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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y 09. 2019

인생은 공평한가?

그게 사실 그렇게 중요한가요?

https://brunch.co.kr/@geonahn/60


해당 글에서 밝혔지만 현재 필자의 눈에는 구멍이 나있는 상태이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날파리 같은 것이 눈에 보이는 비문증이 생겼다. 


보통 노화로 인해 비문증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 경우에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비문증이 생겼거나 통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심각할 수 있으니 얼른 병원을 찾아야 한다. 


어찌 된 일인지 알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나온 진단은 망막(Retina)에 구멍과 작은 출혈. 망막열공이었다. 

비문증(Floater), 망막열공으로 인해 생겼다.

망막에 구멍이 생겨 출혈이 일어나고, 그 출혈 때문에 위와 같은 이물질이 보이는 것이다. 상당히 징그럽다. 


다행히 진료를 빨리 받고, 치료까지 받았다. 현재는 구멍이 나있는 망막 주위를 레이저로 지져 더 구멍이 확장되지 않도록 조치해 놓은 상태이다. 치료 이후 이런저런 안내사항을 듣고 질문을 했다. 운동을 2주 동안 할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왜 망막에 구멍이 났는지 궁금해 물어보았다. 


I : 왜 제 망막에 구멍이 난 거죠? 
환자분 시력이 어떻게 된다고 하셨죠? 
I :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략 -13 디옵터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헛웃음... ) 그 정도 되면 현재 눈의 모양이 타원체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되면 망막이 얇아지게 되고, 망막 열공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I : 그러면 혹시 제가 눈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딱히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환자분의 근시는 선천적인 것이라 딱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재발하면 빠르게 병원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필자는 선천적 고도근시다. 아래 그림처럼 망막과 수정체 사이의 거리가 아주 멀다. 글을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안경을 착용했다. 렌즈 삽입술을 하기 전까지 필자의 안경 벗은 모습을 단 한 번도 필자의 눈을 통해서 보지 못했다. 안경을 벗으면 앞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100년 정도에만 태어났어도 글을 읽지 못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이다. 망막에 구멍이 생겨 실명을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되었는데, 딱히 관리를 잘못한 것이 없다. 앞으로 이러한 가능성이 높으나 특별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인생은 불공평한가? 


인생은 불공평하다. 필자는 다행히 경제적 여유와 적절한 의학적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실명을 다행히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필자와 같은 상태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실명했을 것이다. 


어쨌든 필자는 초고도근시를 가지고 태어났고, 언제든 망막에 구멍이 생길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불리하다. 


조금 더 일반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누구는 부자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전쟁 중의 나라에 태어난다. 월등한 신체적 능력과 지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불평해야 하는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냥 불평만 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 내가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한 것을 이미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서 마냥 부러워할 필요 없다. 분명히 어떤 점은 내가 이미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은 가끔 잊고 지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불평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말 어떤 것을 가지고 싶다면 그것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할 일이다. 내가 가질 가능성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가지고 싶다면 노력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관점을 바꿔보자.


그리고 관점을 바꿔보자. 어떤 점은 내가 노력을 해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진 점에 감사하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수는 있다. 


며칠 동안 왼쪽 눈의 초점이 거의 잡히지 않았다. 현재 치료를 받고 난 이후에도 왼쪽 눈의 노이즈는 상당히 심하다. 그리고 실제로 치료가 며칠만 늦었어도 실명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현재 흐릿하게라도 보이는 왼쪽 눈의 시야가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 뻔한 생각이지만 실제로 그에 가까운 경험을 하고 나니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나쁜 상황에서나 긍정적으로 생각할 일은 있다. 어느 좋은 상황에서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불평할 일은 있다. 상황은 보통 한 개인이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처한 상황 속의 관점은 개인이 결정할 수 있다. 주어진 상황 속 불평할 거리보다는 조금 더 긍정적인 일, 감사할 일을 찾아보자.


조금 더 구체적인 방법. 감사일기


감사할 일을 찾는다는 게 사실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구체적인 방법이 있어 추천한다. 2015년 훈련소에 있을 때 어머니의 편지에 혜민스님의 글귀가 인용되어 있었다. 


잠에 들기 전 오늘 하루 감사했던 일 3가지만 생각해 보세요.
인생이 행복해질 거에요.

당시 훈련소 생활은 썩 행복하지 않았기에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다. 생각해 보는 것보다는 적는 게 조금 더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던 필자는 자기 전 하루에 3가지씩 감사한 일을 적어 보았다. 이후 4년 동안 몇 번 빼먹지 않고 매일매일 하루에 감사한 일을 적어 보았다. 


처음에는 감사할 일을 찾기 힘들었다. 주로 시작한 일이니 억지로 3가지씩 적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3가지를 채우는 일이 정말 쉬워졌다. 인생이 많이 변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한 명이라도 이 글을 읽고 감사한 일을 적어보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감사한 일 3가지

1. 빠르게 점검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

2. 검진과 치료에 같이 동반해준 친구.

3. 지금 무언가를 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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