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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메이커 Mar 12. 2020

행복? 이게 진짜 행복이지!

인도 사막에서의 하룻밤

세계일주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
 

  많은 이들의 로망이자 버킷리스트인 모닥불을 피운 사막 한가운데 누워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들어보고 싶었다.



  인도의 수도 뉴 델리에서 자이살메르까지는 약 18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가장 등급이 낮은 객실은 창문을 열고 달린다. 온갖 모래, 먼지 그리고 바람은 말할 것도 없고 먼 거리를 앉아서만 가야 한다. 그래서 그나마 누워서 갈 수 있는 2등석 객실을 선택했다. 2등석 객실은 1, 2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베개와 이불도 제공이 되었으며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었다.


* 인도 기차 탑승 시 주의해야 할 사항

1. 조심 또 조심
  객실 내에서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내 가방이 사라지는 일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보통은 자물쇠와 체인을 좌석 기둥에 연결하거나 없을 시 가방을 내 몸에 바짝 붙이고 약간의 긴장을 해야 한다.

2. 불확실함의 연속
  승차 플랫폼과 출/도착 시간 역시 불확실하다. 경험상 기차역에는 현지인들 조차 어느 플랫폼에서 몇 호차가 정차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나 같은 외국인이 물어볼 경우 본인들이 확실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그냥 마음대로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한 두 사람이 아닌 여러 명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하며 기차가 도착해서 탑승하는 순간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3. 여기 내 좌석이 아닌가?
  기차가 도착하여 탑승하면 나보다 먼저 탑승한 사람들이 내 좌석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너무 자연스럽게 앉아있기에 자칫 당황할 수도 있지만 차분하게 내 티켓과 좌석 번호를 한 번 더 확인 후 'Excuse me! This is my 자리!!'라고 이야기를 해주면 된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라도, 그 사람들이 한국인이라 할지라도 18시간 동안의 기차여행이라니... 쉽지 않은 긴 여정일 것이다. 처음에는 동행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밥도 먹고, 짐을 지키기 위해 교대로 화장실도 가고, 책도 읽고, 미리 준비해온 드라마와 영화를 봤다. 아무리 그래도 18시간은 숫자 발음 그대로 너무하잖아...

그래서 잔다. 자도 자도 끝이 없다.

그렇게 나는 자고, 기차는 달린다.



(좌) 기차역에서 만난 현지인, 깔끔하게 차려입은 하얀 셔츠가 신뢰감을 주었지만 결국 그가 말한 것과는 다르게 그도 우리와 같은 기차를 탑승했으며, 알려준 플랫폼 위치도 달라서 기차가 도착하는 순간 정신없이 뛰었던 기억이 난다.
(중앙) 2등석 객실 내부, 침대 형식으로 되어있으며 여기서 18시간을 보냈다. 나 홀로 세계여행을 하는 동안 누군가와 반나절 이상 동행을 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인도에서의 만난 나의 첫 동행들. 시계방향으로 노랑머리 본인, ROTC 후배 종현, 몽골 고비사막 마라토너 윤한, 초밥왕 현구, 다들 보고 싶다.
(우) 가장 낮은 등급의 객실 외부 모습.



  드디어 도착.

미리 예약해둔 현지 여행사에서 우리를 데리러 나왔다. '안녕하세요!'를 시작으로 유창하게 쏟아내는 인도 직원의 한국어 실력에 놀랐고, 숙소 도착 후 먹은 볶음밥에 한번 더 놀랐다. 계란 프라이를 두 개나 올려주는 곳은 우리 집 외에는 없었던 거 같은데...




인도의 자이살메르, 황금색 사암 건물들로 유명한 곳이며 일명 '황금도시'라 불린다. 머리색 깔맞춤까지! 나를 위한 도시였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드디어 낙타 사파리 투어를 떠난다. 지프차로 이동하여 허허벌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낙타들을 만났다. 파병 시절 중앙아시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사막과 낙타를 질리도록 봤지만 그때와 지금은 나의 신분과 목적 자체가 달랐기에 신기하고 설레었다.


