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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메이커 Apr 07. 2020

'맞다 vs 틀리다'가 아닌 '다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인도의 바라나시 갠지스강

    인도의 종교 도시라 불리는 바라나시에는 이들이 생각하는 성스러운 갠지스강이 흐르고 있다. 힌두교 신자들에게는 화장 재가 뿌려지기를 원하는 곳이며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다녀가는 곳이기도 하다.



바라나시를 와보지 않은 자 인도를 논하지 말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라 불리는 바라나시. 궁금했다. 인도에 올 때부터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자이살메르 사막에 가기 위해 18시간의 기차여행을 했다면 이번에는 장거리 버스 여행이었다. 약 16시간이 소요되었고 기차의 편안함과는 달리 마냥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우선 지하철에서 내렸다. 길가에 있는 어두운 정류장에 정차하고 있는 버스를 찾는 것은 물론 그곳으로 나가는 출구를 찾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주변 버스 기사들에게 물어도 정확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의 집요함을 발휘하여 묻고 또 물어 결국 바라나시행 버스를 찾았다.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버스 외관이었지만 혹시 하는 기대감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관(시체를 담기 위한 상자)처럼 생긴 공간으로 나뉘어 있는 버스, 왼쪽은 한 명이 들어갈 수 있었고 오른쪽은 두 명이 들어갈 수 있었다. 정확히는 들어가서 누울 수 있는 그런 버스였다. 오른쪽으로 예매를 했다면 16시간 동안 모르는 사람과 나란히 누워 함께 시간을 보낼 뻔했으나, 다행히도 나는 왼쪽을 예매했다. 큰 키로 인해 다리를 약간 구부려야 했지만 그래도 나 혼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달리 몇 초마다 길게 울려대는 도로 위 어마어마한 인도식 클랙션(자동차 빠방이) 소리를 들으며 쿠션이라고는 전혀 없는 곳에 누워 이동을 했다. 어디서든 누우면 바로 잠을 잘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착각이었다. 결국 자정이 넘어 지쳐서 잠이 들었지만 가는 동안 여러 번 자고 깨고를 무한 반복했다.


(좌) 두발을 쭉 뻗고 찍은 버스 내부, (우) 바라나시 골목길에서 만난 천사같이 맑고 예뻤던 아이들.



드디어 내가 왔다!

  차, 오토 릭샤, 자전거 릭샤, 소, 사람 등 첫인상부터 인도스러움이 가득 느껴졌다. 덥고 습한 날씨, 야간 슬리핑 버스로 이동하였기에 몸은 천근만근. 길바닥에 누워서라도 쉬고 싶은 상태였지만 우선은 머무를 숙소를 찾아야 했다. 골목은 좁고 소 똥과 쓰레기들로 인해 엄청난 악취가 났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어리바리하게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골목이 워낙 좁아서 소느님(인도에서는 소를 신성하게 여긴다)이 앞에서 걸어오면 내가 비켜드려야 했다. 덩치도 크고 뿔도 있어서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무섭기도 했다. 그 와중에 능청스럽게 응가 한 바가지를 쏟아내시기도 했다... 


  "오, 마이 갓!"


  골목을 지나다니며 만난 아이들은 천사와 같이 맑고 순수했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있는 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현지인 남자 두 명이 다가왔다. " 헤이, 우리도 사진 찍어줘! " 그들을 찍으려는 순간 딱딱하게 굳은 포즈를 취했다. '응? 뭐지?' 나는 그들의 요구대로 사진 두어 장을 찍어줬다. 그들은 찍은 사진을 보여달라는 말도 없이 쿨하게 가던 길을 갔다. '오잉?, 재미있는 사람들이네'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싶었다.


  이런 바라나시 골목을 돌고 돌아 드디어 찾은 숙소에는 에어컨이 있었고 가격도 괜찮았으며 간단한 아침식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대신 10인실 도미토리. 어린 시절부터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봤고 고등학교 때는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에 대학시절 역시 기숙사, 자취 그리고 군 생활도 충분히 할 만큼 해봤지만 여전히 익숙하지는 않았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함께하기를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선호하는 편이다. 더군다나 낯선 이들과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마냥 편한 느낌으로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거기에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니... 그러나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일 테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좌) 위 단락에서 설명한 두 남자, (우) 흔한 바라나시의 사람, 소, 소의 응가, 쓰레기, 좁은 길.



삶과 죽음의 공존


  바라나시 갠지스강에서 일몰, 일출 시간에 맞춰 보트 투어를 했다. 한국어로 투어를 진행하며 한식당을 운영하는 '철수'씨, 오래전 한비야 씨가 이 곳을 방문하여 그에게 '철수'라는 한국식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는 5년 동안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하였고, 투어에 참여한 한국인들 앞에서 인도에 대해 설명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웠으며 인도인이 한국말을 이렇게나 잘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힌두교를 믿는 이들에게 꿈의 도시인 '바라나시'. 현지인들은 이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으면 죄가 용서된다고 믿는다. 또한 죽은 시체를 이곳 화장터에서 화장 후 재를 강에 뿌린다. 단, 임산부나 어린아이(만 14세 미만) 등은 불로 태우지 않고 그냥 물속으로 던져진다. 몇 분 전에 보트 옆으로 둥둥 떠있는 사람 머리를 보았는데 듣고 보니 그게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시체는 3시간 30분 동안 태운다. 나무를 사서 태우는데 돈이 있는 사람은 비싼 나무를 사용하고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운 경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돈을 빌려서라도 죽은 후 24시간 이내에 화장을 하고 바라나시에 와서 재를 뿌린다.(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운 경우에는 가스를 이용해 화장을 한다.) 또한 죽은 후 바라나시에서 바로 화장을 하기 원하는 경우 죽기 전 미리 이곳에 와서 생활을 한다. 죽음과 동시에 바로 화장 후 이곳에 뿌려지기 위해서... 하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었고 신체 중 어느 곳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정확하게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데 그 죽음의 시기를 예상하며 이곳에 와서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하루 24시간 내내 화장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는 골목을 지나 이 갠지스강이 흐르는 바라나시 화장터까지 오는 길에 여자는 없었다. 마음이 여리기에 눈물을 흘리게 되면 영혼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맴돈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집에 남아있고 남자 형제들만 이곳에 온다. 이들은 모든 슬픈 감정을 억제하며 이러한 장례를 치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해? 남자라고 슬픈 감정이 없고 눈물을 참을 수 있다고?'


