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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ug 08. 2019

이스탄불에서 고통받으며 배운 것.

이스탄불에  봉사활동을 위해 와 있다.

함께 일하는 ngo는 거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지난주 월요일에 했어야 하는 발표는 오늘도 역시 하지 못했다.

매일 ngo에 출근을 할 때 오늘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출근을 한다.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이다.


그럼에도 당장 할 수 있는 선택은 없다. 비행기 티켓은 8월 30일로 예약해 놓았다. 비행기 티켓은 바꿀 수 없다. 새로운 티켓을 살만큼의 경제적으로 여유 있지 않다. 한번 시작한 일은 힘이 들어도 그 끝을 보아야 한다.


어려움이 있을 때는 이 어려움을 통해 무엇을 배울까 고민하는 편이다. 경험을 끝마치지 않는다면 배우지 못한다.

공자님의 말씀 중에는 위와 같은 말이 있다.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받들 만한 사람이 있다.

선한 사람에게는 그 선함을 배우고, 악한 사람에게는 그 사람을 보고 자신을 잘 살펴 자신이 선하지 못한 것을 살피라는 구절이 다음으로 이어진다.


위와 같은 관점으로 본다면 언제 어디서나 배울 점은 찾을 수 있다.


1. 반면교사


이는 아이섹(AIESEC)을 통해서 하는 봉사활동이다. 돈을 내고 아이섹 이스탄불이 마련한 봉사활동이라는 경험을 사는 형태이다. 대신 해당 기간 동안 점심과 숙소를 제공받는다.


AIESEC 핀란드에서 일하고 있다. 앞으로는 봉사활동이나 교육 멘토링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해 보고 싶다. 그렇기에 고객으로서 최저점의 만족도를 줄만한 경험을 하는 것은 좋은 경험이다.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단계에서 고객이 불만족을 느낄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다.


1) 자유


먼저 프로젝트에는 최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고객의 자유를 위한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닌 무책임이다.


정말 고객의 자유도를 높이고 싶다면 소수의 옵션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질문도 열린 질문이 아닌 닫힌 질문을 해야 한다.

나쁜 예: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가? 이야기한다면 우리가 방법을 마련해 보겠다.
좋은 예: 우리 기관을 통해서는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거나, 영어를 가르치거나, 여성인권 관련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어떤 활동을 하기를 원하는가?


2) 지식의 저주


특히 외국에서 온 고객을 상대하겠다면 절대로 지식의 저주에 빠지면 안 된다. 현지인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쉬운 것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 온 사람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우리는 이스탄불에 도착하고 1주일 동안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휴대폰 유심칩을 사는 것, 버스카드를 사는 것 등 한국이었다면 너무도 쉬웠을 일이지만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정말 어렵다.


원래 알고 지내던 터키 친구가 도와주어 쉽게 해결했다. 내게 너무 쉽고 당연한 것일지라도 그곳에 처음 온 사람에게는 피곤하고 어려운 일일 수 있다.


3) 빠른 응대


고객으로서 질문이 있을 수도 있고 요구사항이 있을 수도 있다. 고객의 요구사항과 질문이 있다면 빠르게 대답해 주어야 한다. 어려운 요구사항이라고 해서 대답을 연기하고 회피한다면 고객의 만족도는 더욱 떨어진다.


최소한 당장에 대답을 할 수 없다면 언제까지는 적어도 대답하겠다는 답을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4) NGO의 한계


돈이 상대적으로 많이 연관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선의에 의해서 돌아가는 기관이다. 그런 만큼 아주 철저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선행으로 돌아가기에 많은 사람들을 믿을 수 있다면 정말 바람직한 기관일 것이다. 그러나 상호 간의 신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ngo로서 세상에 임팩트를 주기는 쉽지 않다.


NGO일지라도 돈이 관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돈이 관여되는 경우라면 투명성은 필수이다. 고객이 낸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려 주어야 한다. 투명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면 그 단체는 신뢰할 수 없다.


 


2. 배운 점


1) 적극적으로 나서라.


시스템적으로 이것이 바람직한 것이 좋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장에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다. 이스탄불, 그리고 내가 일하는 ngo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항상 원하는 것을 말해야 한다. 심지어 한번 말했다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담당자를 괴롭혀야 한다.


그래서 과학센터에서 며칠 이나마 일 할 수 있었다.

2) 가진 점에 감사하자.


봉사활동은 썩 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묵는 가족의 집은 정말 최고다. 항상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정말 집처럼 느끼게 해 준다. 이 점에 대해서 더욱 큰 감사함을 느끼자.


3) 어디에서나 영어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제법 많은 나라들을 여행해 보았다. 대략 14개국(싱가포르, 탄자니아,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캐나다, 영국,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에스토니아, 독일, 체코, 터키)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으면 생활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라는 성급한 일반화를 했다. 다시 점검해 보니 여행한 나라들은 영어가 모국어이거나 영어를 나라에서 사용하는 나리이다. 그 외에는 유럽 국가들로 상대적으로 어족이 비슷하거나 교육이 잘 되어 있는 나라이다.


터키에서도 성급한 일반화를 통해 당연히 영어가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파벳을 사용하고 상대적으로 유럽의 국가들과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오산이었다. 이곳에서는 정말 영어가 아예 통하지 않는다. "How much is it?"  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덕분에 최소한의 용어들은 터키어를 금세 배웠다. 영어가 통하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


분명히 지금은 21세기이다. 많은 세계 국가에서 영어를 배우고 사용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곳도 분명히 많다. 그리고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들은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들도 분명히 영어를 배우지 못한 맥락이 있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4) 내 기준이 언제나 통하지는 않는다.


이 역시 위와 비슷한 맥락이다. 언제나 나라별로 맥락이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은 그저 나의 경험을 통한 기대치에 불과하다. 그것이 언제나 성립될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 시간 약속이 그러하다. 한국에 있을 때 대부분 시간 약속은 철저히 지켰다. 핀란드에 있을 때는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파티를 제외하고)


그러나 이곳에서는 시간 약속의 철저함이 훨씬 약하다. 8시 반에 오라고 하면 8시 반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고, 본격적인 행사는 최소 9시가 넘어서 준비를 시작한다. 상당히 당황스럽지만 이곳에서는 이제 익숙해진다.


두 번째로 무단횡단이 그렇다. 이곳에서는 신호를 지키는 사람이 바보인가 싶을 정도로 무단횡단이 잦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


신호등이 있는 경우에는 빨간불이어도 건너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길에 신호등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길에 신호등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용케 사람들이 길을 건너가는데, 내게는 너무도 어렵고 위험해 보인다.


버스 역시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 구글맵과 버스정류장의 전광판은 무시해야 한다. 버스 정류장에 기다려서 버스가 언제 오나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처음에는 대체 왜 버스는 오지 않는지, 왜 건널목에 신호등은 없는지, 사람들은 제시간에 오지 않는지 화가 났고 답답했다. 그러나 역시 그러한 기준들은 나의 기준이고 나의 기대치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의 기준과 기대치에 맞춰야 할 필요 없다. 전혀 맥락이 다른 외국에 온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2달 동안 이스탄불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나의 기대치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상황에서 불평만 하고 있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배워보려고 노력하는지는 언제나 태도의 문제이다.


무언가를 배워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 나중에는 이 경험이 인생을 풍부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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