  낙타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이동 후 드디어 베이스캠프 도착.

  

  "와, 사막이다."

  

  말 그대로 신나게 놀러 온 곳이었기에 설렘을 넘어 흥분되기 시작했다. 


  "야호! 신난다 신나." 


  우리가 사막에 도착한 시간은 일몰이 시작되기 전이었고 역광으로 사진 찍기에 환상적인 타이밍이었다. 등 뒤로 지는 해를 배경 삼아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앉고, 눕고, 뛰면서 사진을 찍었다.



떠나요! 낙타 타고 유후, 노란 머리 손오공을 빙의한 에너르기 파 보다는 내 스타일의 가스 발포가 더 강렬하지! ^^


세상에서 제일 신난 1인.



  그저 신나고 즐거웠다. 한 시간 즈음 지났을까? 우리와 함께 온 낙타몰이꾼들이 저녁 식사 준비에 한창이었고 '사막에서 먹는 음식은 어떤 맛일까?'라는 기대감과 함께 모두가 모였다. 식사 전 간단한 과자를 준비해 줬는데 너나 할 것 없이 한 마디씩 내뱉는다.


  "퉤! 아니, 이게 뭐야! 모래가 너무 많이 묻어서 먹을 수가 없잖아"

  "으... 퉤! 이걸 어떻게 먹어"

  "와, 이게 진짜 인도야?"

  "나 안 먹을래"


  우리가 있는 사막에는 모래바람이 불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모든 소지품, 얼굴과 옷 모래가 뿌려져 있었다.


  "이러다 저녁도 못 먹는 거 아니야?"


  신나게 사진 찍고 놀 때는 좋았는데 '아... 갑자기 막막해진다.' 다른 것은 몰라도 밥을 먹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나란 사람.


  갑자기 너무 배가 고프다. 낙타몰이꾼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인도식 식사인 짜파티, 밥, 카레를 받아 들었다.

수저도 없다. 당연히 모래 묻은 손을 씻을 곳도 없었고 아무리 몸으로 바람을 막으며 음식이 담긴 접시를 보호해봤자 조리과정에서 이미 모래가 뿌려져 있었다. 순간 고민을 했다. '여기는 손 씻을 곳도 없잖아, 모래가 묻기는 했지만 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내일 점심때까지 굶어야 하잖아'


  "아... 에라 모르겠다. 그냥 먹자. 난 손으로 먹을래"


  손으로 밥과 카레를 비벼 짜파티와 함께 한입 먹는 순간 신세계를 접했다"와, 근데 진짜 맛있다. 너도 먹어봐!"


  처음에는 모래가 묻은 음식을 그것도 손으로 어떻게 먹나 싶었지만, 안 먹으면 나만 손해임은 물론이고 너무 배가 고파서 한입 먹고 나니 내가 이 세상에서 먹어 본 카레 중 가장 맛있는 맛이었다. 그렇게 나는 모래가 묻은 카레를 한 접시 뚝딱 비우고 또 한 접시를 먹었다. 고기가 들어있지도 않았고 감자만 들어있었지만 그 맛은 정말 최고였다.


  잠시 후 컵과 접시 등을 씻는 거 같길래 가까이 가서 보니 그냥 모래에 비벼가며 씻는 게 아닌가.

  '아... 이게 뭔가요, 모래와 함께 음식을 먹은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 비위생적이잖아... 차라리 안 봤어야 했는데...'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다. 이방인에게는 살면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지만 이들에게는 이게 일상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맞고 틀의 문제가 아닌 그저 '다름'이라는 부분이고 '지금 이 순간 앞에 놓여있는 그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식사 후 날이 어두워졌고 이번에는 나뭇가지에 불을 피워 모닥불 놀이(캠프파이어)를 한다.