  또한 화장터에서 많이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비누칠을 하며 몸을 씻고 머리를 감으며 양치도 하고 어떤 이들은 수영을 하기도 했다. 이 강물에는 하루에도 수 십 구의 화장 재가 뿌려지는 곳이며 죽은 시체가 그대로 떠다니기도 하는 곳이다. 육안으로 보이는 강물 색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투어를 진행하는 '철수'라는 이름의 현지인으로부터 시작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투성이었다.


(좌)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바라나시 화장터, (우)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기 위해 머리와 몸에 비누칠 중인 현지인.



이. 해. 불. 가.


  너무 큰 문화충격이었다. 아무리 이들의 문화라고 하지만 이게 이해가 되나요? 이방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항상 그랬다. 살아오면서 내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알고, 경험한 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살아왔다. 보트 위에서 바라보는 붉은 노을과 오른쪽에 보이는 화장터, 강물 속에 떠있는 시체들을 보며 차분한 생각이 들었다. 이 넓고 넓은 세상에 과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 이러한 모습부터가 내 생에 처음 경험하는 것들인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많은 이해 불가능한 상황과 환경들을 만나게 될까? 얼마나 다양한 가치관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이러한 것들을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했다. '불. 가. 능.' 스스로 내린 결론은 내 경험과 지식으로만 옳고 그름을 따지며 섣불리 판단하려고 하지 않기.


  '이들이 틀린 게 아니라 우리 문화와 다른 것이구나!'라고 이곳에서 느꼈던 것처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 않나 싶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자연스레 떠올랐던 생각들은 겉으로 보이기에는 상대를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나만의 분명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되 나와 다름에 대해 무조건적인 의문과 비판보다는 때론 그냥 받아들이는 것. 말처럼 아니 아무리 노력해도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먼저는 그러한 자세를 갖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부끄럽지만 태어나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의 시야가 좁아서일 수도 있고 넓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 조차 없이 살아온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개개인의 다름에 대한 존중과 이해보다는 조직과 단체 즉, 다수를 먼저 인정하며 다수에 맞춰져 움직여야 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로 인해 '내가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고 느껴보지 못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다짐했다. 앞으로는 내 생각과 기준으로 이해가 어렵더라도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늘 정답이 아닐 수도 있어.'라는 여유를 가져보기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우선은 조금이나마 깨달았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좌) 보트 위에서 자연스레 생각에 잠겼다, (우) 숙소 옥상에서 갠지스강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아침을 먹었다.



철수의 꿈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1947년 법적으로 금지되긴 했지만 여전히 인도 사회에 남아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한국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할 때가 많은 나와는 달리 5개 언어(힌디어, 영어, 방갈로어, 한국어, 일본어)를 구사하는 철수 씨. 식당과 보트 투어를 운영하고 있기에 살림살이가 나름 괜찮을 법도 한데 과거 카스트 제도가 존재했던 그 시절에 나뉘어있던 신분 계급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 같았다. 이 신분 계급의 한계로 인해 철수 씨는 여전히 힘들게 노를 저으며 보트 투어를 해야 한다. 땀에 흠뻑 젖은 철수 씨의 옷, 그러나 그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얼굴은 거무스름한 피부 톤이지만 하얀 이빨을 훤히 드러내며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철수 씨! 꿈이 뭐예요?"

  "(씩 웃으며) 제 꿈은 이 곳 바라나시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거예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워요.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 제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간절하게 꿈꾸며 순간순간 열심히 노력했을 때 다 이루어 왔어요, 그래서 이 꿈도 이룰 거예요."

  "우와! 멋지다. 철수 씨는 꼭 이룰 거 같아요. 응원할게요."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랬다. 한 번에 이루어졌다기보다 보통은 두 번 이상의 기회와 도전을 통해 이루어진 것들이 많았었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철수 씨와의 대화를 통해 그랬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기,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론 몸이 힘들더라도 얼굴에는 미소를 잃지 않기, 꿈을 좇아 하루하루 살아가기, 무엇보다 상대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바라보기,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갖기.


  늘 말과 글은 쉽지만 삶 속에서 실제로 적용하며 산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러나 모든 것의 시작은 아는 것 즉, 인지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멈춰 돌아보고 반성하며, 오늘이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하고 성숙하는 내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좌) 세상 맑게 웃으며 노를 젓고 설명을 하는 철수 씨, (우) 일출을 보며 보트 투어 후 철수 씨와 함께 인증 사진.


영상 클릭!, 48초 분량.







누군가의 인생에 '울림'을 주는 삶을 꿈꿉니다.

916일 동안 80개 나라를 방황하였고, 조금 다른 인생을 나만의 페이스로 살아가는 중.


- 개인 키워드 : 울림, 가족, 약자, 자신감, 리더십, 영향력, 강점, 세계일주, 퇴사, 도전, 성취, 강연, 동기부여, 공감, 글, 코칭, 관계,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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