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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ug 22. 2019

스마트폰 없는 하루 살기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때가 생각난다. 


고등학교는 기숙학교로 굉장히 특이한 여러 가지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 규칙 중 하나가 바로 휴대폰을 학교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2주일에 한번 집에 갔던 나는 굳이 스마트폰이 필요하지 않았다. 


집에서 컴퓨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약속을 잡고, 친구들과 약속 장소에서 만나기 위해서 매번 우왕좌왕했던 불편함이 이제는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으로 단톡 방이 생기고, 약속을 잡을 때 불편함도 전혀 없었다. 단톡 방에 참 많은 시간을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5년이 넘어가는 지금 이제 스마트폰은 거의 신체의 일부가 된 것 같다. 할 게 없으면 괜히 스마트폰을 만진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구절이 생각이 난다.

술을 마시는 것이 부끄러워 술을 마시는 어린 왕자의 술꾼처럼, 나는 요즘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더 스마트폰을 더 만지고는 한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글을 쓰고,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도 업로드한다. 그럼에도 휴대폰의 종속되는 기분이 참 싫다. 


그래서 휴대폰 없는 하루를 살아 보았다. 


1. 생각보다 그렇게 급한 일은 없다.


하루가 지난 이후 휴대폰을 확인한 이후 가장 처음으로 느낀 점이다. 생각보다 내게 정말 급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아이섹에서 일을 하고 있고, 나의 답장이 필요한 사람도 있으나 하루정도 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지장이 생기는 경우는 잘 없다. 이를 제외하고는 당장 답장을 요하는 메시지도 없었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댓글도 왠지 금세 답글을 달아줘야 할 것 같은 강박이 들지만, 사실 바로바로 답글을 달아야 할 이유는 없다. 


2. 쉴 수 있다.


현대의 우리들은 쉽게 피곤함을 느끼고, 지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의 사용이다. 


우리의 뇌는 휴식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한 이후 휴식을 한다는 명목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그러나 사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휴식과는 오히려 거리가 한참 먼 일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극을 받게 되고 그 자극을 처리하느라 뇌는 휴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그렇기에 휴대폰을 놓게 되면 정말로 쉴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은 그 하루 이후 많은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3. 원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던 날, 자리를 잡고 앉아 꾸준하게 읽고 있었던 영어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없었기에 따로 할 게 없었고, 한두 페이지씩 읽고 있던 영어책을 잡아 2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따로 할 게 없었기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4. 지루함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지루함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당장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할 것 같고 이 지루함이 너무 생산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순간을 넘어가게 되면 공상을 하게 되고, 그 공상은 매우 생산적이다.


실제로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뇌를 휴식하고 있을 때 무의식에서의 연결에 의해 나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10분이 넘어가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지금 터키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가, 이 생활을 통해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가"로 시작하여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어떤 행동들을 해야 할지. 


앞으로의 계획과 나를 마주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무언가에 막혀있거나 너무 많은 생각과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말 하루 스마트폰 없는 하루를 추천한다. 


좋은 휴식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충천할 수도, 막혀있던 생각과 답답함에 새로운 활로를 불어넣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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