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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un 05. 2019

비행기 놓쳤을 때 멘탈관리 법

6월 1 <스트레스의 힘>

오전 9시 5분 오전 비행기,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이나 헬싱키 공항은 그렇게 크지 않아 1시간 전 도착해도 사실 큰 문제가 된 적은 없다.


그래도 여유 있게 도착하고 싶어 7시 반에 도착할 수 있도록 출발했다.


1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6시 40분에 알맞게 숙소 앞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곧이어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헬싱키 시내에 도착하니 7시 전, 아주 여유롭게 기차에 앉았다. 기차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꼽고, 휴대폰을 이용해 책을 읽었다. 리디북스 앱을 이용해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들을 수 있어서 훨씬 집중이 잘 된다.


한참을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모두 내리기 시작했다. 공항을 종점으로 알고 있었기에 종점인가 보다 하고 내렸다. 시계를 보니 8시가 조금 안되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꽤나 늦게 도착했다. 아침이라 교통체증이 있었나 보다. (이 생각부터 말이 안 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곳은 공항이 아니었다. 공항을 조금 지나서 내린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공항을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었다. 이 기차를 타면 된단다. (내가 지금 이걸 타고 공항에서 왔는데?)


여하튼 그 기차를 다시 탔다. 기차의 도착 예정시간을 보니 공항에 8시 반이 넘어야 도착한다. 그리고 이곳은 헬싱키 시내였다. 기차를 타고 한 시간이 걸려서 헬싱키에서 헬싱키로 한 바퀴를 돈 것이다.

하....

평소 같으면 이미 그 시간부터 화가 나서 아무것도 못하고 멍 때리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한 1~2분 동안은 황당하여서 기차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근래에 핀란드에 와서 받았던 스트레스 중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실제로 머리가 아픈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내가 읽고 있었던 책이 바로 <스트레스의 힘>이었다.

1. 사고방식 중재의 힘.


그렇게 멘탈이 나가 있는 와중에 이 책에서 전달하는 메시지 중 내게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문구가 문득 기억이 났다.

스트레스는 해롭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해롭다고 믿는 사람에게만 해롭다.


이러한 극강의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정확하게 딱 저 문구가 기억이 났다. 확실히 이 책에서 말하는 사고방식 중재(Intervention, 이하 중재)의 힘이 대단하긴 한 것 같다.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에 개입하는, 즉 스트레스 사고방식의 중재 intervention는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국제적 금융 기업인 UBS에서 일어났다. - p 79


직원들은 3가지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통제 집단으로 고정하고, 다른 한 집단에게는 스트레스의 부정성을 강조하고, 마지막 집단에게는 스트레스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전달하도록 고안된 훈련을 받았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고방식 중재를 받은 직원들은 불안감과 우울증이 줄어들었다. 요통과 불면증 같은 건강 문제도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직장에서의 생산성, 협동성, 참여성, 집중력이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개선이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 p83

 

한번 제대로 믿음이 형성된 사고방식은 인생에서 정말 큰 주춧돌이 되어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한다. 중재를 받은 사람은 그 이후에도 자신의 사고방식이 변화하여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지속적으로 회복성(resilience)이 증가하였다. 중재의 마법은 심지어 그 구체적인 내용과 과학적 연구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에도 영향을 지속적으로 끼친다. 좋은 사고방식 중재(성장형 사고방식, Gwoth mindset)를 제대로 받으면 인생이 바뀐다. 반대로 나쁜 사고방식 (인생은 돈이 제일이야) 중재를 받으면 역시 인생이 안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러한 중재는 단순한 설교보다는 과학적인 연구의 뒷받침이나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강렬한 스토리가 있으면 더욱 강력한다.

성공과 스트레스는 손잡고 다닌다.

2. 성공과 스트레스의 관계.


사실 나는 항상 스트레스의 취약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밥도 잘 못 먹고 심지어 잠도 잘 못 잔다.


2018년을 살펴보자. 2점대의 군대 가기 전 학점을 복구해야 했다. 여건상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 학원에서 일을 했다. 그 와중에 다른 학생들을 도와주는 멘토링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매주 멘토링에 참여했다. 또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주 책을 읽었다.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열어 매주 한 번씩 글을 한 번도 빠짐없이 작성했다.


적어놓고 보니 많은 일을 벌이기도 했다. 사실 돈을 버는 것과 학점 복구 외에는 그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스스로 일을 벌여 놓고, 포기하지도 못한다.  항상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결국 끝까지 벌린 일을 마무리한다.


물론 그렇기에 항상 좋은 성과를 맛볼 수 있었다. 2점대의 학점은 4점대가 되었고, 학원에서 일하며 강의를 하는 경험을 1년이나 가졌다. 블로그에 매주 글을 쓴 덕분에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어 글을 쓰고 있다. 이 성과와 함께 따라왔던 불청객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스트레스였다. 그 스트레스는 무려 불면증이라는 친구까지 손을 잡고 왔다.


그렇기에 나는 스트레스를 적으로 규정했다. 그 적을 물리치려고 했다. 그래서 2019년에는 핀란드에 교환학생을 오면서 일을 벌이지 않고, 한번 여유롭게 살아보자 다짐했다. 그렇게 약 5개월을 살았다.


항상 일을 벌여 오던 습관이 남아 있어 그 와중에도 영어 단어 외우기, aiesec이라는 봉사단체에서 일하기 정도의 일은 지속해 왔지만 평소에 하던 스케줄에 비해 압도적으로 간단한 일이었다.  분명히 꿈에 그리던 핀란드 삶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마음껏 하면서 놀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했다. 뭔가 정확히 모를 공허함이 나를 채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의미 있는 삶은 스트레스가 많은 삶이기 때문이다.

