는지, 여가 시간에 뭘 하는지, 퇴근하고 뭘 할 건지, 심지어 수업시간에 왜 빠졌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일이 있었다, 어디를 좀 갔다 왔다고 하면 된다.


항상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면도를 하든 말든, 어떤 옷을 입든, 머리를 어떻게 하든, 피어싱을 얼마나 하든, 채식주의자이든 육식주의자이든, 동성애자이든 양성애자이든  미주알고주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생각보다 나의 존재에 대해서 매번 설명해야 하는 것, 피곤한 일이다.



2가지 이유를 먼저 알아 보았다. 이어서 다른 이유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작성해 보겠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는 좋은 출판사를 만나 책을 계약했습니다. 더 다듬어지고, 편집되고 적절한 삽화가 들어가 훨씬 보기 좋습니다. 아래 텀블벅에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tumblbug.com/happyfinland


이전 11화 핀란드에서 한국 파티를 주최하면서 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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