'내가 꿈꾸던 것들이 지금 이 순간 내 앞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뭐라고,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과 함께 모닥불 외에는 사방이 어두컴컴했지만 그저 좋았다. 시간이 지나 모닥불 안에 있던 치킨과 감자를 꺼내 먹는 순간


"와, 이거 겁나 맛있다, 한번 먹어봐!"

"우와! 진짜, 맛있다. 감자가 입에서 녹는데요?"

"최고다 진짜..."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과 감자를 먹었다.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후 바로 옆 침낭에 들어가 밤하늘을 보며 누웠다.



(좌, 중앙) 꿈에 그리던 사막에서의 캠프파이어, (우) 낙타몰이꾼들이 저녁을 준비하는 모습



  이번 사막투어에서 만났던 일행들 중 몇 명은 별자리, 은하수 그리고 별똥별(유성)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있었다. 

  "은하수와 유성을 보기 위해 몽골 초원까지 갔었는데 날씨가 안 좋아서 못 봤어요"

  "저는 네팔 히말라야에서도 못 봤어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은하수와 유성을 보는 게 그렇게나 힘든 건가?'


  달도 밝았고 구름이 하늘에 뒤덮여있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편안하게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외쳤다.


  "우와! 저거 은하수 아니에요? 별자리도 보이는데요."


  잠시 후 구름이 하늘 위를 비켜가기 시작했고 동시에 밝은 달도 가려주었다. 그러면서 은하수와 별자리는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으며 나는 순간적으로 낙하하는 별똥별을 봤다.

  "와! 나 방금 별똥별 봤어"

  "와! 저도 봤어요!"

  "아, 아쉽다. 저는 못 봤는데"

  "아, 나는 또 못 봤어..."


  "근데 소원 빌었어요?"

  "아니, 너무 빨리 떨어졌어(하하)"



두 눈으로 직접 본 하늘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이 순간의 기억을 위해 일행이 작은 카메라로 찍은 그날 밤하늘 별 사진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 침낭 속에 들어가 밤하늘의 별을 보는 동안 차분하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나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생각해 보려 했지만 생각만큼 집중이 잘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 안에 분명하게 들었던 생각은

'아... 전역(퇴사)하길 잘한 거 같아'

'그리고 여기 오길 잘한 거 같아'

'좋다... 정말 좋다.'

행복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잠깐 휴가를 내고 올 수도 있고, 꼭 이곳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서 공식 루트와 같이 정해놓은 삶 속에서 수많은 고민과 고민 끝에 두렵고 떨렸지만 그럼에도 결국 내 가슴이 시키는 선택을 했기에 누릴 수 있는 이 순간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해도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행복했고 감사했다. 몇 년 동안 수 없이 하던 고민과 결단이었지만 한국을 떠나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너무 잘한 선택이었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 


  그렇게 사막 한가운데 누워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들을 이불 삼아 잠이 들었다.



(좌) 이른 아침 야외 취침의 흔적, (우) 어젯밤 어둠 속에서 내 얼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일까... 모래로 씻은 컵에 마시는 인도식 국민음료 짜이



  지금도 그날 밤에 느꼈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생생하다. 


  앞으로도 '남들이 하니까 해야 하고, 가니까 가야 하는 삶' 보다는 두렵고 떨리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싶다. 타인에 의해 선택하게 될 경우 좋은 결과로 인해 만족할 수는 있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경우 누군가에 대한 원망과 후회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했을 경우 좋은 결과에 대한 만족은 더 클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원망과 후회보다는 분명 좋은 추억과 경험으로 남을 것이기에...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누군가의 인생에 '울림'을 주는 삶을 꿈꿉니다. 

916일 동안 80개 나라를 방황하였고, 조금 다른 인생을 나만의 페이스로 살아가는 중.


- 개인 키워드 : 울림, 가족, 약자, 자신감, 리더십, 영향력, 강점, 세계일주, 퇴사, 도전, 성취, 강연, 동기부여, 공감, 글, 코칭, 관계,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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