Gallup(세계 여론조사 기관)에서 2005~6 2년에 걸쳐 12만 5000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하나 했다. "어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는가?" (중략) 이후 연구원들은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국가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수록 행복지수도 높았던 것이다. 전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이 높을수록 기대 수명, 총 생산량, 국가 생활만족도 그리고 삶의 행복도가 높았다. p 183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중요한 질문이다. 나 역시도 치열하게 고민했던 질문이다. 누군가는 성공, 행복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행복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삶의 의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 삶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보다는 "내가 이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내가 가진 철학적 질문의 가장 깊은 단계이다. 내가 부여한 내 삶의 의미를 따라 한 단계씩 나아간다면 그것이 성공한 삶이고 행복은 따라오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삶의 의미는 바로 스트레스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Gallup의 세계 여론조사는 18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면 엄청난 스트레스에 날마다 시달리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매일 웃고 미소 지을 가능성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하는 기업가도 그날 흥미로운 것을 만이 배웠다고 이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 p 188


나의 경우를 살펴보아도,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2018년이고 그다음이 과학고 입시에 떨어져 중학교 과학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정리했던 시기이다. 역설적으로 그 두 가지 시기에 나의 실력이 가장 많이 성장했고, 지금 돌아와서 생각해 보면 적절한 전략과 피드백, 꾸준함만 있다면 내가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 (성장형 사고방식, Growth mindset)을 얻었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 스트레스를 나의 적으로 규정하지 않을 것이다. 내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항상 존재해야 하는 친구로 규정할 것이다. 가끔 짜증 날 때도 있지만 나를 성장시켜주는 고마운 친구이다.


3. 나를 성장시키는 고통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성장시킨다. - 니체


한때는 사실 저 말을 싫어했다. 마치 학대를 옹호하는 것 같았다. 학대나 자녀의 죽음, 트라우마 같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과연 저 말을 건넬 수 있는가? 나는 그럴 수 없다.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은 참으로 책임감 없거나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처럼 끔찍한 고통 역시 정말 사람을 성장시키는 친구인가? 진부한 격언뿐 아니라 최신의 과학연구 조차 이 말은 뒷받침한다.


인생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응답자의 82%는 과거의 스트레스 경험을 통해 기른 정신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p441
만성적인 요통에 시달리는 성인 가운데 과거 중간 수준의 역경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신체장애가 비교적 적고 처방 진통제에 대한 의존도가 낮으며 의사를 찾는 횟수가 적고 장애로 실직할 가능성이 적다. p454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woth, 외상 이후 다른 사람에게 친밀감이나 공감을 더 많이 느끼거나 자신의 강함을 발견하는 현상)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신체적, 심리적 외상을 겪은 생존자들에 의해 보고 돼왔다.  (중략)  테러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74%는 외상 후 성장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비상 구급대원의 99%는 근무 중 노출되는 정신적 외상의 결과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p479-480


지금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분명히 훗날 나의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받을 필요 없는 고통을 받으라거나, 지금의 고통은 성장의 자양분이 될 테니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고통을 받고 있다면 그 고통을 바꿀 수는 없으니 이 고통이 성장의 자양분이 될 테이니 조금 더 힘을 내라는 위로이다. 누군가 고통을 받고 있다면 가장 먼저 공감해 주어야 한다. 그 뼈아픈 고통을 함께 공감해 주고 난 다음, 그래도 우리 앞을 보고 나아가자고 살며시 전해야 한다. 니체가 말한 저 폭력적인 말은 아주 살며시 전해져야 한다.


다시 비행기로 돌아가 보자.


오전 8시 공항으로 향해가던 나는 당연히 멘붕상태였다. 위의 수많은 과학적 연구와 스트레스가 끼치는 구체적인 영향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가장 중요한 사고방식은 기억에 남았다.

스트레스는 해롭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해롭다고 믿는 사람에게만 해롭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각성상태가 되어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점을 상기했다. 정신을 차려 보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리했다. 방송에 귀 기울이지 않은 나를 자책해봐야 변하는 것은 없었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체크인을 시도해보았다. 이후에 비행 편 교체가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뛰어갈 수 있도록 어느 곳에 가야 하는지 생각했다. 어제 나를 재워 줬던 친구와 오늘 나를 재워줄 친구에게 연락을 취해 놓았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기술상의 문제로 인터넷의 체크인을 되지 않았다. 앱을 통한 체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행 편 교체나 취소는 워낙 저렴한 가격에 특가로 구입한 티켓이라 불가했다. 열심히 뛰어가 체크인을 하러 가니 8시 30분이 좀 넘었다. 공항에서는 8시 20분이 넘어가면 체크인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시간은 충분하나 체크인을 하지 못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멘털 관리를 열심히 했음에도 이미 늦어버린 시간을 돌릴 수는 없었다. 나의 비행기 티켓과 여행 계획 하루는 날아갔다. 그렇다면 내가 열심히 말한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다. 나를 도와주었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스웨덴에는 다음날 11시 비행기로 새롭게 끊었다. 하루 늦었지만 역시 환영해주었다. 오늘은 어제 묵었던 친구의 집에 다시 묵을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좋아하는 영상을 보았고 다시금 책을 마무리하고 서평까지 작성했다.


아마 위의 내용을 상기하지 않았다면 기분이 한 동안 나빴을 것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또한 덕분에 왜 공항에 일찍 가야 하는지 뼈저리게 배웠다. 정말 중요한 약속시간은 미리미리 도착해 책을 읽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참 기억에 남는 하루다. 많은 스트레스를 겪은 하루지만, 그렇기에 많은 것을 배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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