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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ug 19. 2019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방법

현재 터키, 이스탄불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현지인의 집에서 생활을 하고 있어 외국인이 거의 없는 동네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길거리를 걸을 때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는 편이다. 


특히 집 앞의 아이들은 가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역시 놀란 표정을 하고.

한 번도 자신들과 다르게 생긴 얼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고 무시하고 넘어가곤 한다. 


가끔 지나갈 때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헤이~ 제팬 제패니즈~ 

하면서 나를 따라온다. 


한 번은 정신이 팔려서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꼬마가 와서 귀걸이를 잡아당겼다. 역시 신기해서 한 거겠지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안다. 우선 첫째로 일본인이 아닐뿐더러 정말 내가 반가워 인사를 하고 싶은 건지, 그저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영어를 전혀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기에 무언가를 설명할 수도 없다. 


필자를 호스팅 해주는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다들 같이 화를 내어 주면서 다음번에 아이들을 만나면

나는 한국인이야, 꺼져 (Ben Koreli, siktir git!)


라고 터키어로 꼭 갚아주라고 말하면서 해당 터키어를 알려주었다. 나는 한국인이야와 욕한 마디 정도는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열심히 외웠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음식거리를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평소에는 터키 현지 친구와 함께 다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몰려와도 터키 친구가 한마디 정도 하면 보통 도망을 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터키 친구 없이 장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역시나 아이들이 몰려왔다. 


헤이~ 제팬 제패니즈~ 

하루가 아주 고단하고 피곤했던 만큼 화가 많이 났다. 열심히 배웠던 나는 한국인이야 파트는 기억이 나지 않았고, 열심히 배웠던 욕만 기억이 났다. 그래서 아이들의 무리에게 

꺼져!

를 시전 하면서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아이들의 무리들에게 뭐하는 짓인가 참 창피하다. 당시에는 정말 너무 화가 나 있었고, 이렇게 대응하면 아이들이 도망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정말 정말 큰 오산이었다. 욕을 듣고 난 아이들은 아주 신이 나서 더 무리를 지어 몰려왔다. 무리가 10명은 넘어갔던 것 같다. 

피리 부는 소년이 된 기분이었다.

마트까지 5분 거리 동안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계속 쫓아왔다. 저희들끼리 신나게 웃으면서 필자가 시전 한가운데 손가락을 30배는 넘게 돌려주었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한 나의 업보이겠거니 생각하려 했지만 그 이후 한 동안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참 다양한 유형의 인종차별을 겪어 본 것 같다. 


인종차별은 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1. 맞서기 


인종차별에 대해서 많은 글들을 읽으면 많은 작가들이 조언하는 방법이다. 상대가 영어를 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최소한의 대화의 가능성이 엿보일 때 시도해야 한다. 


대부분 자신의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히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그냥 조금 정도가 심한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 그 농담은 명백한 인종차별이고, 그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대게 이런 경우 분위기는 약간 싸해지지만 보통 사과를 하고,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어주는 착한 친구가 등장한다. 


최대한 화를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말하는 편이 도움이 되고, 아주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나중에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어느 정도 영어의 실력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신감도 필요하다. 


2. 무시하기


항상 1번의 방법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어린아이들이 거나 영어를 못하는 경우에는 딱히 맞서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은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것이 왜 잘못된 행위가 될 수 있는지 조차도 모른다. 책임을 물어야 된다면 아이들의 부모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어떠한 유형이라도 관심을 돌려주면 그 행위는 더욱 강해진다. 필자처럼 욕을 돌려주면 아주 옳다구나 하면서 벌떼처럼 달려든다. 

그러니 이런 경우에는 분하지만 최대한 무시하고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관심을 주지 않으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그 정도가 줄어든다.


3. 공론화하기 


마지막으로 중요한 바는 공론화이다. 상대적으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워낙 공론화가 많이 되어있기에 다들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 외의 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은 생각보다 예민하지도 않고 그냥 무난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예민하게 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그에 맞서 왔기 때문이다. 항상 그 문제를 공론화하고 열심히 연대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은 흑인만 당하는 것이 아니고, 백인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종을 통해서 그 사람을 판단한다면 누구나 인종차별을 당할 수도 인종차별주의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말이다.


그러한 경험이 있을 때 한 번이라도 그 자리에서 직접 언급하고, 혹시 그것이 어려우면 이후에라도 인터넷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며 공론화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서 연대를 하고 더 많은 문제제기가 이루어진다면 제도적으로, 사회 인식적으로 이와 같은 행위를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geonahn/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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